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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신화 다시 쓰는 방식으로 여성의 목소리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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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혜
기사입력 2026-03-06

영화 ‘브라이드!’는 배우 출신 감독 매기 질렌할의 두 번째 연출작으로, ‘프랑켄슈타인’과 ‘프랑켄슈타인의 신부’에서 잠깐 등장했던 ‘신부’ 캐릭터를 중심으로 새롭게 확장한 작품이다.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고독한 ‘프랑켄슈타인’(크리스찬 베일)의 요청으로 되살아난 ‘브라이드’(제시 버클리)가 그와 함께 세상의 모든 틀을 깨부수며 파격적인 사랑의 질주를 펼치는 이야기다.  

 

▲ 영화 ‘브라이드!’의 한 장면


영화는 1930년대 시카고, 외롭고 버려진 존재인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프랭크’ (크리스천 베일 )는 동반자를 원하고, 과학자 유프로니우스 (아네트 베닝)는 살해된 여성 ‘이다’ (제시 버클리)를 되살려 신부를 만든다.

 

그러나 순종적인 동반자를 만들기 위한 계획과 달리, 분노와 욕망, 욕설과 웃음을 터뜨리는 전혀 예측 불가능한 존재가 탄생된다. 이다 (제시 버클리)는 자신을 만든 세계와 남성의 욕망을 조롱하며, 괴물과 함께 도시를 떠도는 폭주하는 존재가 된다.

 

▲ 영화 ‘브라이드!’의 한 장면


괴물은 언제나 남자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매기 질렌할은 괴물의 신부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그리고 왜 그녀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이야기를 할 기회를 얻지 못했을까?, ‘브라이드!’의 질문을 바꾼다.

 

고전 괴물 영화의 역사에서 ‘신부’는 늘 주변부의 존재였다. ‘프랑켄슈타인의 신부’에서 그녀는 단지 남성 괴물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잠깐 등장했다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는 존재로 남는다.

 

‘메리 셸리’의 원전에서 시작된 프랑켄슈타인 신화 역시 창조자와 괴물, 즉 남성의 이야기였다. 매기 질렌할의 ‘브라이드!’는 바로 그 공백에서 출발한다.

 

▲ 영화 ‘브라이드!’의 한 장면

 

매기 질렌할의 연출은 고전 괴물 영화의 고딕 분위기와 1930년대 범죄영화의 감각을 뒤섞는다. 총성과 네온, 서커스 같은 쇼적 장면이 이어지며 영화는 호러, 멜로드라마, 블랙코미디 사이를 거칠게 이동한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정점,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괴물이란 누구인가." 브라이드는 단지 실험의 산물이 아니라,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해온 순종적 역할 자체를 비틀어버리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장르적 혼종성이다. 호러, 갱스터 영화, 로맨스, 블랙코미디, 심지어 뮤지컬까지 뒤섞인다. 어떤 순간에는 고딕 괴담처럼 보이다가, 다음 장면에서는 총격과 춤이 뒤엉킨 광란의 쇼처럼 변한다.

 

▲ 영화 ‘브라이드!’의 한 장면


이 영화의 중심은 단연 제시 버클리다. 그녀가 연기한 브라이드는 비명을 지르는 고전적 신부와 달리 욕설을 내뱉고 웃으며 총을 쏘고 춤춘다. 버클리는 이 캐릭터를 광기와 슬픔 사이의 불안정한 에너지로 채운다. 고전 괴물영화의 비명을 지르던 신부와 달리, 이 캐릭터는 말하고 분노하고 욕망한다. 완전히 제어되지 않는 에너지가 영화의 중심을 붙잡는다.

 

그러나 영화의 야심은 때로 과잉이 된다. 여성 해방, 괴물성, 사회적 억압, 장르 패러디, 대중문화 참조 등 수많은 요소가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서사의 중심이 흐려진다. 일부 평론가들이 "정리하기 어려운 영화"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영화는 "야심차지만 산만한 실험"처럼 보이기도 한다.

 

▲ 영화 ‘브라이드!’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그럼에도 ‘브라이드!’가 흥미로운 이유는 괴물의 신부를 이야기의 중심으로 이동시키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고전 괴물 영화가 남성 창조자와 남성 괴물의 비극이었다면, 이 영화는 그 주변에 있던 여성 존재에게 목소리를 부여한다. 감독은 이 캐릭터를 "오랫동안 억눌린 존재가 폭발하는 순간"으로 해석한다.

 

결국 이 영화는 남성 창조자와 남성 괴물의 비극으로 반복되어온 서사를, 억압된 존재의 분노와 욕망으로 다시 쓰려 한다. 질렌할의 영화는 완벽한 작품이라기보다 거칠고 불균형한 선언에 가깝다. 질서 정연한 장르 영화가 아니라, 오래된 신화를 뒤흔드는 거칠고 과감한 실험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관객에게는 혼란스러운 실패작처럼 보일 것이고, 다른 이에게는 괴물 신화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과감한 변주처럼 보일 것이다.

 

▲ 영화 ‘브라이드!’의 한 장면


‘브라이드!’는 괴물 신화의 주변부에 있던 여성을 전면으로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지만, 장르와 메시지를 한꺼번에 끌어안으려다 서사의 집중력은 약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시 버클리의 폭발적인 연기와 매기 질렌할의 과감한 연출은 이 영화를 단순한 리메이크가 아니라 괴물 서사의 페미니즘적 재해석으로 남게 한다.

 

‘브라이드!’는 고전 괴물 신화를 다시 쓰는 방식으로 여성의 목소리를 복원하려 한다. "여성이 괴물이 되는 순간"을 두려움이 아니라 자유의 가능성으로 그린다. 과거 괴물 영화에서 여성 괴물은 파괴되거나 제거되어야 할 존재였으나, 이 작품에서 괴물은 오히려 기존 질서를 폭로하는 존재가 된다.

 

▲ 영화 ‘브라이드!’ 포스터

 

결국 영화는 동시대 영화가 여성 캐릭터를 바라보는 방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제 여성은 더 이상 괴물에게 희생되는 인물이 아니라, 괴물 그 자체가 되어 세계를 흔드는 존재가 된다.

 

‘브라이드!’는 오래된 질문을 새롭게 던진다. 괴물이란 무엇인가?, 혹은, 누가 괴물로 불려왔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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