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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세종대왕이 나신 곳을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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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대로
기사입력 2019-06-27

어진임금뫼(仁王山)는 서울 경복궁 서쪽에 있는 뫼다. 옛날엔 청와대를 바라보는 곳이라 마음대로 오르지 못했는데 요즘 풀려서 누구나 마음대로 오를 수 있다. 그런데 그동안 오르지 못하고 바라만 보다가 지난해 10월 사무실(한글사랑방)을 경복궁역 쪽으로 옮기면서 날마다 그 뫼를 바라보고 출근을 하게 되니 더욱 오르고 싶었다. 그래서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이 되었을 때 처음 올라가봤다. 첫 날에는 뫼 꼭대기까지 오르지 않고 중간 쯤 다녀왔다. 나이 일흔 살이 넘은 뒤부터 오른쪽 다리와 팔이 좀 아파서 힘들 거 같아 그랬다. 그런데 생각보다 다리도 안 아프고 오르기가 쉬워서 내 스스로 놀랐다. 오르기 좋게 길을 잘 만든 까닭도 있지만 내가 오르고 싶었던 곳이고, 그 땅 기운이 좋은 곳이라 없던 힘이 솟아난 것으로 느꼈다.

 

▲ 올해 따스한 봄에 한글이 태어난 경복궁에서 바라본 인왕산(어진임금뫼)은 더욱 멋있었다.     © 리대로

 

나는 대학생 때부터 52년 째 광화문 앞에서 우리말독립운동을 하면서 힘이 들 때엔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한글이 태어난 경복궁을 찾아가 힘을 얻고 다시 뛰었다. 지난해 겨울 경복궁을 걸으면서 봄이 되면 인왕산을 꼭 올라가보겠다고 다짐했는데 올봄에는 남달리 중국 먼지바람이 자주 불어서 바로 오르지 못했다. 그러다가 날씨가 좋은 날 사직단 쪽으로 오르다가 선바위가 바라다 보이는 뫼 중턱에서 쉬고 있는데 어떤 분이 내게 “저기 나란히 서 있는 두 바위가 ‘선바위’인데 가서 소원을 빌면 다 이루어진단다. 답답한 게 있으면 한번 가서 빌어보라.”고 알려주었다. 그 말을 들으니 넋살(정신)이 번쩍 들고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 바위 앞에 가서 알림글을 보니 조선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가 한양에 도읍을 정할 때 전설이 서린 바위였다. 태조 이성계는 내 한아비요 무학대사는 내가 태어난 충청도 서산에서 태어난 분이라서 내가 좋아하는 분들이라 더욱 반가웠다. 그래서 그 선바위에 절을 하고 가족들 건강과 세종대왕이 나신 곳을 찾아 자주문화 성지로 꾸밀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리고 꽃이 피는 봄이라 풍경도 아름답기에 아침에 글을 읽고 쓰다가 머리가 무거워지면 선바위를 자주 찾아가 절을 했다. 한 두 시간 걸리는 거리기에 자주 가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꼭대기까지 오르고 싶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중국 먼지가 없는 맑은 날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다리도 아프지 않고 거뜬하게 올라갔다. 다시 내 스스로 놀랐다. 그동안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 걱정한 것이 잘못임을 깨달았다. 

 

▲ 인왕산 서쪽 중턱에서 바라본 선바위와 그 위 산꼭대기. 꽃피는 봄이라 더욱 아름다웠다.     © 리대로

 

산꼭대기(338미터)에 올라가니 서울장안뿐만 아니라 북쪽으로 북악산과 도봉산, 남쪽으로 남산과 청계산, 동쪽으로 용마산과 운길산, 서쪽으로 계양산과 강화도 마리산, 북쪽으로 옹기종기 여러 산 들이 보였다. 인왕산은 높은 산도 아닌데 마치 온 나라가 내려다보이고, 개성 송악산까지 보이는 듯했다. 남산에 여러 번 올라가봤지만 그곳과는 다른 느낌이었고 마음과 몸이 크고 넓어지는 기분이었다. 경복궁에 자주 가봤는데 거기서는 경복궁이 넓어보였고 청와대가 신비로운 곳으로 생각했는데 그 뫼 꼭대기에서 보니 경복궁과 청와대, 그리고 서울 장안이 내 손바닥에 들어왔고 움직이는 차들도 개미보다 더 작아보였다. 그리고 내가 무슨 부처라도 된 기분이었다.

 

산꼭대기 소나무아래 바위에 앉아 세종이 태어난 곳이 어딜까 살펴보면서 어떻게 하면 그 분이 태어난 곳을 찾아 국민 교육장 겸 관광지로 꾸밀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 일은 내 삶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다. 세종대왕이 태어난 마을과 일한 경복궁이 발아래 있었다. 그 분도 어려서 이 뫼를 바라보기도 하고 오르기도 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33년 동안 경복궁 안에서 임금으로 있으면서 신하들과 어떻게 하면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을까 의논하고 그리고 밤낮으로 애써서 훌륭한 업적을 많이 남긴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했다. 과학과 문화와 산업을 발전시키고 세계 으뜸가는 글자를 만든 일을 고마워하면서 오늘 우리가 본받고 되살려 더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 뫼 아래 조그만 집들이 가득한 곳이 세종대왕이 태어난 곳인 세종마을(옛 이름은 준수방)이다. 그 뒤 거무스름한 곳이 경복궁이고 그 왼쪽은 청와대, 그 오른쪽 큰 건물이 정부종합청사다.     © 리대로

 

수성동계곡으로 내려가다 보니 종로구청에서 인왕산 유래를 적은 알림판이 있었다. 인왕산(어진임금 뫼)라고 이름이 붙여진 것은 그 뫼 아래에서 어진 세종임금이 태어났기에 세종 때에 집현전 학자들이 제안해서 불린 이름이라고 적혀있었다. 그 글을 보니 더욱 그 뫼가 더 좋아지고 오르고 싶은 마음이 들어 거의 날마다 세 달 째 올랐더니 몸도 마음도 가볍고 맑아졌다. 세종대왕이 꿈꾼 나라는 내가 꿈꾸는 나라와 같다. 만약에 내가 바라는 일, 하는 일이 잘 되고 이루어진다면 이 어진임금뫼에 자주 올라 빌고 다짐한 덕으로 알겠다. 다른 사람들도 이 뫼에 올라 몸도 튼튼하게 다지고 세종대왕의 기운을 받아 훌륭한 일을 많이 하면 좋겠다. 인왕산을 오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힘이 저절로 나고 힘들어도 즐겁다는 것을 깨달았다.

 

▲ 인왕산이란 이름은 그 산 아래서 어진 세종임금이 태어난 곳이라는 뜻으로 지었다고 한다.     © 리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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