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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과 지식인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반응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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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혁재
기사입력 2002-06-17

1. 머리말

2001년에 가장 커다란 성과를 거둔 시민운동 분야 가운데 하나가 언론개혁운동이다. <시민의 신문>이 시민운동가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7.5%가 언론개혁운동을 꼽았다. 그러나 언론개혁운동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언론개혁운동이 가장 중요한 시민운동의 과제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이다. 언론개혁운동이 중요성을 인정받은 계기는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거래 및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조사였다.

그러나 언론사 세무조사가 언론개혁은 아니다. 언론사 세무조사는 언론개혁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조세권을 확립하려는 조세정의의 차원에서 법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이었다. 정당하게 집행되어야 할 세무조사가 역대 정권에서 권언유착을 통해 면제되었다. 그러다가 94년 김영삼 대통령 때 처음으로 세무조사가 이뤄졌으나 김영삼 정부는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고, 법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 같은 권언유착이 족벌사주들이 블법을 저지르고, 편집권을 침해하는 배경이 되어 왔다. 따라서 세무조사가 엄정하게 진행되어 언론사들의 불법 비리가 밝혀지고 관련자들이 적절한 처벌을 받는다면 권언유착을 끊어내게 되어 세무조사가 언론개혁의 계기로 작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세무조사 자체가 언론개혁은 아니다. 언론개혁의 핵심은 편집권의 독립과 여론의 독과점 구조 해소에 있는 것이다. 또 언론개혁은 언론계 내부에서 스스로, 또는 수용자인 시민과 함께 벌이는 것이지 정부가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꾸준히 제기해왔던 언론개혁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계기가 김대중 대통령이 2001년 1월 11일 내외신 연두기자회견에서 밝힌 언론개혁의 필요성인 것은 사실이다.

"언론계와 학계, 시민단체, 국회가 모두 합심해서 투명하고 공정한 언론 개혁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 말은 정부가 언론에 간섭하지 않는 '언론사 자율개혁론'을 내세우던 국민의 정부의 언론정책이 변화하였음을 보여주는 말이다. 오래 전부터 언론계와 시민단체의 언론개혁 주장을 지속적으로 보도해오던 한겨레와 대한매일은 곧바로 언론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세무조사 결과 언론사들의 비리가 밝혀지고 일부 사주가 구속되었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과 야당이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면서 언론개혁 문제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전개되었다. 비리 언론사들은 연일 지면을 사유화해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이라고 강변했다. 정부 여당의 대해 맹목적인 반대와 비난을 일삼았고, 마침내 현 정부가 역대 가장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이라는 인식을 국민 속에 확산시키는 데 성공했다.

또 이 과정에서 지식인들의 편가르기 현상이 나타났다. '의견의 차이'가 '피아의 구분'이 되었고, 어느 한쪽에 줄서기를 강요하기에 이르렀다. 편가르기 양상 가운데 하나가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평가이다. 각 언론들은 많은 지식인들을 동원해서 각기 언론개혁의 정당성을 강조하거나, 세무조사가 언론탄압임을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2. 한국언론의 문제점과 언론개혁의 방향

언론개혁이 어제오늘의 화두가 아니건만 '언론제국'의 성채는 여전히 견고하다. 아니 언론의 권력은 더욱 커졌다. 언론권력은 정치권력, 경제권력과 더불어 '권력의 3자동맹'을 형성하고 있다. 권력언론의 권력은 정언유착이라는 단단한 연대의 틀 안에서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공룡처럼 비대해진 언론의 권력 앞에서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가 눈치보기에 급급한 현실이다.

언론개혁은 신문권력의 여론지배구조를 깨려는 노력이다. 언론의 존재가치는 건강한 여론을 형성할 '사회적 책임'과 '공중에 대한 봉사'이다. 한국언론의 문제점은 바로 건강한 여론을 형성하지 못하는 행태들에서 출발한다. 오보 및 과장보도, 왜곡보도, 편파보도, 인권침해와 명예훼손을 거리낌없이 저지르는 비정상적 저널리즘이 만연한 실정이다. 또 사이비 언론행위들이 마구 이루어지는데 촌지 또는 금품 수수, 광고 및 구독 강요, 이권 개입 및 권력행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신문시장에서의 탈법적인 행위들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이다. 무가지 배포 및 할인 판매, 경품 제공 및 이삿짐 운반 등 용역 제공, 강매 및 방문 판매, 구독 중지의 거부 등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신문판매시장은 무법천지이다.    

IMF 구제금융 체제 이후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개혁의 요구가 커졌다. 그러나 어느 분야의 개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개혁이 지지부진한 원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개혁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2000년 말에 실시한 한국언론재단의 수용자 의식조사를 보면 언론이 제 구실을 한다고 보는 수용자가 24.8%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1998년보다 10% 정도 낮아진 수치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신문이다. 언론 특히 신문들은 국가적 개혁과제를 뒷받침하기는커녕 정쟁을 조장하고 정치불안을 가중시키면서 개혁의 발목을 잡았다.

사회의 제4부로 불리며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언론이 병들어있기 때문에 언론개혁은 더욱 절박하다. 언론의 주요한 기능은 국민여론의 올바른 전달과 부당한 권력에 대한 감시이다. 언론을 감시견(watch dog)이라 부르는 까닭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국민여론을 올바로 전달하지도 않으며, 권력에 대한 감시 역할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여론을 왜곡시키며, 부당한 권력행사를 즐기는 언론은 이미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사회적 흉기'이다. 문제는 이처럼 '사회적 흉기'가 된 신문권력이 국가권력의 정책방향을 좌지우지한다는 점이다. 한데 묶어 '조·중·동'이라 부르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의 영향력은 누구도 통제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언론개혁을 논의하면서 유의해야 할 것은 언론정책을 언론공작과 혼돈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역대 권위주의 정권들은 언론자유를 억압했다. 보도의 내용이나 형식을 간섭하고 인사권 행사에 간섭하는 것은 명백히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언론공작이다. 그러나 언론정책은 참된 언론의 자유를 밑받침해준다. 신문소유구조의 민주화나 편집권의 독립, 정기적인 언론사 세무조사와 그 결과 발표, 그리고 신문공동판매제도의 도입 등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언론정책인 것이다. 이를 언론공작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  

2000년 12월에 언론개혁시민연대와 한국기자협회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국민 1000명과 현직 기자 200명을 대상으로 '신문개혁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설문조사 결과 현직 기자들의 93.5%가 언론의 소유지배구조 개선과 편집권 독립을 골자로 한 정간법 개정 필요성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인 또는 그 가족의 신문지분 소유지분을 현재의 50%에서 30% 이하로 낮추는 '소유 지분의 제한'은 언론개혁 논의 최대의 쟁점 가운데 하나이다. 2000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방씨 일가의 지분율이 72.5%, 중앙일보는 홍석현 회장 일가가 74.8%, 동아일보는 김병관 회장 일가가 76.7%를 소유하고 있다. 조선·중앙·동아 3대 신문은 이렇게 소유주의 주식 지분율이 전체 지분의 3분의 2를 넘어 더 이상 공익을 담당할 수 없는 구조가 되었기 때문에 족벌언론의 횡포가 그치지 않는 것이다.

편집권 독립을 위해서는 경영진과 노조가 함께 참여하는 편집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편집위원회에는 주식공개를 통해 확인된 대주주의 참여는 금지함으로써 사주의 입김으로부터 편집권을 보호해야 한다.
또 언론사 경영의 투명성을 일반 기업 이상으로 강화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언론사의 공익성을 감안해 발행 판매 부수와 광고 수주 내역 등 경영자료를 정부 관련기관이나 기구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부수공사제도(ABC) 가입 의무화, 공동판매제 시행, 비정상적 광고 수주 관행 금지 등도 필요하다.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서도 예외를 두어서는 안 된다. 앞에서 본 여론조사에서 시민의 86.9%와 현직 기자의 87.6%가 신문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요구했다. 세무조사는 언론탄압이 아니다. 투명한 경영을 위해서는 세무조사가 필연적이다. 광고단가도 광고시장서 시장의 논리에 따라 형성된 것이 아니다. 신문이 일방적으로 단가를 정한 것이다. 세무조사를 통해 신문의 경영실태가 투명하게 밝혀져야 불공정거래를 막고 시장을 정상화시킬 수 있으며, 그래야 신문이 정상화되는 것이다.

