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일(일) 밤에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미술상,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 등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브루탈리스트’가 주연배우 애드리언 브로디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롤 크롤리 촬영감독이 촬영상을 수상, 대니얼 블럼버그 음악감독이 음악상을 수상하는 등 3관왕을 획득했다.
![]() ▲ 제97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브루탈리스트’의 애드리언 브로디 © 임순혜 |
‘브루탈리스트’는 미국으로 건너온 건축가 라즐로의 일대기와 건축물을 완성하는 과정의 기나긴 여정을 다룬 영화다.
‘브루탈리스트’는 전쟁의 상흔을 뒤로하고 미국에 정착한 건축가 라즐로 토스(애드리언 브로디)가 미국 이민자의 냉혹한 현실 속에 전쟁의 트라우마를 견뎌내던 어느 날, 라즐로의 천재성을 알아본 부유한 사업가 해리슨(가이 피어스)이 기념비적인 건축물 설계를 제안해 라즐로가 건축을 하며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 ▲ 영화 ‘브루탈리스트’의 한 장면 © 유니버셜픽쳐스 |
라즐로 토스는 전쟁의 상처와 흔적에서 영감을 받아 혁신적인 디자인을 창조해 내나, 시대와 공간, 빛의 경계를 넘어 대담하고 혁신적인 그의 건축 설계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후원자 해리슨의 감시와 압박, 주변의 비난이 거세질수록 오히려 더 자신의 혁신적인 브루탈리즘 건축에 자신을 투영하던 라즐로는 결국 공사를 중단하게 된다.
![]() ▲ 영화 ‘브루탈리스트’의 한 장면 ©유니버셜픽쳐스 |
애드리언 브로디는 라즐로 토스 역을 맡아, 발 디딜 곳 없이 소속이 불분명한 이민자로서 삶의 연대기와 전쟁의 트라우마를 혁신적인 건축 예술로 승화시킨 천재 건축가 라즐로 토스의 30년에 걸친 삶의 궤적을 완벽히 그려낸다.
애드리언 브로디는 ‘피아니스트’에서 유대인 작곡가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을 연기해, 2003년, 최연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당시 만 29세) 했다.
![]() ▲ 영화 ‘브루탈리스트’의 한 장면 ©유니버셜픽쳐스 |
애드리언 브로디는 “나의 삶에 큰 영향을 준 두 가지 요소에서 영감을 받았다. 헝가리 난민의 아들로 자란 실제 경험과 ‘피아니스트’에서 스필만을 연기했던 기억을 떠올렸다”며 영화 ‘피아니스트’의 경험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 라즐로 토스를 연기했음을 밝혔다.
‘라즐로 토스’와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은 완전히 다른 캐릭터이지만, 난민으로서 미국에 도착한 라즐로의 끔찍한 경험과 상실감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어 탄생한 ‘라즐로 토스’ 캐릭터는 이성적인 인물의 심리적 붕괴 과정을 날카롭게 그려내며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다.
![]() ▲ 영화 ‘브루탈리스트’의 한 장면 ©유니버셜픽쳐스 |
라즐로의 아내 에르제벳 토스 역은,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제인 호킹 역을 통해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펠리시티 존스가 맡아, 조용하지만 강인한 내면의 힘을 가진 에르제벳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 에르제벳의 고통과 고난을 화면 가득히 생생하게 담아냈다.
![]() ▲ 영화 ‘브루탈리스트’의 한 장면 © 유니버셜픽쳐스 |
라즐로 토스’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건축물 설계를 제안하는 진보적인 사업가 해리슨 리 밴 뷰런 역은, ‘프로메테우스’, ‘아이언맨 3’, ‘메멘토’ 등 맡은 작품마다 강렬한 인상을 선사한 가이 피어스가 맡아, 극이 진행될수록 라즐로의 구원자이자 고통을 주는 존재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이 피어스는 겉으로는 친절하고 호의적이지만, 때때로 분노와 폭력성을 드러내는 해리슨의 캐릭터를 완벽 소화해, 변덕스러운 본성을 바탕으로 권력과 통제에 대한 갈망을 심도 있게 표현하며, 자본주의의 극단적 과잉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극의 긴장을 불어넣는다.
