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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감동, 30년 공기업 임원의 아름다운 퇴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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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관
기사입력 2013-06-05

▲ 이임한 조규화서울메트로 운영본부장     © 김철관
30년간의 직장생활을 마감하는 한 공기업 임원(상임이사)의 퇴임인사 발언이 애환, 반성, 사과, 외압의 아픔, 병고, 휴직, 무보직 등의 회고로 전해져 숙연하게 치러졌다. 이날 이임식자리를 지키고 있던 대부분의 임직원들이 눈물을 글썽였고, 특히 여직원들은 손수건을 꺼내 연신 눈물을 닦았다.

4일 오후 4시 서울지하철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조규화 운영본부장의 퇴임식이 서울 방배동 본사 6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조규화 운영본부장은 “운영본부장직으로 서보는 마지막 자리인 것 같다”면서 “전동차 정비와 안전운행을 위해 생사고락을 함께 같이했던 여러분 곁을 떠나는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운을 땠다.

▲ 30년간 활동을 담은 사진영상이다.     © 김철관
조 본부장은 “오늘 6월 4일은 서울메트로에 입사한지 정확하게 30년이 된 날이기에 나에게는 정말 의미 있는 날이다, 8개월 남은 임기를 채우고 가야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남자는 스스로 떠날 때를 알아야한다’는 옛말이 있듯, 입사한지 30년이 된 오늘이 가장 적절한 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돌이켜보면 3~4호선 도입 초기에 입사해 차량기지 현장에 있었고, 전동차 시운전을 하면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서울메트로에서 청춘을 보냈다”면서 “특히 지축기지 3호선 시운전과 전동차 개통을 했다, 당시 지축기지 검수원들과 함께 고생했던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말했다.

조 운영본부장은 “수많은 노사갈등 현장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긴급한 운행 장애 사고 현장에서 속타는 심정으로 참으로 힘들고 긴 터널을 지나온 시절도 있었다”면서 “근무기간동안 대부분 사고와 전동차 장애에 관련된 일을 주로 맡아왔고, 한시라도 고장이라는 강박관념의 틀을 넘어 살아보지 못했다”고 술회했다.

▲ 참석 직원들이 숙연해 하고 있다.     © 김철관
그는 “지난 30년간 직원들과 함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걱정과 걱정의 하루하루를 살아온 것 같다”면서 “오로지 안전운행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차량분야에서 그간 하지 않던 정비업무도 많이 요구했고, 점검주기도 단축했으며 3중여 확인체제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심하게 직원들에게 질책도 했고 본이 아니게 많은 직원들에게 힘들고,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리는 부분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미안하게 생각하며, 깊은 이해를 구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아픔을 어루만지지 못하고 떠나게 된 점을 이해해 달라”면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를 해 주시기 바란다”고 재차 부탁했다.

실제 조규화 운영본부장은 재직시절 전동차 부분에서 5분 지연이상 경미 장애가 2006년 16건에서 2009년 6건으로 줄었고, 2010년부터 4년간 제로화(0)를 달성하기도 한 장본인이기도했다. 그의 재직시 그동안 10분 이상 지연된 운전 장애를 대폭 줄였고, 2009년도부터 5년간 무장애를 달성해 왔다.