신문시장의 독과점도 문제이다. 언론은 과거 정권에서 권력과 결탁을 해 자본이 축적됐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자본의 여유가 많은 신문이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다. 자본이 열악한 신문의 구독 부수는 줄고 막강한 자금을 보유한 신문의 구독 부수는 점점 늘어나 조·중·동 3대 일간지가 신문판매시장의 70%를 장악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탈법적인 판매 행위가 기승을 부려 여론조사에서 85%가 넘는 시민이 신문시장의 탈법행위 단속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에 대한 자본의 통제력도 문제이다. 한국신문의 소유구조가 기형적이다. 광고와 구독료 수입이 8:2에서 7:3 정도이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3대 신문사의 수입 중 광고 의존률이 각각 75%, 80%, 80%나 된다. 이는 언론이 광고주의 이해관계에 예속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광고주의 이익과 합치되는 기사는 크게 키우고 배치되면 축소하거나 묵살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부수 경쟁과 증면 경쟁도 광고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자본의 통제력으로부터의 독립도 중요한 언론개혁 의제의 하나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의안에 규정된 언론발전위원회는 미국의 '허친스 위원회'를 모델로 삼은 것이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의 발행인 헨리 루스는 1944년 2월 언론의 자유와 책임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시카고 대학 총장 등 각 부문 학자들로 구성된 '허친스 위원회'를 만들었다. 1930-40년대 미국에서는 언론사 사주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사회 경제적 개혁을 거부한다는 비판과 함께 신문업계 내부의 개혁이 없으면 외부의 간섭이 있을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허친스 위원회는 1947년에 <자유롭고 책임 있는 언론> 보고서를 내어 "미국의 언론자유가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된 원인은 소수의 거대한 기업군이 소유한 언론이 대중에 대한 책임을 충분히 수용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신문에도 독점금지법을 적용해 소유 집중을 막을 것 등을 제안했다. 허친스 위원회의 제안 내용이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언론계에서 언론의 자유와 더불어 언론의 책임을 강조하는 풍토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에서도 1944년 언론 매체 소유 집중에 따른 여론 독과점과 선정주의 보도에 따른 비판적 여론을 국회가 받아들여 왕립언론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왕립언론위원회는 매체의 소유집중을 막기 위해 반독점법의 강화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53년 '언론평의회'라는 자율규제기구가 만들어졌다. 왕립위원회는 언론계가 언론평의회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자 입법을 통한 규제를 하겠다고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언론발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제안이 국회에서 나왔지만 여야의 언론관이 다른데다 언론의 정치적 힘이 막강하기 때문에 의원들이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하고 언론발전위원회를 만들지 못했다. 언론인·학자·법조인 등이 참여하는 중립적 언론발전기구를 세워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  


3. 세무조사와 언론사의 반응  

김대중 대통령의 언론개혁 발언에 이어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실시되었고, 그 결과 언론사들의 탈세 범법 행위가 밝혀졌고, 일부 사주들은 구속되었다. 국세청이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방침을 밝힌 것은 2001년 1월 31일이다. 그러자 언론개혁의 칼날이 자신을 겨눈 것으로 보고 있던 거대 언론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미 거대언론사들은 연두기자회견에서의 김대중 대통령의 언론개혁 발언에 대해 바로 반발하고 나섰던 일이 있다. 언론개혁이 '언론 길들이기'를 하려는 것으로서 "언론 자유 침해의 소지가 있다"(조선일보, 2001.1.11자 사설)는 것이었다. "정부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고 자유로운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또다시 포퓰리즘적 수법을 동원하려는 의도가 감춰져" 있는 것이며 "언론사의 소유구조 분산은 좌파적 발상"(중앙일보, 2001.1.12자 사설)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겨레는 세무조사를 환영하는 태도를 보였다. "언론사의 세무조사 면제는 군부독재 정권이래 역대 정권이 언론사에 준특혜"였다는 것이다. "군부독재 정권은 언론을 길들이기 위해 한편으로 자유언론을 외치는 언론인들을 숙청하는 등 `채찍'을 휘두르면서, 다른 한편으로 세금감면, 세무조사 면제와 같은 `당근'을 줬던 것"이고, "민주화된 이후에는 언론사들이 거대권력으로 변모하면서 정부는 이들 거대 언론권력의 눈치를 살피느라 당연히 해야하는 정기적 세무조사도 기피"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많은 언론들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대다수 신문들은 2월 1일자에서 국세청 조사 착수 사실을 보도하면서 `언론탄압'이라는 한나라당 성명을 인용하는 간접 비판에 그쳤다. 그러나 세무조사 실시가 확실해지자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저항의 강도를 높였다. 예컨대 2월 6일자 신문들이 그 전날 열렸던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벌어진 여야의 공방을 보도한 기사에서 언론사들의 태도가 확연하게 차이가 드러난다. 한겨레·한국일보·경향신문의 기사 제목은 "언론사 세금탈루 혐의 포착"이었다. 이 제목은 안정남 국세청장의 발언을 인용한 것이다. 대한매일의 기사제목은 "지방 언론사도 세무조사"였다. 이 제목 역시 안정남 국세청장의 발언이다. 세계일보는 여야의 주장을 함께 제목으로 삼았다. 세계일보 기사의 제목은 "여, '국세청 업무' 야, '언론 길들이기'"였다.

거대언론들의 보도태도는 이와 정 반대였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의 제목을 "특정 언론 겨냥하기 위해 나머지 언론 들러리 조사"라고 달았다. 이것은 야당 의원의 주장인데 조선일보는 이 발언의 진위를 가리지 않은 채로, 또 야당의원의 발언이라는 것도 밝히지 않아, 마치 조선일보가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특히 조선일보는 세무조사마저 색깔논쟁으로 몰아가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를 보였다. 종합면에 "'언론개혁'의 표적은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반공·파쇼 언론이며, 전근대적인 족벌체질을 유지하며 안하무인격으로 행세하는 보수언론"이라는 일본의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의 보도를 눈에 띄게 편집해 실었던 것이다. 이번 세무조사가 `표적조사'이며 친북단체가 지지하니 만큼 이념상 문제가 있는 조사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동아일보도 "언론사 일제 세무조사 정치적 목적 의혹 있다"는 야당 의원의 의혹제기를 그대로 제목으로 달았다. 중앙일보의 기사 제목은 "야(野), '세무조사 언론장악용'"이었다. 야당의 주장임을 밝히기는 했지만 중앙일보가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중앙일보는 가판용 신문에서는 "언론사 세무조사 공방"이라는 중립적 표현을 썼다가 시내 배달판에서 제목을 바꿨다. 이처럼 족벌언론들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보도태도를 버리고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만을 사실확인이라는 기사작성의 기본원칙도 지키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부각시켰다.

1) 세무조사의 결과

국세청은 2월 8일부터 서울시내에 있는 23개 언론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원래는 60일 동안 세무조사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언론사의 소명자료 제출 협조 미흡 등으로 15개 언론사에 대해서는 조사기간을 추가로 30일을 연장하였다. 이에 따라 세무조사는 6월 19일까지 진행되었다. 원칙적으로 국세청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대법인에 대해서는 성실납세를 유도하기 위해 국세부과 시효기간(5년) 내에 세무조사 등을 통하여 신고내용을 검증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에 실시된 첫 언론사 세무조사 이후 5년 만인 1999년에 세무조사가 실시되었어야 한다. 따라서 이 세무조사는 뒤늦게 실시된 데 대해 비판받았어야 한다.