![]() ▲ 영화 ‘브루탈리스트’의 한 장면 © 유니버셜픽쳐스 |
‘브루탈리스트’는 215분이라는 러닝타임 가운데, 공연 작품과 같이 극의 중반부에 15분의 인터미션 시간을 배치해 영화를 두 개의 독립된 장으로 구분한다. 전반부가 미국에 정착하게 된 라즐로(애드리언 브로디)의 험난한 여정이 담았고, 후반부는 그의 아내 에르제벳(펠리시티 존스)이 미국에 합류한 이후의 이야기를 나누어 그리고 있다.
애드리언 브로디가 건축하려한 브루탈리즘 건축 양식은 1950년대 영국에서 전후 복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등장한 건축 양식으로, 노출된 콘크리트나 벽돌과 같은 소재의 본질을 드러내는 미니멀리즘 구조로, 장식적 디자인보다 구조적 요소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 ▲ 영화 ‘브루탈리스트’의 한 장면 ©유니버셜픽쳐스 |
‘브루탈리스트’를 준비하던 브래디 코베 감독은 실제 건축학자인 장 루이 코헨의 자문을 통해 전쟁으로 인해 강제 추방당하고 다른 나라에서 다시 건축가의 삶을 살았던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브래디 코베 감독은 각본가 파스트 볼과 함께 새로운 인물과 스토리를 창조하기로 해, 천재 건축가 라즐로 토스의 30년에 걸친 삶을 바탕으로 브루탈리즘 건축물까지 7년의 세월을 투자해 ‘브루탈리스트’를 스크린에 담아냈다.
브래디 코베 감독은 “브루탈리즘 건축물이 차갑고 엄격한 동시에 기념비적인 건축 양식”이라며, “사랑받기도 하지만, 그만큼 미움도 받는 브루탈리즘 건축물은 사람들이 즉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중에게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걸리나, 이 부분이 이민자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며 20세기 중반 전후를 배경으로 한 브루탈리즘 건축 양식이 주인공 라즐로의 핵심 서사를 관통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했다.
![]() ▲ 영화 ‘브루탈리스트’의 한 장면 ©유니버셜 픽쳐스 |
‘브루탈리스트’는 전후 시대의 브루탈리즘 건축가 라즐로의 삶과 그가 완성해 나가는 브루탈리즘 건축물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20세기 중반 뉴욕을 디자인한 경험이 있는 프로덕션 디자이너 주디 베커가 맡아 정교하게 재현해 낸다.
주디 베커는 “이번 영화의 가장 큰 도전은 단순히 시대에 맞는 세트와 장소를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라즐로의 삶과 투쟁을 상징하는 문화센터를 직접 만들어내는 것이었다”고 극 중 등장하는 문화센터를 통해 라즐로가 완성해 가는 건축물이 영화의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상징임을 전한다.
주디 베커는 “이 건물은 시각적으로 강제 수용소와 연결되어야 했기 때문에 수용소의 이미지를 연구해야 했다. 이 과정은 힘들었지만 라즐로의 과거를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이었다”며, 자신이 뉴욕에서 자라던 시절, 동네의 유대교 회당인 시너고그가 다윗의 별을 꼭대기에 달고 있었던 점에서 착안하여 십자가 모양의 센터를 떠올렸다 한다.
![]() ▲ 영화 ‘브루탈리스트’ 포스터 © 유니버셜픽쳐스 |
영화 속 센터의 십자가는 강제 수용소의 막사를 연상시키는 건물의 하부 구조물 위로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을 띠며, 라즐로의 예술적인 재능과 트라우마, 그리고 투쟁 속에서 작품을 완성하려는 고군분투의 증표로 자리 잡아, 라즐로가 겪은 트라우마와 그의 심리를 구체화한 공간인 문화센터를 구현했다.
제81회 베니스 영화제 은사사장 수상한 ‘브루탈리스트’는 첫 선을 보인 후, “이민자의 경험을 담아낸 거대한 교향곡 같은 작품, 대담하고 야심 찬 건축, 그리고 영화“(Hollywood reporter), 가장 전율적인 영화 경험(VOGUE), 가장 대담하고 혁신적인 예술 작품(Rolling Stone), 전율을 일으키는 걸작, 압도되는 동시에 황홀하다(The Guardian), 독창적이고 유일무이한 영화의 탄생,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영화(Callider) 등의 찬사를 받았다.
미국으로 건너온 천재 예술가의 삶과 고통을 경이로운 예술로 담아낸 ‘브루탈리스트’는 2월12일 개봉해 절찬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