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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농장 부부의 후덕한 인심에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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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관
기사입력 2011-10-03




↑↑ 황보인 임옥자 부부가 환하게 웃고 있다.
ⓒ 김철관
“여보시오. 사과밭 사진만 촬영하지 말고, 이리와 한잔 하시오.”

지난 23일 오후 충북 제천시 덕산면 성암리 월악로 2398번지에서 ‘꿀 사과농장’을 운영하는 황보인(63) 농장주의 부름이었다.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 아름다운 사과나무에 매료돼 잠시 내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데, 그의 부름에 일행들과 함께 합세를 했다.





 
↑↑ 황보인 임옥자 부부가 운영하는 꿀 사과농장에 열린 사과
ⓒ 김철관
 
지난 23일(일요일) 오전 금산세계인삼엑스포장을 떠나 서울로 가는 승용차 안에서 후배들이 충북 제천에 맛있게 닭볶음탕을 잘하는 음식점이 있다고 해 그곳으로 향했다. 막상 맛을 보니 별미가 아니었다.

주 메뉴 보다 반찬으로 나온 곰치 나물, 매실장아찌 등이 입맛을 돋우는 듯했다. 기왕 이곳에 왔으니 충주호에서 배를 타고 단양팔경을 구경하자는 후배들의 말에 그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청풍명월로 유명한 청풍의 문화재단지를 관람했다. 충주호를 건설하면서 이곳으로 이전한 문화재가 모인 장소였다.

청풍문화재단지를 승용차로 빠져 나와 가는 길가에 붉은 사과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꽃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용차를 운전하는 후배에게 잠시 멈춰 사진을 촬영하고 가자고 해 멈춘 곳이 바로 황보인(성씨는 황보, 함자는 인) 농장주가 운영하는 ‘꿀 사과농장’이었다.

그의 정감 있고 후덕한 인심이 일행을 끌리게 했다. 농장주인 황보인(63)·임옥자(59) 부부가 앉아 사과를 깎고 있었다. 물론 황보 씨는 오랜 친구와 약주를 한잔을 하고 있었다. 이들 부부는 사과를 그냥 두면 썩지만 깎아서 말리면 오래 보관(사과 곶감)해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 황보씨 부부가 사과 곶감을 만들기 위해 깎아 놓은 사과.
ⓒ 김철관




↑↑ 사과를 깎고 있는 모습. 소주 한잔 하라고 일행들에게 앉으라고 말하고 있는 황보 씨.
ⓒ김철관
황보 씨 부부는 서 있는 우리들을 보자 대뜸 앉으라고 했다. 그리고 일행들에게 소주 한잔을 따라줬다. 그리고 얼마 전 이웃집에서 누룩으로 직접 비진 동동주를 선물 받았는데, 그 동동주를 가지고와 따라주는 것이 아닌가.

식혜같이 밥알이 둥둥 떠 있는 동동주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태어나 그런 술을 마셨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직접 재배한 사과, 포도 등을 마구 가지고 왔다. 너무 인심이 훈훈했다.

35년 째 이곳에서 살고 있는 황보 씨는 어린이 집 버스 기사가 주업이었다. 아내 임씨는 면 소재지에서 만물상을 운영하는 사장이었다. 본업을 하면서 부부가 틈틈이 사과밭을 가꾼 것이 바로 ‘꿀 사과농장’이었다. 이들 부부는 주5일제 근무로 인해 이틀을 쉬기 때문에 농장 일에 더욱 관심이 간다고 했다. 혼기가 찼는데 장가와 시집을 가지 않은 아들과 딸, 세 자매(2남 1녀) 얘기도 재미있게 들려줬다. 자식들이 아주 멋있고 훌륭하게 느껴졌다.




↑↑ 이들 부부가 수확해 팔려고 내놓은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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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나무 밑 은박지는 사과 밑을 익게 하는 도구이다.
ⓒ 김철관

먼저 농장주 황보인 씨가 말문을 열었다. “어릴 적부터 사진관을 운영해 사진사가 직업이었다. 36년 전 처가인 경북 풍기에서 사과농장을 했다. 처가 마당에 심은 나무에 열린 빨간 사과가 너무 부럽게 느껴졌다. 바로 사과 농장을 한 이유이다.”





↑↑ 카메라 장식장, 이들 부부의 과거 행적을 말해주고 있다.
ⓒ 김철관
그는 재배한 사과의 종류도 얘기해 줬다. “추석에 수확하는 것이 ‘요가’이다. 10월에 따는 것이 '신희로사키'라는 사과다. 조금 있으면 수확에 들어간다. 그리고 서리가 내려야 따는 사과가 '부사'이다. 우리 농장에서 세 종류의 사과를 수확하고 있다.”