6월 20일 국세청이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세청이 밝힌 23개 중앙언론사와 그 계열기업 및 대주주의 탈루소득은 총 1조 3,594억원이며 탈루법인세에 대한 세금추징액은 5,056억원에 이른다. 언론사 및 계열기업의 탈루소득금액은 1조 197억원이며 이에 따른 추징세액은 3,229억원이다. 언론사주(대주주)의 탈루소득금액은 3,397억원이고, 이에 대한 추징세액은 1,827억원에 이른다. 또한 탈세수법도 상속세 및 증여세 탈루, 부동산 위장 전입, 가짜 신용카드 영수증 발급, 해외재산도피, 위장주식매입 등 매우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21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13개 신문·방송사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받은 신문사는 조선·동아·중앙·한국·대한매일·한겨레·경향·문화·국민·세계이며, 방송사는 KBS·MBC·SBS 3개사이다. 조사는 2월 12일부터 4월 20일까지 68일동안 진행되었다. 조사결과 13개 언론사들의 부당내부거래가 5,434억원에 이르렀고, 과징금 규모는 242억원이었다. 계열사에 대한 족벌언론사들의 부당지원 수법은 사주의 특수관계인에게 비상장주식과 신주인수권을 저가로 매각하거나 고가로 매입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음이 드러났다.

국세청에 의해 고발당한 언론사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7월 14일 동아일보 김병관 전 명예회장의 부인 안경희씨가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은 8월 17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동아일보 김 전 명예회장, 국민일보 조희준 전 회장을 구속했다.

국제언론기구들도 한국의 언론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서, IPI(국제언론인협회)·WAN(세계신문협회) 등 국제언론기구 합동조사단이 9월 초 한국을 방문, 실태조사를 벌였다. 11개 국제언론기구 대표들도 한국의 세무조사를 우려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9월 21일)하고, IPI는 프랑스 파리 이사회(10월 20일)에서 구속 언론사 대주주 3인에 대한 석방을 촉구했다.

국제기자연맹(IFJ) 대표단은 9월 6일 방한, 한국의 언론개혁운동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국 언론상황 점검을 위해 방한한 국제기자연맹 대표단은 "정부가 조세관련법을 이용해 언론기업들에 대해 부당하거나 과도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일부의 주장을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언론기업 소유주들이 언론의 자유를 기업 경영상의 이익과 혼동할 때 그 언론기업들은 언론자유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언론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와 언론자유를 위한 개혁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언론개혁은 한국 국민들의 요구와 바람에 근거해 언론 스스로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날 국제언론인협회(IPI)가 한국을 `언론자유 탄압 감시대상'에 포함시킨 것을 비판했다.

2) 세무조사에 대한 반응

세무조사에 대해 언론종사자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었다. 언론비평 전문지인 <미디어 오늘>이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7월 4∼6일 전국의 신문·방송·통신사 기자 41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직기자의 60% 이상이 언론사 세무조사를 '정당한 법 집행'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언론탄압'으로 보는 응답자는 4분의 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언론사 세무조사 및 고발의 성격에 대해 '적법한 세무조사와 그 결과에 따른 법 집행'이라는 응답자는 61.4%였다. 이에 비해 '정부 비판적인 언론사에 대한 탄압'이라는 응답은 26.0%에 그쳤다. 세무조사 정례화에는 절대 다수(93.4%)가 동의했다.

추징액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언론사 경영에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았다. '어느 정도 타격을 줄 것이다'는 응답이 70.6%, '매우 위태로울 것'이라는 응답이 16.5%나 되었다. 그러면서 세무조사가 언론사 경영투명성 강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84.8%)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무조사 이후 언론개혁의 우선 과제로는 절반에 가까운 47.1%의 응답자가 '편집권 독립'을 들었다. 이어서 '언론사 소유지분 제한'이 22.1%, '정기간행물법 개정'이 17.5%, 'ABC(신문판매부수공사)제도 활성화'가 8.5%, '국회내 언론발전위원회 설치'가 1.5%로 나타났다.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이 6월 30일 전국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세무조사가 공정했다'는 응답이 52%였다. <인터넷한겨레>가 세무조사 착수 발표 직후 네티즌들한테 벌인 여론조사 결과도 세무조사 찬성이 87%로 높게 나왔다. <미디어오늘>이 국회 문화관광위 의원 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엄중한 세무조사를 통해 언론시장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는 질문에 반수가 넘는 11명(61%)이 찬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반응은 대한매일이 창간97주년을 맞이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언론사 세무조사 및 검찰수사에 대해 65.7%가 '언론이라고 성역일 수 없으므로 잘한 일'이라고 응답한 것이다. 성별로는 남자가 66.4%, 여자가 64.9%로 거의 비슷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73.8%로 가장 높고 이어서 30대가 65.5%, 40대가 64.1%, 50대가 59.6% 순이어서 연령이 낮을수록 세무 조사와 검찰 수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탄압의 여지가 있으므로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의견은 21.6%,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2.7%에 그쳤다.

국세청과 검찰의 수사가 결과적으로 언론개혁에 도움이 될 것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7%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은 31.2%였으며,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11.8%를 기록했다. '도움이 될 것'이란 응답자는 연령이 높은 층보다 낮은 층에서 비율이 높았고, 지역별로는 호남이 65.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정당 지지도별로는 민주당 68.4%, 한나라당 53.1%, 자민련 36.1% 순이었다.

검찰에 고발된 언론사주의 불법이 확인될 경우 처리방법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2.2%가 '죄질에 따라 구속사안이면 당연히 구속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비해 '언론발전 기여를 고려해 불구속해야 한다'는 응답은 11.6%였으며 '조사결과는 발표하되 처벌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71%였다. 엄정 처벌을 요구한 응답을 성별로 보면 남자(74.2%)가 여자(70.1%)보다 조금 높게 나타났다. 직업별로는 생산직이 85.7%로 가장 높았다.

세무조사와 검찰조사에 대한 언론들의 태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소 이중적인 답변태도를 보였다. '조선·중앙·동아가 세무조사의 부당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지면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81.1%가 동의한 반면, '방송사들이 세무조사와 관련해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있다'는 주장에도 67.0%가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대한매일·경향 등이 세무조사 보도 등과 관련해 권언유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주장에는 찬반양론이 각각 46.6%와 51.2%로 비슷한 응답률을 보였다.

서울대 학보인 <대학신문>이 학사과정 재학생 647명을 대상으로 3월22일부터 4일간 조사해 4월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조사대상의 52.43%가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세무조사가 언론개혁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48.8%로 `그렇지 않다(20.8%)는 의견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또 71.7%가 세무조사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공개반대는 7.4%에 그쳤다. 하지만 응답자 중 66.9%는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다고 답했다.

언론사 대주주의 소유지분 30% 이내 제한 주장에 대해선 응답자 중 71.5%가 찬성해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논란이 있더라도 소유지분을 제한해야 한다는 견해가 압도적이었다. 언론자유와 관련해서는 `우리 언론이 사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응답이 84.6%로 가장 많았고, `광고주'와 `정부'가 언론 자유를 가로막고 있다는 견해도 각각 79.5%와 77.4%로 나타났다. 이 조사의 표준오차는 95% 신뢰도 수준에서  4%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6월 23~4일 전국의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오차  3.1%)에서는 많은 국민이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 공개 이후 신문사들이 언론탄압임을 부각시켜 편파적으로 보도한다고 생각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응답자의 62.4%가 세무조사 결과 공개 이후 `대형 신문사'들이 `언론탄압임을 부각시켜 편파적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반면,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보는 응답자는 22.3%에 지나지 않았다.

또 조사대상자의 82.7%는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의 조사 결과 공개를 `잘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 공개 수준과 관련해서는 77.5%가 `23개 언론사별 추징내역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전체 언론사 추징금 총액만 공개한 것이 적절하다'는 응답은 15.9%에 그쳤다. 탈세 언론사가 앞으로 취해야 할 태도와 관련해 87.8%가 `국민에게 사과하고 추징금을 조속히 납부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5.2%만이 `언론탄압이 명백하므로 추징금을 납부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또 이번 세무조사가 언론탄압이라는 주장에 대해 묻는 질문에서 59.8%가 `공평과세 차원'이라고 답했으며, `언론탄압' 주장에 공감하는 비율은 25.5%에 그쳤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데 대해서는 응답자의 대다수(적극 찬성 59.5%, 대체로 찬성 33.7%)가 찬성했으며, 소유지배 구조 개선과 편집권 독립 등 신문개혁을 주내용으로 하는 정기간행물법 개정에 대해서도 87.7%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국민들의 87% 가량은 고의적으로 탈세한 언론사의 관련자들을 형사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난 여론조사결과도 있다. 한겨레신문사가 6월 22~23일 전국의 20살 이상 성인 남녀 7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서 오차한계  3.7%)에서 밝혀졌다. "언론사가 고의적으로 탈세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을 형사처벌해야 하느냐"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47.5%는 `매우 동의', 39.1%는 `동의하는 편'이라고 응답했다. 또 `동의하지 않는 편'과 `전혀 동의하지 않는 편'은 각각 5.7%와 0.5%였으며, 모름·무응답이 7.2%로 나타났다. "구독하는 신문의 신문사가 고의적으로 탈세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신문을 끊을 지"에 대해서는 39.0%가 `끊겠다', 37.0%는 `계속 구독하겠다'고 답했다.