▲ 여직원들이 눈물을 닦고 있다.     © 김철관
이를 두고 그는 “전 운영분야 전 직원의 피와 땀이 결합한 자랑스러운 금자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업적을 달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역경과 고난이 있었겠냐. 혹자들은 사고가 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보고경쟁을 벌이기도 하고, 또 사고를 쳤다고 힐난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속이타고 피가 마르는 사고 당시의 그 심정을 경험해보지 않는 분들이 어찌 알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런 온갖 수고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직원여러분에게 모든 공을 돌린다”면서 “특히 출퇴근에 개념도 없이 불철주야 수고해주신 본사와 현업 검수부 관리분야 관계자에게 가슴어린 감사와 과중한 업무를 부여한데 대한 미안한 마을을 동시에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개인적으로 아픈 기억도 술회했다. “2호선 전동차 대폐차 발주시 외부환경에 의해 아주 힘들고 어려웠던 아픈 기억도 뇌리를 스쳐간다”면서 “실로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어려운 여건에서 원칙을 지키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근 1년여를 고심하고 속을 끓였을 뿐 아니라 심한 외풍과 후폭풍에 시달렸던, 기억조차 하기 싫은 어려움도 겪었다”고 강조했다.
▲ 기념사진     © 김철관
그는 “만약 당시 원칙을 지키지 않고 적당히 현실과 타협했다면 차후에 얼마나 큰 사건이 됐을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느낌이 든다”면서 “그 후유증인지 잘 몰라도 곧바로 큰병을 얻어 휴직을 하고 2년 넘게 무보직으로 교육원 근무를 하면서 힘든 과정을 겪었다”고 전했다. 이어 “건강상 문제로 어려웠던 교육원 근무시기에 직원들이 고구마와 두릅을 따다줬다”면서 “마치 내일처럼 눈물을 글썽이며, 인간적인 위로와 격려를 해준 많은 직원들의 고마움 마음을 잊지 않고 가지고 가겠다”고 전했다.

조 본부장은 “서울메트로는 지난 30년 동안 나에게 큰 버팀목이 됐고, 삶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준 회사와 임직원들에게도 정말 감사를 드린다”면서 “온갖 어려움과 노동조건 속에서도 하고 싶은 말 참아가며, 기꺼이 안전운행에 협조해준 노동조합과 간부님들께 또한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막상 30년간 다녔던 직장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그간 정들었던 한분 한분의 얼굴과 자식같이 사랑했던 2114량의 전동차와 본사 그리고 5개 차량기지와 8개 승무사무소 구석구석에 서려있는 30년의 애환을 지울 수가 없다”면서 “저를 믿고 함께 해준 운영분야 4200여 직원여러분에게 정말 감사하고 고마웠다, 부족한 저를 지근거리에서 성심성의껏 도와준 본사직원 여러분과 특히 저의 모든 일상을 빈틈없이 보필해준 총괄과 직원들의 도움이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조직간의 갈등과 반목의 문화를 청산하고 서울메트로 위상과 명예를 더 높여줄 것을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 서울메트로 정문 앞 기념사진     © 김철관
조규화 운영본부장의 이임인사말이 끝나고 곧바로 함께 했던 한 직원의 송별 발언을 사회자의 대독으로 낭독했다.

“선배님들이 하나둘 직장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언젠간 본부장님도 퇴직하시리라 막역하게 생각했었습니다. 막상 이렇게 그날이 오고 보니 본부장님과 함께 동고동락했던 세월이 이렇게 저물어간 것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본부장님과 같이 잘 이끌어줬던 분을 또다시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남들은 참 쉽게도 산 것 같은데 본부장님은 어찌 힘들고 어려운 길로만 가셨는지요. 어느 추운 겨울 날 사무실 간이침대에서 곤이 주무시던 본부장님의 모습이 가슴 아프게 떠오른다. 이제는 모든 근심과 걱정을 내려놓고 마음 편히 지내시길 바랍니다. 퇴직 후 새로운 생활이 본부장님께 활력과 행복으로 다가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장내가 숙연해 졌다. 조규화 본부장도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그의 이임 발언이 이어질 때에는 참석한 직원들도 눈물이 글썽였다. 한 여직원은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이날 30년간 근무 활동경력을 담은 사진 영상도 선보였다. 퇴임식이 끝나고 그동안 함께 했던 임직원들과의 기념사진, 악수를 끝으로 그는 서울메트로 정문을 나섰다.
▲ 동료 서울메트로 안세련 본부장과 함께 촬영한 사진이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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