이어 “오고 가는 사람들이 길가 빨간 사과농장을 보고 너무 좋아해 많이 들린다”면서 “손님들이 우리 농장을 사랑을 해주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사과나무 밑에 길게 깔려 있는 은박지가 궁금했다. 황보 씨는 빙긋이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사과 밑이 햇볕에 닿지 않기 때문에 빨갛게 익으라고 깔아 놨다. 햇빛이 반사를 하면 사과 밑도 잘 익는다.”

황보 씨 부부가 살고 있는 이곳 농장에서 월악산 주봉인 상봉(1097m)이 한 폭의 그림같이 펼쳐졌다. 아내 임씨가 자연스레 월악산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월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조성돼 정말 멋있다. 하지만 요즘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돼 가보면 쓰레기가 방치돼 있어 아쉽다. 등산객이나 관광객들의 의식도 문제지만 정부가 각별히 관심을 갖고 깨끗이 운영하게 해야 한다.”

이어 황보 씨 가문과 결혼을 하게 된 사연도 잠시 소개했다.

“결혼하기 전 70년도에 여자친구 9명과 친정 인근에 있는 소백산으로 등산을 갔다. 당시는 카메라가 귀해 사진사를 데리고 다녔다. 남편이 사진사로 따라왔고, 당시 사진들은 다 친구들과 나눠 가졌다. 하지만 내가 주목나무에 올라가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그이가 사진관에 걸어 놓았다. 친구들이 얘기를 해 가보니 진짜 걸려있었다. 떼라고 여러 번 실랑이를 했는데, 바로 이것이 정이 들었는지 혼인을 하게 됐다. 그는 사진만 촬영했던 사람이다.” 그의 친정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 집안이었다. 물론 임씨도 현재 교회를 열심히 나가고 있다.




↑↑ 맛있는 동동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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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추와 가지 그리고 강아지가 자라는 텃밭 공간이다.
ⓒ 김철관
황보 씨의 오랜 친구인 중대장 출신 황춘학(64) 씨도 우리를 몹시 반겼다. 두 사람은 개가 맺어준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30년 전 서로 개를 가지고 있었는데, 당시 두 개를 교배를 시켰다. 그 후 개 사돈으로 서로 부르면서 잘 지내고 있다. 그가 팔순을 넘은 모친이 많이 아파 모시고 있다. 효자이다.”

경상도가 고향인 이들 부부는 지난 78년부터 이곳 충북 제천에 자리 잡고 살면서 사진관을 운영했다. 주로 학교 앨범사진, 초상사진, 잔치 출장사진 등을 촬영해 생활을 영위했다. 초·중·고 인구도 줄고, 누구나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시대가 돼 사진관을 접었다. 사진관할 때 남편이 가르쳐 준 사진(인화)기술을 배워 지금도 노인들의 초상화를 만물상에서 촬영해주고 있다. 부부 금슬도 너무 좋다고 한 주민은 귀띔했다.

사진관과 관련한 임씨의 말이 이어진다. “처음 이곳에 와 사진관을 운영할 때만 해도 남의 집에 세 들어 살았다. 사는 도중 사진관이 5개가 들어섰고 경쟁시대가 됐다.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직접 남편에게 사진을 배웠다. 남편은 출장을 가 촬영하고 나는 가게에서 찍었다. 주민등록 사진 촬영할 때만 해도 호황이었는데, 앨범도 없어지고 환갑잔치도 하지 않으니, 사진관을 정리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만물상에 카메라가 있으니 돌아가실 사람이나 급한 사람들의 사진을 봉사로 촬영해주고 있다. 이런 사진들을 현상하려면 충주까지 나가야 하기 때문에 40분가량 걸린다.”

이들 부부의 집과 농장 주변에 있는 텃밭에서 배추와 대파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고, 가지, 토마토, 포도 등도 이곳 텃밭에서 재배를 하고 있다고. 개와 강아지들이 텃밭 주변을 굳게 지키고 있었다.




↑↑ 집 큰 방에 걸려 있는 가족사진이 정겹게 느껴진다.
ⓒ 김철관

이들 부부 슬하에 큰딸 황보현(36)씨와 큰아들 황보영(35)씨, 작은 아들 황보수(32) 씨 등 2남 3녀를 뒀다. 큰 방에 걸려 있는 다정다감한 가족사진이 마음에 와 닿았다. 거실에 비치해 놓은 카메라와 카메라 부품들이 이들 부부의 과거 행적을 말해 주는 듯했다.

이들 부부는 이구동성으로 자식 배필감으로 좋은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 달는 말을 강조했다. 오는 10월 26일 오후 7시 서울 한전 아트센터에서 리스트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아들 황보영 씨와 동료들의 협연이 있다면서 꼭 와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충주호 배를 타고 단양팔경을 구경하려고 갔다가 뜻하지 않는 좋은 만남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만남이 끝난 오후 6시경 이들 부부가 봉지에 담아준 사과를 가지고 서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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