"세무조사 결과를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한가"라는 물음에선 70.0%가 `결과 전부를 공개해야 한다', 20.8%는 `위법내용 부분을 공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공개해선 안 된다'와 `모름·무응답'은 각각 2.0%와 7.2%에 지나지 않았다.
"세무조사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는 '매우 그렇다' 7.3%, `그런 편이다' 43.5%로 50.8%의 응답자가 언론보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렇지 않은 편',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각각 28.5%와 9.2%였다.

언론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은 대체로 세무조사를 찬성하고 조사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성명을 내어 "조사결과를 지체없이 공개해 정부가 세무조사 결과를 언론장악을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철저히 조사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성명을 통해 "김영삼 정권이 94년 세무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않아 '언론 길들이기 차원에서 국세청을 동원했다'는 여론의 비난을 기억하고 있다"며 "밀실조사는 국민에 대한 기만이며 범법자에 대한 불처벌은 법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주언 사무총장은 "조선, 동아일보 등 몇몇 중앙 일간지들이 정당한 세무조사를 '언론 길들이기'로 몰아가며 '도를 넘는' 편파보도를 일삼고 있다"며 "되레 이들이야말로 '정략'에 따라 사실을 왜곡하는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야당도 세무조사 중단을 촉구할 것이 아니라 세무조사가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서중 교수(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는 "그동안 조세정의가 실현돼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온 언론사들이 국가기관에 의한 합법적 세무조사를 언론통제로 몰아가고, 심지어 지면을 대거 할애해 조사 중단을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허구성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조세개혁팀의 윤종훈 회계사는 "세무조사 받는 걸 좋아할 기업은 없겠지만, 신문사라고 해서 세무조사를 받지 말아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며 "이제서야 세무조사가 이뤄지는 것 자체가 그 동안 언론사가 누린 `특혜'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언론위원인 조광희 변호사는 "세무조사 직후 각 신문사에 대한 대략적인 조사결과를 밝히는 것은 물론, 위법사실을 검찰에 고발해 이를 공개하는 것이 옳다"며 "그렇지 않다면 결국 김영삼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언론사와 권력간에 `뒷거래'가 있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언론시민운동연합의 성유보 이사장은 "정부와 국세청은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원칙을 확실히 해, `오해'의 소지를 줄여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언론권력이 성역이 아닌 법치 영역에 들어와야 한다는 원칙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3) 언론사의 반응

세무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많은 언론사들이 세무조사 결과를 수긍하고 언론사의 반성을 촉구했다. 국민 앞에 사과하고 국세청이 탈루세액을 통보해오면 자진해서 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거대신문들은 언론탄압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결과발표 내용을 가장 상세히 보도했다. 두 신문은 언론사들의 광고수입 누락, 가짜영수증 등 탈세 유형을 지면 곳곳에서 자세히 다뤘으며, 사설에서도 언론사 세무조사 엄정 처리와 범법행위에 대한 단죄를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경향신문은 세무조사의 정치적 목적을 경계하면서 엄정한 사후 처리를 강조하였다. 이런 태도가 잘 드러난 글은 경향신문 2001년 03월 25일자의 <미디어 비평> 난에 실린 '온전한 언론개혁을 위하여'라는 박인규 매거진X부장의 글이다. 박 부장은 "언론이 보다 나아지기 위한 길을 모색하는 것"이 언론개혁 논쟁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인규 부장은 "한국언론 전체가 위기에 빠져 있"다고 보고 있다. "90년대 이후 신문에 대한 독자의 신뢰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이제는 "TV는 물론 라디오, 인터넷보다도 못한 지경에 이르"른 '신뢰의 위기'와 "최근 2번의 대통령선거에서 몇몇 신문은 노골적으로 킹메이커를 자임하며 언론 본연의 임무를 저버렸"던 '타락의 위기' 때문에 "권언유착을 넘어 언론권력이란 말이 나"왔다는 것이다. 또 박 부장은 "정부의 역할은 언론개혁의 단초를 제공하는 선에서 그쳐야" 하며 "실질적인 개혁은 언론계 자율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그는 "세무조사 결과를 숨김없이 공개"하고 "탈세에 대한 추징금 부과 등 정부 권한내의 조치는 엄정하게 취하되 언론개혁은 언론계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7월 8일자의 <정동탑>에 실린 '권언유착 미련 떨쳐라'는 글에서는 "언론사와 언론사주들을 조사하는 현정권의 의도가 결코 아름답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것이 그들의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줘야 하는 구실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언론사 또는 언론사주라는 성역이 무너진 만큼 이제 일반기업과 마찬가지로 언론사 세무조사가 정례화·제도화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또한 언론사는 세금 한푼 떼어먹지 않으면서 철저하게 법을 지키는 가운데 정치권력의 전횡을 더욱 날카롭게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 본연의 임무에 마음 편히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는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부끄러운 언론현실>이라는 사설에서 언론사의 자성을 촉구하였다.  

그러나 정작 탈세를 더 크게 저질렀고 따라서 추징금 액수도 그만큼 더 많은 족벌언론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1면에서 야당의 입을 빌어 <"비판언론 죽이기">라는 기사를 실었다. <팔면봉>에서는 "천문학적 세금 추징, 돈 뜯어 북한 주려고"라고 비논리적인 일방적 주장을 하고 있다. 사설에서는 "국세청 발표는 결과발표를 금하고 있는 법규정을 어겼으며, 추징액 규모도 대기업의 경우에 비추어 형평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언론개혁 발언이 나온 뒤 미디어면을 신설한 조선일보는 미디어 면에서 언론개혁을 주장하거나 찬성하는 신문을 '친여신문', 반대하는 신문을 '반여신문'으로 분류하고, <시사저널>이 보도한 '언론 문건'의 "친여신문"이 "반여신문"을 비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조선일보는 6월 29일에 '세무조사에 대한 조선일보의 입장'이라는 글을 실었다. 이 글에서 조선일보는 "언론탄압에 당당히 대처"하겠다고 밝혀 세무조사가 언론탄압이라고 보고 있음을 확실히 했다. 조선일보는 "세무조사 결과 발표는 세무회계와 기업회계관행 간의 차이에서 발생한 내용이 대부분이"라면서 "세무조사가 현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을 탄압하려는 정치적인 의도에서 진행되었다고 보고 있으며, 이 때문에 어떤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언론 본연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당당한 언론의 자세를 유지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중앙일보도 <언론사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지 말라>란 제목의 사설에서 "19일 조사가 끝나자마자 결과를 발표한 것은 일찌감치 결론이 나 있었다는 의혹을 갖게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신문고시와 동시에 발표한 것도 언론압박 움직임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자의 입을 빌어 "사주 처벌 땐 권언마찰이 심화될 것"이라는 반응을 실었다.

