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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죽이기'로 보낸 굿데이 1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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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한별
기사입력 2003-11-17

<굿데이> 이건 기자와 김병현 선수(보스톤 레드삭스)의 몸싸움시비가 사건 1주일째 접어들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들고 있습니다.    '폭행죄' 피소와 <굿데이>측 증인 노모씨의 선제 기자회견 등으로 수세에 몰린 김병현 측에서 '초상권 침해'와 '명예훼손' 등을 문제삼아 강력한 법적 대응을 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지요.  

김병현의 공식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스토리아의 이재승 실장은 15일 "이모씨가 기자임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허락없이 사진을 찍은 점(초상권 침해)과 이씨가 소속한 스포츠신문사의 보도 내용 역시 김 선수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점(명예훼손) 등을 물어 법적으로 대응할 뜻이 있음을 밝혔습니다.   그러자 <굿데이> 측에서는 자기들로서는 공정하게 보도했기 때문에 김 선수 측에서 '명예훼손'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소리라고 일축했다는군요.

자, <굿데이>의 콧방귀가 얼마만큼의 진실을 담보하고 있는지는 나중에 법정에서 가려질 테지만, 그 전에 우리끼리라도 먼저 굿데이가 과연 자신의 주장처럼 공정보도를 했는지 한번 알아보자구요.  그런데 왜 이런 짓을 하느냐구요?  아, 그거야 물론 재미삼아 하는 거지요.  덧붙여, 우리 네티즌들도 눈이 있고 귀가 있다는 걸 보여줄 겸 해서.  요즘은 바야흐로 인터넷 시대 아닙니까?

<굿데이>의 1주일

▲굿데이, 2003.11.10, 1면     ©굿데이

먼저, 충돌사건이 처음 불거진 지난 10일, <굿데이> 1면을 장식한 톱기사입니다.   '병현 폭력'이라 아로새긴 큼지막한 타이틀 옆으로 마치 깡패처럼 게슴츠레 눈을 뜨고 노려보는 김병현 선수의 조폭스런(?) 모습이 보이시죠?.  그 밑으로 '본지 기자 갈비뼈 부상'이란 글자와 더불어 붉은 피가 튀기는 섬뜩한 그림도 눈에 띄는군요.   그런데 이게 무슨 상관?   <굿데이> 이건 기자도 몸싸움 중에 넘어져 갈비뼈만 다쳤다고 했지 피를 흘렸단 말은 입도 뻥끗 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굿데이, 2003.11.11, 1면     ©굿데이

전날과는 달리 '폭력'이란 글자에 작은 따옴표를 둘렀군요.  그러나 전체적으로 "명백한 폭력.재물손괴, 사과 한 마디 없어 유감"(<굿데이>측 변호사의 멘트), "피해기자 뼈 금가고 늑골 부어 고통 호소"(<굿데이>의 친절한 부연설명) 등 자사에만 유리한 기사들로 일면을 가득 채운 <굿데이>의 기사관행은 어제나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김병현 선수는 사건이 벌어지자마자 자신의 홈피에 장문의 고백글을 올렸습니다.(10일)   그는 이 글에서 '손가락파동' 등을 둘러싼 메이저리그에서의 생활, 그리고 <굿데이> 기자의 무례한 침입과 몸싸움 등등에 관해 자신의 심경을 진솔하게 서술했더랬지요.  

대부분의 신문지들은 그 다음날(11일) 김 선수의 홈피글을 비중있게 다뤘습니다.  비록 형식적이나마 쌍방의 목소리를 공평하게 싣는 모양새는 갖출려고 한 거지요.  그러나 <굿데이>는 김병현 선수의 글을 끝내 외면한 채 오직 자사에게 유리한 기사들로만 지면을 떡칠했습니다.  '병현 폭력에 대한 각계의 소리'를 듣는다면서 남이 하지도 않은 말들까지 멋대로 조작.창작.날조해 가면서까지 말이지요.(신학림 위원장과 선균관대 송교수의 반박글 참조)

▲굿데이, 2003.11.12, 2면     ©굿데이

12일에는 김병현의 기사를 1면 대신 2면 상단에 배치, 10일의 삐딱한 그림을 다시 한 번 소개하면서 "'병현 폭력' 국제 망신"이란 제목을 뽑았습니다.   그런데 "일본 주요 스포츠지에 일제히 인용 보도"되면 자동적으로 '국제망신'이 되는 건가요?   내 눈엔 이게 제목 그대로 김병현 선수를 국제적으로 망신주자는 기사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굿데이>는 이날도 김병현의 홈피글을 자세하게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31면 기사(김병현 내주 초 경찰 출두)를 통해 쌍방의 주장이 상충된다고 떠벌이면서 김병현 선수가 홈피에서 이건 기자와 다른 주장을 폈다는 말만 간단히 덧붙였을 뿐입니다.   '국민의 알권리' 운운하며 스포츠센터에서 운동하고 나오는 김병현 선수를 몸싸움씩이나 벌여가면서 찍어댄 <굿데이>가 정작 가장 중요한 기사가치를 지닌 김병현 선수의 홈피글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게 어딘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굿데이, 2003.11.13, 1면     ©굿데이

"BK도 트레이드"(가능성)이 13일자 굿데이 1면을 장식한 톱기사 제목입니다.   그림 중간에 엡스타인 단장의 얼굴과 더불어 어느 영화 제목을 연상시키는 "기자 폭행 사실도 알고 있다"는 멘트를 덧붙여, 마치 테오 단장이 BK의 <굿데이> 기자 폭행과 연관하여 그를 트레이드시킬 생각을 갖고 있다는 착각마저 불러 일으키는군요.  그런데 이건 얼마나 신빙성 있는 기사일까요?    '트레이드'란 말 밑에 '가능성'이란 글자를 자그맣게 처리해서 붙여넣은 까닭 또한 궁금해지는군요..   

