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가 KBS 세월호 10주기 다큐에 대해 총선 영향권을 이유로 연기 방침을 정하자 강하게 반발하며 박민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윤창현)는 오는 4월 18일 방영 예정인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에 대해 KBS 제작본부장이 총선 영향권을 이유로 6월 연기 평성 방침을 지시한 것을 두고,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조는 16일 ‘10년 전으로 돌아간 KBS, 박민 사장은 즉각 사퇴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강한 반발을 보였다.
노조는 “KBS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방송 지연 행태는 과연 10년 전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세월호 유가족을 ‘정권 타도에 앞장선 불순한 유가족’과 ‘애도하고 슬퍼하는 순수한 유가족’으로 갈랐던 박근혜 정권, 해당 방송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주장한 제작본부장과 그를 임명한 박민 사장은 놀랍도록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태는 결코 한 프로그램 방영 지연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은 오보를 쏟아내고 인권을 침해했으며 청와대 개입까지 받아들인 한국 언론이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반성과 결단의 표현”이라며 “이런 표현의 자유를 틀어막는 KBS는 다시 10년 전 KBS로 회귀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박민 사장은 2014년 길환영 사장을, 이제원 본부장은 2014년 보도국장을 기억하라”며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전국언론노조 성명 전문이다.
10년 전으로 돌아간 KBS, 박민 사장은 즉각 사퇴하라
오는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주기가 되는 날이다. 이틀 후인 18일 KBS <다큐인사이트>에 편성된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가 이제원 제작본부장의 지시로 제작 무산 위기에 처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성명에 따르면 이 본부장은 해당 다큐멘터리의 방영 시기가 ‘4.10 총선 앞뒤 두 달이 총선 영향권’에 든다는 이유로 6월 편성을 지시했다고 한다. 세월호 유가족뿐 아니라 어떤 국민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다.
다른 때도 아닌 세월호 참사 10주기다. 박민 KBS 사장과 제작본부장은 2014년 5월 7일을 기억하는가. ‘전원 구조’라는 오보에 그치지 않고 급기야 보도국장이 세월호 희생자 수를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비교해 “많지 않다”고 말한 사실이 불거진 직후였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날 밤. 유가족이 아이들 영정을 들고 안산에서 KBS로 온 그날 말이다.
보도국장 파면과 사장 공개 사과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유가족은 청와대 앞으로 향했다. 긴 시간 대치 끝에 결국 길환영 KBS 사장이 나와 유가족에게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그 순간까지 유가족의 손에는 영정과 국화꽃, 그리고 시민들이 건넨 카네이션이 들려 있었다.
길환영 사장 사퇴로 이어진 그때로부터 10년이 지났다. 오는 4월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하고 10년 동안 우리 사회는 얼마나 안전해졌는지 돌아볼 중요한 시간이다. 공영방송에게는 신뢰가 무너지고 책무를 방치했던 그때로부터 얼마나 달라졌는지 반성할 시간이기도 하다.
KBS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방송 지연 행태는 과연 10년 전과 무엇이 다른가. 세월호 유가족을 ‘정권 타도에 앞장선 불순한 유가족’과 ‘애도하고 슬퍼하는 순수한 유가족’으로 갈랐던 박근혜 정권, 해당 방송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주장한 제작본부장과 그를 임명한 박민 사장은 놀랍도록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 사태는 결코 한 프로그램 방영 지연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은 오보를 쏟아내고 인권을 침해했으며 청와대 개입까지 받아들인 한국 언론이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반성과 결단의 표현이다. 이런 표현의 자유를 틀어막는 KBS는 다시 10년 전 KBS로 회귀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017년 공영방송 정상화 투쟁 중에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약속했다. “탄압받은 공영방송 노동자의 정상화가 아니라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파업”이라는 약속이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세월호 유가족뿐 아니라 모든 시민과 함께 투쟁에 나설 것이다. 박민 사장은 2014년 길환영 사장을, 이제원 본부장은 2014년 보도국장을 기억하라.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사퇴하라. 사퇴만이 당신들이 할 수 있는 공영방송 책임자의 마지막 소명이다.
2024년 2월 16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