동아일보는 조선일보나 중앙일보와 비교해볼 때 상대적으로 세무조사 발표 비중이 작았다. <중소기업 수준언론에 의도적 중과세>라는 제목의 글 "착오로 누락되는 탈루액도 발표해 언론을 비도덕적 집단으로 몰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전에는 일괄세무조사를 주장했던 적도 있다. 2000년 10월 27일자 사설에서 "탈세와 탈법을 일삼는 혐의가 있는 언론사와 사주라면 마땅히 조사하고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정부 안팎에서 '언론개혁'이란 소리가 자주 나오고 있다. 진정 언론개혁을 위해서도 차제에 일괄 세무조사를 실시해 들춰낼 것이 있으면 들춰내고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물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아마도 이것은 일괄세무조사를 진심으로 요구했다기 보다는 언론개혁이 세무조사로 이어질 것을 미리 막기 위한 연막전술이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족벌언론들은 대체로 언론사도 세무조사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원칙은 인정하면서도 자신들에 대한 세무조사는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4. 언론 기고자들의 언론관 분석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 때부터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 발표 때까지 언론개혁, 언론사 세무조사, 불공정 거래 조사, 신문고시 등에 관한 지식인의 글들이 신문에 많이 실렸다. 이 글들의 성격은 대체로 언론사의 반응과 비슷하다. 즉 대한매일·한겨레·경향신문에 실린 글들은 언론사 세무조사와 언론개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에 실린 글들은 언론탄압에 초점을 맞췄다.

1) 대한매일

2월 13일자에서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언론사 세무조사 탄압 호도 말라'라는 글에서 "언론사 세무조사는 조세정의 차원"이며 "(세무조사) 결과 탈세가 언론사의 본질적 기능을 해치는 것이면 그때 언론개혁의 문제"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교수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에 대해 "언론사 세무조사를 탄압으로 호도하기보다 제대로 된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것이 언론의 정도"라고 조언하고 있다.

2) 경향신문

4월 20일자 <정동칼럼>에 실린 '언론개혁 독자는 헷갈린다'는 제목의 글에서 김성기 교수(현대사상 주간)는 "언론개혁을 주장하는 측이나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는 측이나 모두 '언론자유'를 내세우고 있다"면서 "언론개혁이 일과성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김 교수는 "언론계가 먼저 언론개혁과 언론자유의 구체적 청사진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밖에 경향신문은 <이슈와 현장> 난에서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를 함께 싣고 있다. 원로 언론인 정경희는 "탈세는 오래된 권력형 비리"라고 주장했다. 정경희는 "언론이 사회의 공기이기보다 오너들의 사기(私器)로 기능"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오늘날 언론은 정부는 물론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는 최고의 권력기관"이기 때문에 "언론기관의 탈세는 오랜 기간 권력과의 밀착과정에서 생긴 권력형 비리"이며 "언론탄압은 군사정권 때나 가능한 흘러간 유행가"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성유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은 "언론개혁 본질은 언론을 권력화하는 낡은 법과 제도를 고치자는 것이며, 현재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있는 제도 내에서 신문시장을 좀더 투명하게 하기 위한 조치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성유보 이사장은 세무조사를 "법치주의의 테두리 내에서 적용"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학천 교수(건국대 신문방송학과)는 "언론사에 대한 정부의 세무조사나 공정위조사 등 언론정책은 오히려 때늦은" 것이라면서 "최근의 '언론탄압' 논쟁은 오랜 기간 묵인돼 온 불공정한 관행을 바로잡는 과정이 뒤늦게 이루어지면서 생긴 부작용"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배규한 교수(국민대 사회과학대학장)는 "세무조사 결과 정부 대 언론, 마이너 언론 대 메이저 언론, 여야 정당, 좌파 대 우파간에 감정적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무조건 언론을 매도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승조 교수(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원칙적으로 언론비리나 탈세는 제거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정치적 의도와 불순한 의도가 개입되면 아무리 좋은 의미의 개혁도 정당화될 수 없"는데 특히 "정부에 비판적인 몇몇 신문사의 비리만 문제 삼고 규모가 훨씬 큰 방송사는 건들지 않은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즉 한승조 교수는 "언론개혁을 빙자해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을 억압"하는 것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임광규 변호사(헌변)는 "언론사 세무조사에 투입된 인력, 조사 강도 특히 조사의 동기가 의심스럽다"면서 "돈을 많이 버는 언론사가 세금을 안 냈다면 조세법상 그 부분만 문제 삼아야지 이를 빌미로 언론이 특정계층, 기득권을 옹호한다고 비판하고 언론 개혁을 이야기하는 것은 조세법의 목적이 아니고 그 동기도 의심스럽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 변호사는 불공정 거래에 대한 조사도 "공정거래법을 이용해 신문 경쟁에 제동을 거는 발상"이라고 몰아부침으로서 "법으로 언론을 규제"하려는 "불법의 극치"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 한겨레

안상운 변호사(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정보공개시민운동본부장)은 '언론비리 국정조사를'이라는 제목의 <논단>에서 "국세청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의 조사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기에 앞서 "94년의 세무조사에 대한 진상"을 밝혀야 하고 이를 위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국정조사권을 발동"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과연 당시 김영삼 행정부가 언론탄압 목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한 것인지, 언론사가 망할 정도의 비리란 과연 무엇인지, 포착된 사주들의 비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추징했어야 할 세금은 얼마인지, 그런데도 세금을 추징하지 않음으로써 국고수입을 방기하고 과세의 정의와 형평성을 훼손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세무조사로 인해 그 이후 언론사의 보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등을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세화는 "이회창과 볼테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언론사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으로 규정한 이회창 총재를 비판하였다. 그는 "언론사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진정 언론 탄압일까, 아니면 족벌 사주들의 비위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조중동' 등 족벌신문들과 이 총재가 세무 조사를 언론 탄압이라면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속내는 족벌신문들의 편집권이 독립되어 있지 않음과 그들이 개혁에 반대하는 수구 기득권 세력으로 한 데 얽혀있음을 실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세화는 이회창 비판을 통해 족벌신문들의 편집권이 독립되어 있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4) 조선일보

2월 21일자 <시론>에 실린 '언론사 세무조사'라는 글에서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언론사도 받아야 할 세무조사는 당연히 받아야 한다. 언론사라고 예외가 주어져서는 안 된다"면서도 "모든 대형 세무조사는 궁극적으로 '정치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세무조사가 '언론개혁의 정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4월 4일자에는 '신문고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긴급좌담을 싣고 있다. 정부의 언론정책을 "비판적 신문에 대한 언론장악 의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실은 이 좌담에는 조용중 신문공정경쟁심의위원장, 남시욱 교수(성균관대, 전 문화일보 사장), 원우현 교수(고려대 신문방송학과) 가 참여했다.

이 좌담에서 조용중 위원장은 "언론에 대한 위협과 침묵 강요가 강도 높게 이뤄"지고 있으며 "국세청과 공정거래 위원회가 언론개혁의 본질을 훼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신문고시 부활 등 언론정책들이 "정치적 목적에 의해 추진"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정부가 신문을 "범죄집단으로 취급"한다고 단정한다면서 "신문에만 규제의 칼을 들이대는 것은 형평성을 잃은 처사"라고 주장한다. "언론개혁은 시대의 요청이며 반대할 사람이 없"다면서도 조 위원장은 "언론개혁을 둘러싼 대립은 '시장싸움'"으로 "'조선·중앙·동아'가 갖고 있는 70%의 시장을 군소신문이 어떻게 나눠 갖느냐의 싸움"에 "정부가 권력의 힘으로 개입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념적으로 언론계가 대립해 분열되어 있는 상황을 권력이 교활하리만큼 지능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정부역할의 정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조 위원장은 "비판적 언론에 대해서만 입막음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고 이를 "권력의 오만"이라고 주장한다.

원우현 교수는 "정부가 대북관계의 이데올로기적 변화에 발맞춰 언론을 보수와 진보로 나눠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면이 있"다면서 "정부의 변혁적 대북자세와 더불어 정부에 대한 동조를 이끌어내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원 교수는 "권력은 항상 언론에 거리를 두고, 언론은 권력을 비판해야 한다는 점에서 권력은 언론을 위해하려는 행동을 자제"하라고 주장한다.

