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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시경은 왜 우리말글 살리고 빛내려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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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대로
기사입력 2018-12-20

일찍이 나라가 기울던 대한제국 때 주시경 선생은 “나라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른다.”는 생각으로 우리 말글을 지키고 빛내려고 애썼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1910년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다. 그러나 그는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뒤에도 그 꿈을 접지 않고 더 열심히 우리 말글을 가르치고 그 중요함을 알리려고 한글책 보따리를 들고 여러 학교를 바쁘게 다녀서 ‘주보따리’란 별명까지 들었다. 그리고 일본말이 국어가 되니 우리말을 ‘국어’라고 할 수 없어서 우리말은 ‘한말’, 우리 글자는 ‘한글’이란 새 이름까지 지어 부르며 우리 말글을 지키고 살리려고 애썼다. 그리고 ‘말모이’를 우리말 사전을 만들었다.

 

▲ 위 찍그림은 서울 종로구 도림동 세종문화회관 뒤 주시경 선생이 돌아가시기 전에 살던 집터 근처에 있는 주시경마당에 2013년에 세운 주시경 선생(왼쪽)과 헐버트박사(오른쪽) 기념 조형물이다. 준공식날에 조형물 조각가와 건립 자문위원으로 함께 애쓴 이들과 찍었다. 이 조형물은 내가 서울시에 광화문 일대를 한글문화관광지로 만들라고 건의하고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세우게 된 것이다.     © 리대로

 


그 때 주시경은 왜 그토록 우리 말글을 살리고 빛내려고 했을까? 바로 우리 겨레 말글이 겨레 얼이고 겨레 힘의 밑바탕이며 튼튼한 나라로 키워줄 뿌리라고 생각해서다. 배우고 쓰기 힘든 중국 한문을 공식 언어로 섬기고, 우리 말글은 비공식 언어로 푸대접하고 한문을 우리글보다 더 섬기는 언어생활로는 자주문화가 꽃필 수 없고 나라가 망한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우리 말글을 살려서 힘센 나라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한글을 빛내려고 말본 책을 만들고 ‘말모이’란 우리말 사전을 만들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1914년  39살 젊은 나이에 갑자기 이 땅을 떠났다.

 

그러나 그가 가르친 제자들이 일본 식민지가 된 나라에서 일제의 모진 탄압에도 굽히지 않고 조선어학회란 모임을 만들고 우리 한말글(우리 한말과 한글)을 갈고 닦아 광복 뒤에 우리 한말글로 교과서도 만들어 교육을 하고 공문서도 써서 온 국민이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국민 수준이 높아졌고 그 바탕에서 민주주의와 경제가 빨리 발전했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한강에 기적이 일어났다.”라는 말까지 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자주문화가 꽃펴서 ‘한류’라는 이름으로 나라밖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가만히 앉아서 된 일이 아니다. 많은 분들이 한글을 빛내려고 피땀을 흘리며 애썼기에 되었다. 일본제국 식민지 시대에 조선어학회를 중심으로 한글날도 만들고, 한글맞춤법과 표준어규정을 정하고, 목숨까지 바치며 우리말 사전을 만들었으며, 광복 뒤에는 우리 한말글을 알리고 쓰게 하는 데 힘쓰며 일본말 찌꺼기를 쓸어내는 우리말 도로 찾아 쓰기운동을 하고 1970년대에는 국어순화운동도 했으며, 오늘날 한글날을 국경일로 정하고 공휴일로 되돌리는 일들을 해서 우리 한말글이 일어날 기초를 튼튼하게 했다. 그래서 교과서와 신문도 한말글로 만들고 책방에는 한말글로 된 책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누구나 글을 쓰고 책을 내는 나라가 되었다.

 

▲ 오른쪽은 2011년에 세종문화회관 옆 세종로공원에 만든 한글글자마당(11172명 국민이 쓴 한글)이고 왼쪽은 2014년에 그 옆에 세운 조선어학회한말글수호탑이다. 이 또한 내가 서울시에 건의하고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세운 것들이다. 나와 같이 애쓴 분들과 서울시 공무원들이 고맙다.     © 리대로

 

 

그런데 이렇게 수천 년 얽매인 한문으로부터 우리말이 독립하려는데 영어 식민지가 되겠다고 스스로 나서고 있다. 1990년 대 김영삼 정권이 영어 조기교육을 부르짖고, 김대중 정권 때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이들까지 날뛰더니 거리엔 한말글 간판은 사라지고 영어 간판이 자꾸 늘어나고, 회사 이름과 상품 이름은 말할 것이 없고 정부 기구 직제까지 영어로 바꾸고 있다. 마치 1500년 전 신라가 중국 당나라의 문화와 한문 그늘 속으로 들어가듯이 말이다. 그러니 우리말을 우습게 여기는 풍조가 일어나 애들은 욕설, 어른들은 막말, 영어 남용으로 우리 말글살이가 어지럽다. 

 

나라 밖에서는 우리말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우리 문화가 ‘한류’라는 이름으로 뻗어나가는데 나라 안에서 우리 말글이 영어에 밀리고 스스로 푸대접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왜정 때 일본인들이 강제로 창씨개명하게 한 것을 탓하면서 오늘날 스스로 미국식 창씨개명을 하고 있으니 부끄럽고 가슴 아프다. 거기다가 한 술 더 떠서 정부기관과 공무원들은 한자와 영문을 마구 섞어서 우리 말글살이를 어지럽히는 말장난을 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 겨레말이 살아야 겨레가 살고, 나라말이 빛나야 나라가 빛난다. 겨레말이 살고 나라말이 빛나려면 세계 으뜸 글자인 우리 한글을 잘 써 먹을 줄 알아야 한다.

 

이제 한글이 한자를 이기고 나라말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런데 신라가 중국 당나라 말글과 문화를 섬기면서 뿌리내린 언어사대주의 때문인지 제 말글보다 남의 말글을 더 섬기는 바람이 불고 있다. 똑 같은 국산품과 아파트도 우리 말글이 아닌 영문으로 이름을 쓰면 비싸게 잘 팔리고 우리 말글로 이름을 쓰면 값이 싸도 안 팔리는 것은 얼빠진 일이다. 말글은 지식과 정보를 주고받는 수단이고 도구다. 우리 말글로 가르치고 배우며 우리 말글로 말글살이를 할 때에 국민 지식수준이 빨리 높아지고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다. 그리고 남의 말글 배우는데 바친 돈과 힘을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데 쓸 수 있다. 그럴 때에 중국과 일본은 말할 것이 없고 미국보다도 우리가 더 잘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새해엔 정부와 공무원, 학자와 기업인들부터 우리 말글을 살리고 빛내는 일이 앞장서길 간절히 바라고 빈다. 그래서 우리 얼말글이 빛나고 우리 말글 꽃이 활짝 피울 것을 온 국민에게 호소한다. 그래야 노벨상을 타는 사람도 많이 나오고 우리가 어깨를 펴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된다. 그런 나라를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자.

 

▲ 왼쪽은 박근혜 정권 때 미래창조과학부 알림 글이고 오른쪽은 문재인 정부 행정안전부 알림 글이다. 박근혜 정부가 그러니 문재인 정부도 그에 뒤질세라 말장난을 하고 있다. 국어기본법을 어긴 것이다.     © 리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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