▲굿데이, 2003.11.13, 31면     ©굿데이

"'e판死판' 사이버 테러"란 제목을 붙인 이날자 31면 기사도 빼놓을 수 없는 기사지요.   <굿데이>의 일방적이고 악의적인 기사를 보다 못해 들고 일어난 네티즌들을 향해 <굿데이>는 "범죄행위", "공개처형하는 듯한 인상" 등의 섬뜩한 용어들을 동원, 극렬하게 비난하는 한편, 자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항의와 질타마저 "극히 일부 네티즌이 주도하고 있는 사이버테러"일 뿐이라고 축소.왜곡하는 기사를 버젓이 게시했습니다.   정말 용감무쌍한 신문지죠?

▲굿데이, 2003.11.14, 1면     ©굿데이

그리고 11월 14일, <굿데이>의 1면이 다시 한번 화려하게 변신합니다.  "들어올려 벽에 쳤다".    와우!   정말 가공할만한 내용 아닙니까?    사건 당사자인 김병현 선수의 홈피글이 행여 독자들에게 알려질새라 극력 입을 막던 <굿데이>가 자기측 증인으로 나선 노모씨의 기자회견에 대해선 처음부터 끝까지 미주알고주알 죄다 까발리는 지극정성을 보이는 모습이 정말이지 눈물겹습니다.   쓰러진 기자 발로 위협.... 처절하게 당했다"는 멘트는 지금 봐도 압권이로군요.     

참, 1면 그림 밑에 빨간 상자로 둘러싸인 'CCTV는 알고 있다'는 글자가 보이시죠?   <굿데이>는 이때부터 'CCTV'를 강조하기 시작합니다.   노모씨의 증언을 다시 한번 소개한 31면 기사제목도 "CCTV에 진실 담겨 있다" 입니다.   전체 상황이 다 찍힌 것도 아니고 앞부분은 모자이크 처리돼 있고 <굿데이> 측에 유리한 결정적인 1분 장면만 찍혀 있다는 CCTV를 <굿데이>가 이처럼 부각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병현 폭력'(10일) - '병현 피소'(11일) - '병현폭력 국제망신'(12일) - '병현 트레이드 가능'(13일) - '(병현) 들어올려 벽에 쳤다"(14일)로 이어지는 <굿데이>의 숨가쁜 보도가 숨을 고르듯 15일에는 일단정지상태에 들어갑니다.   일주일 내내 김병현 기사로 도배하는 건 너무 무리라고 생각한 것일까요?    그럼 이때 다른 스포츠지는 무엇을 보도했는지 잠시 알아 보도록 하죠.  

▲스포츠서울, 2003.11.15, 1면     ©스포츠서울

"2년에 1000만 달러, BK 보스톤 재계약 사인만 남았다~!"   <스포츠서울> 1면탑을 장식한 기사입니다.   물론 이런 내용은 절대 <굿데이>에 보도되지 않지요.   불과 이틀 전(13일) "BK 트레이드 가능성"이란 기사를 'BK 폭행'과 묶어 1면탑으로 대대적으로 보도한 <굿데이>가 이런 사실을 내보낼 수나 있겠습니까?     대신 <굿데이>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기사를 한 번 보십시오. 

▲굿데이, 2003.11.17, 2면     ©굿데이

 "요미우리 '폭행 BK 대신 진필중'"(17일자 2면).   도대체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될까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김병현 선수가 그보다 한 수 아래인 일본에서 뛰고 싶어 안달이라도 났다는 건가요?    아님 김병현 선수가 일본의 요미우리에서 뛰고 싶다고, 제발 받아달라고 사정이라도 했다는 건가요?    그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는 나로선 어떻게 이런 게 기사꺼리가 될 수 있는지 도무지 아리송하기만 합니다. 
 
자, <굿데이>의 1주일을 두루 살펴보신 소회가 어떠십니까?    굿데이가 정말 공정하게 보도했다고 생각하십니까?    혹은 지면을 사유화해 '김병현 죽이기'에 나섰다고 생각하십니까?  

<굿데이의 1주일> 안에 한국 언론의 문제점이 총체적으로 압축되어 있습니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쓰기, '국민의 알권리' 내세워 허접한 기사들로 지면 도배하기, 자사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읊어대기,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남이 하지도 않은 말까지 멋대로 창작하고 나중에 파문 일면 '나 몰라' 하기, '가능성' 운운하며 확실하지도 않은 미확인 루머를 남발하기... 기타 등등.  

"너, 취재거부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어?"라고 소리치는 기자들의 시건방진 관행 같은 건 아예 목록에서 제외시겼습니다.   "기자 여러분들도 바뀌셔야 합니다"는 한 마디에 대뜸 김병현 선수를 향해 "저 새끼, 존나 싸가지 없네"라고 욕하는 대단한 기자분들에게 뭐라 할 말이 있겠습니까?    아니 그렇습니까?   "싸가지가 존나 많으신" 한국의 기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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