남시욱 교수는 세무조사를 "권력이 언론에 대한 불만으로 '매'를 든 것"으로 보고 있다. "권력자가 언론비판에 대한 인내의 한계를 드러내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어서 그는 언론의 소유지분 제한을 "전체주의·집단주의적 발상"이라고 주장한다. "사주를 무력화시키려는 것으로 계급투쟁적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남시욱 교수는 좌담 이후에도 여러 차례 칼럼을 통해 세무조사를 비판하고 있다. 그는 7월 15일자 <시론> '원한·증오 신드롬'에서는 세무조사를 둘러싼 언론과 정부의 갈등을 '언론과의 전쟁', 족벌언론을 '비판 언론', 이들을 옹호하는 지식인을 '비판적인 지식인'이라 규정하고 있다. 그는 언론사의 탈세에 대한 추징과 사법처리를 엄정하게 할 것을 요구하는 데 대해 "원한과 증오에 불"타는 "언론의 정도와 원칙에서 일탈"한 행위로서 "'언론윤리를 망각한 행동"이라 꾸짖고 있다.

이어서 남 교수는 9월 25일자 <시론> "'필진사퇴 압력설' 밝혀야"에서 언론사 세무조사를 "김대중 대통령의 언론개혁 발언이 제1막, 국세청 세무조사가 제2막, 검찰수사가 제3막, 사법부 심판이 제4막"이라고 드라마에 비유하였다. 그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재판 첫 공판에서 정부로부터 '필진 사퇴 압력'이 있었다는 모두 진술을 근거로 "세무조사는 언론탄압용"이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언론개혁에 동의하는 언론에 대해 "정부 편에 서서 탈세만을 부각시킨" 것으로 "한국언론사의 치욕의 장"이라고까지 극언하고 있다. 그는 "언론사의 탈세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며"탈세 사실이 있으면 가감 없이 응분의 처분을 받으면 된다"고 주장하면서 언론사 세무조사가 "비정상적인 방법, 비정상적으로 많은 인원, 비정상적으로 긴 조사기간, 비정상적으로 엄청난 추징액을 매기고, 언론사 대주주 개인들에게 조사를 집중시켜 그들을 끝내 파렴치한으로 만들어 감옥에 넣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세무조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남시욱 교수는 12월 13일에도 ''회오리'가 지나간 자리'라는 <시론>을 실었다. 이 글에서 남 교수는 "정치권력이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 탈세조사를 통해 언론의 숨통을 조이려 했다"고 주장한다. 세무조사를 택한 것은 "합법적 방법을 동원하면 권력이 언론탄압을 한다는 비난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세무조사가 "먼지털이식·꿰맞추기식·부풀리기식 조사"였으며, "일부 사주들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사법처리를 전제로 세무조사가 진행된 인상을 주었"고, "'파렴치한 만들기 작전'도 동원되었다"고 주장한다. "언론이 끝내 굴복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4월 8일자에 실린 '개혁과 작전세력'이라는 <시론>에서 정진석 교수(한국외국어대·언론학)는 세무조사를 "언론을 억압하여 장악하겠다는 권력의 의도가 숨겨진 '탄압'"으로 규정하고 "언론사라 해서 세무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법은 없다"고 전제했지만 세무조사를 "권력의 '작전'에 따라 추진되는 표적조사"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여로 지목된 언론을 경영면에서 압박하고, 약점을 캐내 비판적인 논조를 약화시키려는 저의"가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또 "비판적인 언론의 논조를 위축시키고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발상을 지녔다면 정권의 도덕성은 가혹한 역사적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진석 교수는 6월 25일자에도 <시론>을 실었다. ''세금벼락' 맞은 신문들'이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정진석 교수는 "세금과 과징금으로 신문을 쓰러뜨리거나 과도한 은행빚을 지도록 만들어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신문사의 규모라든가 탈세의 규모는 제쳐두고 오로지 세금과 과징금 액수만으로 "정부에 비판적이라고 지목되었던 신문사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도록 되어 있"다고 편파적인 해석을 하면서 "언론활동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는 "권력의 비위를 거슬렀다가는 세무조사나 과징금의 불벼락이 떨어질 확률이 크"다는 주장가지 하면서 세무조사와 불공정거래 조사가 탄압임을 강변하고 있다.

또 조선일보는 '외압 의한 신문개혁은 참담한 일'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4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언론발전연구회' 간담회의 내용을 실었다. 주제발표를 한 장원호 교수(아주대)는 "언론개혁의 주체는 언론의 장래와 전문성을 위해 언론계 스스로여야 하고 최종 판단은 독자가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외부 압력이 가해지고 신문이 이에 의해 변하는 것은 참담한 일"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6월 26일자 <시론> '저 사람들이 제정신인가'에서 김동길 교수(연세대 명예교수)는 세무조사를 둘러싼 정부와 언론의 갈등을 '언론과의 전쟁'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오늘의 집권층이 야당시절에 언론 때문에 호되게 당해서 그 원한이 뼈에 사무쳤던 것일까"라고도 하고 "정부의 경제정책이나 대북정책을 다소 신랄하게(독자의 입장에서는 좀 시원하게) 비판해온 집들이 호되게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불순한 저의가 있음을 내비치려 애쓴다. "신문사나 방송사를 향해 문을 닫으라는 말이나 다름이 없다"고 신문사의 편을 든다. 그는 "언론은 최후의 독재권력으로 남아있다"는 말에 대해서도 신문개혁을 촉구한 107명의 언론학자에 대해서도 "저 사람들이 제정신인가" 주장한다. 이같은 김 교수의 발언은 느닷없이 논리적 비약을 해 "국고가 비어서 언론사로부터 추징금·과징금 명목으로 미화 4억657만 달러를 거두려는 것은 아니겠지만 북에 퍼주기만 중단해도 그만한 재원은 쉽게 마련될 수 있다"며 '퍼주기론'으로 글을 맺고 있다.

7월 1일자 <시론> '신문팔이 소년의 고민'에서 이만우 교수(고려대 경영대)는 신문사들의 탈루·탈세를 '납세자인 신문사와 과세 관청인 국세청이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이라고 기상천외한 해석을 내리고 있다. 이 교수는 "모든 기업을 '범법자'로 만드는 현행 세법체계도 좀 더 합리적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마치 신문사들의 탈세가 현재의 세법체계의 문제 때문에 나타난 억울한 일인 것처럼 보이도록 하고 있다.

소설가인 조성기 교수(숭실대)는 7월 4일자에 실린 '징세권이 권력의 칼인가'라는 <시론>에서 "언론을 개혁한다면서 그 일환으로 세무조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무리한 발상"이라 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해도 안 되고 저렇게 해도 안 되니 마침내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게 된" 것인데 "시점이 적절하지 못했고 법 운용의 형평성에 대해서도 문제의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전상인 교수(한림대·사회학)는 7월 5일자 <시론> '부끄러운 언론 내전'이란 글에서 아예 세무조사를 둘러싼 갈등을 "전쟁"에 비유하고 있다. "언론개혁이라는 대의를 부정할 시민도, 조세정의라는 규범을 폄하할 국민도 없다"는 전제를 내세웠지만 전 교수는 "언론개혁과 조세정의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이 거의 없다면서 오히려 "집권세력의 정치적 의도를 자못 궁금해하는 것이 세간의 솔직한 분위기"라고 주장한다. 전 교수는 족벌언론들의 세무사 조사결과에 대한 반발을 '이유 있는 반항'이라고 주장하며, 언론개혁을 찬성하고 세무조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여론을 '기획 민심'이라고 단정한다. "언론계 내부의 '간접적' 당사자"인 "메이저 방송사... 마이너 신문사"가 "국민들의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7월 10일자 <시론> '국민은 불안하다'에서 조명현 교수(고려대 경영학과)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이라고 규정한다. 조명현 교수에게 세무조사는 "(현 정부가)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신문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고, 정부 장악 매체를 총동원해서 공격"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 교수는 언론개혁을 시장에 맡기자고 주장한다. "정권에 아부하고 독자를 무시하는 신문"과 "시장에서 읽히지 않는 신문"의 퇴출이 진정한 언론개혁이라는 것이다. 이어서 그는 "언론 세무조사로 촉발된 사생결단식의 대결을 끝내"고 "탈세 등의 범법사실 유무에 대해서는 법의 공정한 심판에 맡기고, 진정한 언론 개혁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지혜를 모으"자고 주장한다.

