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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세계일류기업' 삼성에 여성노동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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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인권센터
기사입력 2006-06-30

지난 27일 오전 11시 삼성그룹 본관 건물 앞에서는 한국여성단체연합, 인권단체연석회의 회원과 활동가들이 모여 '세계일류기업 삼성에 여성은 없다'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은 삼성SDI 사내하청업체 삼명RT의 정리해고자 한명선 씨 등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삼성SDI와 삼명RT 근무당시 당해왔던 차별을 시정해 줄 것을 국가인권위에 진정하기에 앞서 진행되었다.

기자회견에서 삼명RT 노동조합 한명선 위원장은 "늘 내가 여자가 아니었다면을 되뇌어왔다"며 여성으로써 당해왔던 차별을 토로했다. 이들은 정리해고 과정에서 삼성SDI와 삼명RT로부터 고용보장 퇴직위로금의 차별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27일 오전 여성단체 회원과 활동가들이 삼성그룹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다산인권센터 제공

삼성SDI에 입사해 근무하다가 1998년 IMF 시기에 사내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근무해온 오 모 씨는 "삼성에 근무할 당시에도 그렇고 삼명RT 뿐만 아니라 삼성과 관련된 대부분의 사업장의 제조업 여성들은 결혼하면 당연히 회사를 그만 두는 것으로 알았다"는 말을 하며 "간부가 임신한 동료를 보고, 저 모습이 보기 좋으냐며 임신을 해서 회사를 다녀서는 안된다"는 말을 버젓이 할 정도로 여성인권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 삼성이라며 분노를 표현했다.

여성 노동자들이 산전산휴, 생리휴가 등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런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 대해 개인의 불성실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삼성 전반의 암묵적 분위기였음이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되었다.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삼성이기 때문에 비정규직이면서 여성이었던 노동자들의 권리가 더욱더 지켜지기 힘들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향후 삼성의 여성차별과 인권유린을 폭로하는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문 전문

UN은 매년 전 세계 국가의 인간개발 지수를 조사·비교하여 '인간개발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2004년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남녀평등지수는 29위를 차지하였고 여성권한척도의 경우 68위를 기록하였다. 조사대상 177개국 중 29위라는 순위는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에 속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조사결과가 과연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세계일류기업이라고 자랑하는 삼성과 삼성의 하청업체인 삼명RT에서 벌어진 상황이 바로 그것이다.

삼명RT와 삼성, 뿐만아니라 대부분의 삼성 하청업체에서 벌어진 여성차별은 우리나라가 여전히 가부장적이며 여성 인권의 사각지대로 남아있음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특히 2001년에 제정했던 남녀고용평등법이 과연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를 의심케 하는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2001년에 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차별이란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성별, 혼인, 가족 안에서의 지위, 임신 또는 출산 등의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을 달리하거나 그 밖의 불이익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삼명RT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례들은 법에서 정의한 '차별'의 개념들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셈이다.

여성의 신체적 특징상 사회적으로 인정되어야 하는 임신 과정에서도 삼명RT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임신해서 보기 안 좋다'는 인신공격까지 가해가며 상습적인 차별을 일삼았으며, 임신하면 바로 퇴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근로기준법 68조의 임산부와 18세 미만자에게 시간 외 근무가 허용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노동자들은 임신 사실을 숨겨가면서 노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산전산휴 휴가조차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여성 노동자들은 15년간 근무했어도 남성 노동자들과는 달리 단 한번의 승급 심사등과 같은 승진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그 뿐인가. 담배 피운다며 여성을 비하하는 것은 물론이고, 삼성SDI에서 전환한 사원들과는 달리 삼명RT 여성노동자들은 사내 전산망에 접근하는 것 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구조조정의 시기에도, 결혼했고 임금이 높다는 이유로 퇴사를 강요당하는 것은 여성이었다. 임신 5주차의 여성노동자의 자리를 빼앗아 남성 사원들에게 업무를 주면서, 삼성과 하청업체는 비정규직차별과 여성차별의 이중삼중 고통을 이들에게 쏟아부었다.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이들에게 고용보장의 약속과 퇴직위로금의 최소한의 조치조차 차별은 철저히 이어졌다. 세계일류기업 삼성에는 유엔이 정한 여성차별철폐조약 같은 것은 간 곳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이윤을 얻기 위해 노동자들을 소모품으로 전락시키고, 비정규직과 여성노동자를 차별하는 것으로써의 신자유주의 경쟁질서의 일류로써만 남아있었다.

우리는 지금, 삼명RT에서 벌어진 여성차별이 비단 삼명RT라는 하청업체 한 곳에서 이뤄진 것만이 아니기 때문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이것은 삼성과 삼성 하청업체 대부분에서 암묵적으로 형성된 차별적인 질서이기에 분노를 멈출 수 없다.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인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박탈하고 인간임을 선언한 노동자들의 인권을 유린해 온, 삼성이 결국 가는 길은 여성 등의 사회적 소수자에게 이중삼중의 고통을 부과하는 것 임을 증명하고 있기에 우리들은 여성의 이름, 인권의 이름으로 삼성을 규탄한다. 세계일류로 가기 위해서라도 삼성은 즉각 여성차별을 중단하라. 우리는 이 자리에서 이윤보다 인간이 앞서지 않음을 선언하며,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과 더불어 여성노동자들의 인간선언을 위해 앞장 서, 투쟁할 것임을 약속한다.
 
- 여성차별 일삼는 삼성과 삼명RT 규탄한다.
- 삼성은 모든 파견업체들의 노동탄압과 여성차별을 중단하고 시정조치를 마련하라.
- 삼성은 삼명RT 여성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을 약속하라. 

2006년 6월 27일
경기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전국여성노동조합, 민변여성복지위원회,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인권단체연석회의, 경기여성연대, 한국레즈비언상담소

* 본문은 다산인권센터(www.rights.or.kr) 272호 6월 30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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