소설가 이문열은 7월 2일자 <시론> '신문 없는 정부 원하나'에서 시민단체들의 언론개혁 요구를 "홍보의 탈을 쓴 정치적 프로파간다, 소수에 의한 다수 사칭 여론조작"으로 몰아부치고 있다. 국세청이 언론기업 탈세혐의를 검찰에 고발하는 것을 3개 방송사가 생중계하는 것이 "나치의 대 국민선전선동을 연상"시킨다고 말한다.

7월 16일자 <시론>의 필자 홍광훈 교수(서울여대 중문과)는 '누런 띠와 흰 갈대의 땅'에서 언론사 세무조사가 "결과적으로 언론탄압의 효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홍 교수는 탈세를 저지른 신문사들에 대해 "비판기능이라는 언론 본연의 사명에 충실한 언론사"로 규정하고, 언론개혁을 촉구해온 시민단체들을 "집권세력과 모종의 연대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추종세력"으로 지칭하면서 이들의 행태가 '문화혁명'을 닮았다고 주장한다.

7월 20일자에 실린 '한국의 그레이엄을 기다리며'라는 <기고>에서 박천일 교수(숙명여대 언론학)는 "한국언론 역사상 아마도 가장 치열한 권력과 언론간의 긴장관계"라면서 "'비판없는 한국 언론'"이라는 참담한 상황이 올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8월 9일자 <시론> '감시자로서의 시민단체'에서 유석춘 교수(연세대 사회학)는 언론사 세무조사의 "정치적 의도"가 명백하다고 주장하면서 "일부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홍위병'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방송인 전여옥은 12월 28일자에 실린 '2001년 언론계를 되돌아보니'라는 글에서 세무조사를 "세무조사로 포장한 언론손보기"로 해석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외국인들까지 동원했다. 3월 12일자에서 조선일보는 창간 81주년을 기념해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의 벤 브래들리(Ben Bradlee) 부사장과 가진 인터뷰를 실었다. 브래들리 부사장은 지난 1968년부터 91년까지 편집국장으로 있었으며, 「워터게이트 사건 폭로 기사」로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한 사람이라는 것이 조선일보의 설명이다.

이 인터뷰에서 브래들리는 "정부가 언론에 대해 강압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매우 염려스럽다. 세무조사의 경우 제조업은 하지 않고 신문업종만 한다거나 하는 경우 이는 언론탄압이고, 잘못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언론을 탄압한 대통령들은 실패해왔다. 세무조사의 방법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조선일보는 세무조사를 "현 정부에 대한 언론의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가 전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규정했기 때문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답변이다.

7월 23일자 <시론>에도 외국인이 등장하고 있다. 다나 로라버커(Dana Rohrabacher) 공화당 하원의원의 안보보좌관인 앨 산톨리는 '미 의회, 왜 한국에 관심 갖나'라는 글에서 세무조사를 "독립적 언론사들에 대한 국세청의 압력"이며 "언론사들에 대한 세금 추징은 한국에서 비민주적 군사정권 때 사용됐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 "국내의 비판에 대해 용인하지 못"하는 "언론탄압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0월 5일자 <시론>은 영국 가디언지의 편집인을 지냈던 피터 프레스틴의 글 'DJ 정권의 '위험한 선택''을 실었다. 영국 런던 옵서버 9월 30일자에 게재된 칼럼을 본인의 허락을 받아 요약했다고 편집자가 밝인 이 글에서 피터 프레스틴은 세무조사가 "궁지에 몰린 정부가 교묘한 탄압 방법을 새로 찾아낸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어서 조선일보는 외국에 있는 한국인을 등장시켜 언론사 세무조사를 비판한다. 4월 12일자에 실린 시론 '민주주의 언론이란'을 쓴 이항열 교수(미국 세퍼드대, 정치학)는 재미한인교수협회 회장이다. 이 글에서 이 교수는 한국 신문이 "보도의 정확성이나 비판의 공정성에 문제가 적지 않"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세무조사나 신문고시로 재단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언론개혁 과정에서도 자유시장 경제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며, 정부는 언론사들이 자율개혁을 하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장려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는 남북문제가 가장 중요하므로 "언론사의 세무조사와 신문고시는 2차적으로 해도 된다"고 말한다.

5) 중앙일보

허행량 교수(세종대)는 6월 20일자에 실린 '세무조사 나는 이렇게 본다'는 제목의 기고에서 "세무조사 결과가 국민이 세금을 탈루한 부도덕집단으로 언론을 매도하고 결과적으로 언론의 생명인 '신뢰도'를 해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허 교수는 "'언론개혁' 을 둘러싸고 언론계와 정부가 벌여온 그 동안의 갈등은 최종 승리자가 일반 국민이 되는 것으로 승화돼야 한다. 일반 국민이 자신이 좋아하는 신문을 골라서 마음대로 볼 수 있고, 언론계는 좋은 신문이나 프로그램으로 이러한 국민에게 보답하고, 정부는 이런 방향으로 언론산업을 지원하면 일반 국민이 최종 승리자가 될 수 있다."고 결론을 짓고 있다.

이동복 교수(명지대 객원교수)는 6월 28일자 <시론> '권언대결 반복되나'에서 "58년 '국가보안법 파동' 을 일으켰던 당시 자유당 수뇌부의 생각과 지금 '언론 세무사찰 파동' 을 밀어붙이는 현 정부, 여당 수뇌부의 생각 간에 유사성이 있"는 것처럼 쓰고 있다.

중앙일보에서 보기 드물게 이선희 교수(이화여대 예방의학)는 7월 1일자 <옴부즈만 칼럼>에서 "만의 하나 언론이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을 부당하게 탈루해 놓고 언론자유 침해라고 강변한다면 이는 사회적 공기를 사적 이익의 도구로 전용한 것에 다름 아니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양건 교수(한양대 법과대학장)는 7월 1일자에 실린 <중앙시평> '의심 받는 과세권'에서 세무조사가 "'세금의 외양을 띤 의도적이고 계산된' 조치로서 과세권이 행사되는 경우"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 근거로 양 교수가 들고 있는 것은 "정권 비판이 고조된 지금의 시점에서 세무조사가 이뤄지는 까닭이 달리 있지 않"고, "세무조사 방법 등에서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과세권 행사를 위헌적으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함으로서 마치 세무조사가 위헌적일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6) 동아일보

3월 12일자에 실린 재미언론인이라는 장동만의 <기고> '한국은 아직도 인치의 나라'는 세무조사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을 "세정업무에 대한 관여"로서 "월권적 행위"라는 주장이 글의 요지인데 글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가 없다. 아무리 <기고>지만 중앙일보가 왜 이런 글을 실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3월 20일자에 실린 <시론> '개혁해야 할 '언론개혁''에서 유석춘 교수(연세대·사회학)는  "언론매체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반대하지 않음을 밝히면서도 "소유구조가 '족벌적'이냐 '국민적'이냐를 기준으로 선악을 구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언론개혁을 "'운동'의 방법으로 강제하는 일은 일종의 인민재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용중 교수(고려대 석좌교수·신문공정경쟁심의위원장)는 3월 26일자에 실린 <시론> '권력, 왜 신문시장 흔드나'에서 '신문고시'가 "언론개혁의 일환으로 정부가 신문시장에 직접 개입하겠다고 나선 것"으로서 "설득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을 무력화하고 자연스러운 시장질서를 작위적으로 개편하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단정짓고 있다. 조 교수는 세무조사와 불공정거래 조사 및 신문고시를 "권력의 필요에 따라 되풀이되는 해제와 규제"라 주장하면서 "언론개혁은 그 본질이 완전히 훼손되고 말았다"고 한다. 그는 언론개혁을 둘러싼 언론들의 대립을 "오만한 권력개입의 책임"이라면서 "정부의 시장개입 때문에 언론개혁 자체가 성공할 수 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권력이 분별도 절제도 없이 신문시장에 개입했다는 평가만을 역사에 남기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교수는 7월 1일자에도 '신문 욕보이기'라는 <시론>을 싣고 있다. 그는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 발표는 흡사 군사정권 때의 간첩단 검거 발표"와도 같다면서 "막대한 세금추징"과 "몇 신문사의 사주들을 조세범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은 "치밀하게 짜여진 ... 시나리오"라고 주장한다. 그는 공권력이 "신문을 향한 전면전쟁"을 선포한 것으로 보면서 "신문사에 창피를 주는 데 더 열을 올리고 있"고 "세금추징이라는 처벌 외에 명예나 도덕성, 자부심에 최대한의 상처를 주어 신뢰를 잃게 하려는 저의"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세무조사가 "언론을 다루면서 탄압이니 간섭이니 하는 비난을 면하"려는 방책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4월 1일자에 실린 <창간 81주년 특별기고> '권력과 언론'은 레너드 서스맨 교수(컬럼비아대·프리덤하우스 수석연구원)의 글이다. 서스맨 교수는 세무조사가 "정부 비판에 대한 보복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5월 8일자 <시론> '언론 길들이기'에서 전용덕 교수(대구대·경제학)는 "세무조사는 언론개혁이 아니라 언론 길들이기를 위한 도구"로 보고 있다.

6월 26일자 <시론> '국세청 잣대는 법 위에 있나'를 쓴 김선택(전 삼일회계법인 삼일총서집필위원)은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이다. 이 글에서 김선택 회장은 언론사 세무조사가 통상적인 세무조사의 "수십 배의 강도"라고 주장한다.

언론인 여영무(법학 박사)는 6월 29일자 <시론> '벼랑 끝에 몰린 언론자유'에서 "권력과 언론간 갈등은 마치 아마겟돈을 보는 듯"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동아일보가 "일제하 나라 잃은 민족에게 반일 민족독립정신을 고취하면서 무수한 압수수색과 정간, 편집간부들의 구속과 정간 폐간 등 온갖 핍박을 견뎌내며 오늘의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의 터전을 마련했다. 해방 후에는 좌우갈등을 타넘고 민주국가 건설에 기여했고 자유당 시절 반독재투쟁을 거쳐 70년대 유신정권에 저항, 민주화투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세무조사가 "권력이 자유언론을 제약, 위축 또는 말살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면 ... 하지 않았을"  '무모한 일'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비판언론 길들이기, 재갈 물리기 징벌과 보복적 차원에서 비롯됐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언론개혁에 앞서 "청와대와 정당, 국회와 공공부문 등이 최우선적으로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7월 3일자 <시론> '언론이여 할 말은 해라'를 쓴 이민웅 교수(한양대·언론학)는 동아일보 객원논설위원이다. 이 글에서 이 교수는 세무조사와 신문고시에 대해 '증오', '간지(奸智)', '살기(殺氣)', '치기(稚氣)', '반목', '대립', '분열', '불길', '제2의 킬링필드', '음산' 등의 딱지를 붙이고 있다. 그는 세무조사와 신문고시 부활이 "합법을 빙자하여 정부의 실정(失政)을 가장 많이 비판해온 동아, 조선, 중앙 등 이른바 '빅3 신문사'의 재정 기반을 무너뜨리고 그 도덕성마저 훼손시켜 몰락을 유도하는 한편 독자가 몇 안 되는 친여(親與)지들의 시장 점유율을 높여주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고 말한다. "징세권 남용"과 "언론사주의 도덕성을 흠집내고",  '미운 놈 조지기'식의 표적 조사, 법 적용의 잘못, 부풀리기 때문에 "비판 언론은 신군부 5공 정권의 언론 통폐합 이후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한다.

이민웅 교수는 7월 19일에도 '신문의 힘 독자가 만든다'는 제목의 <시론>을 실었다. 이 글에서 이 교수는 "언론 권력의 기본적 성격은 영향력"이며 이 "영향력은 오로지 독자의 자발적인 동의와 공감에 의해 발휘"된다고 주장한다. "동아일보 등 '빅3 신문'의 사회적 영향력이 큰 것은 이들 신문을 보는 독자가 많을 뿐만 아니라 이들 신문의 기사와 논평에 대한 독자의 공감 내지 동의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있는 정치 시즌이 눈앞에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빅3 신문'의 편집국장은 모두 정치부 경험이 전혀 없는 경제통들로 바뀌었"으며 이것이 "권력의 오한 효과(chilling effect)가 나타나 비판 신문이 움츠러들기 시작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신일철 교수(고려대)는 7월 5일자 <금요포럼> '언론 입 막으면 정권 썩는데..'에서 "우리 언론은 일제 수난기와 군부독재의 가시밭길을 헤치고 민족언론, 반독재 자유언론의 길을 걸으며 '권력은 짧고 언론은 길다'는 역사적 진실을 입증해 왔다"고 주장한다.

소설가 이문열은 7월 9일에 '홍위병을 떠올리는 이유'라는 글을 실었다. 이 글에서 이문열은 언론개혁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에게서 "중국 문화혁명을 주도했던 홍위병을 섬뜩하게 떠올"린다며 그 이유로 "형식논리만 갖춰지면 못할 짓이 없었"고 "소수에 의한 다수 위장"과 "비전문적 정치논리에 의지한 전문성 억압", "우연의 일치치고는 너무 자주 그들의 견해가 정부 혹은 정권의 그것과 일치"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재봉 전 국무총리는 7월 11일자 <칼럼> '언론파동은 정치드라마'라는 글에서 "권력강화를 위하여 정치는 때로 언론을 통제해 보려는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고 전제하고 대통령이 언론의 정치적 영향력에 불만이 많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검증할 수 없다"고 한 발 빼면서도 "정권 재창출, 연방제 또는 연합제 개헌, 김정일 답방 등이 목적"이라고 근거도 없이 주장하고 있다. 그는 2000년 8월 언론사 사장단 방북에 동아일보사 조선일보가 빠진 것이 "정면으로 정권에 도전장을 낸 셈"이었다고 주장한다.

7월 16일에는 이만갑 교수(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의 '타협의 길 제시하자'는 글이 실렸다. 이 교수는 "언론사 세무조사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과 언론계의 공방에 참여"한 지식인이 "지식인 본연의 자세에서 크게 벗어나 정치단체나 이익단체에 밀착해 마치 대리전을 치러주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면서 이를 개탄하고 있다.

4. 맺음말

우리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언론의 권력기관화'이다. 언론이 권력기관이 되어버린 원인은 정치권력의 탓이다. 늘 정당성의 문제를 안고 있던 정치권력은 여론을 통제하거나 조작하고 싶어했다. 지난날의 정언유착은 언론의 통제 필요성을 느낀 정권이 당근을 주면서 주도한 측면이 강하다. 지금의 정언유착은 언론이 자사의 이익을 위해 주도하며, 언론비판에 나약한 면을 보이는 정치권과 재계가 끌려가는 상황이다.  

이렇게 권언유착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비판적인 지식인으로서의 언론인들이 설자리를 잃어버렸다. 언론소유구조의 집중화가 이루어지면서 언론이 언론사 사주 개인의 사유물화되었기 때문이다. 사주 개인에게 집중된 소유권은 편집권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 언론사 소유주의 권력지향이 그대로 편집에 반영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문 보도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사주 자신의 이해관계가 우선적으로 반영되는 언론보도가 공정한 잣대에 근거한 정당한 비판이 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나아가 언론사를 성장시키려는 사주가 정치권력이나 자본과 함께 권력동맹을 형성하면서 정치권력, 그리고 재벌의 이해관계도 충실하게 반영하게 된다. 게다가 최근에는 언론인이 아닌 지식인들도 안타깝게 설자리를 잃게 되어버렸다.  

언론개혁은 민주적 저널리즘의 제자리를 찾기 위한 노력이다. 신문의 경우 신문의 공정·사실보도 기능의 회복이 바로 개혁 목표인 것이다. 이를 위한 한국언론의 발전 방향은 소유와 경영의 투명화와 합리화, 공정한 시장행위와 경쟁 체제의 확립, 다원주의적 신문시장 구조, 독자 주권의 확립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사 세무조사나 신문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한 신문고시의 실시가 아닌 올바른 언론개혁이 시급한 상황이다. 언론이 바로 서지 않으면 사회가 바로 서지 못하고, 언론개혁이 먼저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른 분야의 개혁도 불가능하다.

* 필자는 현재 정치학 박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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