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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희 옹호하는, 여성의 몸을 한 여자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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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기사입력 2006-03-08

동해시 의회와 일부 사회단체에서 여기자 강제추행 파문의 장본인인 최연희 의원을 구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 동해시 일부 여성단체가 최 의원 구명운동에 동참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최 의원 구명에 발 벗고 나선 김성숙 동해상고 동문회장이 7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진행:신율 저녁 7:05-9:00)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은 우리들의 귀를 의심케 할만하다.  
 
피해자를 가해자로 변신시키는 김 회장의 신기(神技)
 
우선 김 회장이 최연희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반대하는 이유가 재미있다. 김 회장이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반대하는 이유는 단연 “동해, 삼척은 재정자립도가 빈약한 도시라, 이렇게 능력 있는 국회의원이 있어야 우리 지역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의원이 무슨 능력이 얼마나 있어 동해, 삼척 시민들을 살찌울 수 있을지는 알 길이 없지만, 능력 있는 사람은 실정법을 위반하고도 무사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김 회장의 지론이라면 이는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생각임을 김 회장은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많은 목격자들이 있고 피해자가 있으며 가해자 본인도 인정한 강제추행-강제추행을 왜 성추행이라고 하는 걸까?-을 바라보는 김 회장의 시선도 매우 독특하다.
 
그녀는 “성추행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본인의 의사가 전혀 나오지 않고, 해명된 걸 보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는 믿을 수 없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술이 만취된 상태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있던 자리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성추행은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독해하기가 난망이다.
 
여기자를 뒤에서 안고 가슴을 만진 행위에 가해자의 의사가 중요하다는 말도 처음 듣지만 백보를 양보해서 최 의원이 술김에 여기자를 강제추행 했다고 해도 최 의원에 대한 도의적, 사법적 비난 가능성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또한 김 회장은 최 의원의 해명이 없다고 했는데 해명이 없긴 왜 없는가? “음식점 여주인인 줄 알았다”라는 최 의원의 멋진(?)해명이 버젓이 존재하는데.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인 최 의원의 강제추행에 대해서 믿을 수 없다고 토로하던 김 회장은 한 발 더 나아가 만약 강제추행이 사실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의원직 사퇴는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애먼 예수님까지 동원해 최 의원을 용서해야 한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김 회장 발언의 백미는 같은 여자 입장에서 피해 여기자를 최 의원과 공범으로 둔갑시키고 있는 아래 발언이 아닐까 한다.
 
“그런 일을 당하게끔 만드는 분위기가 있었을 것이다. 나는 기독교인이라 술을 먹지 않는 사람이라 잘 이해가 안 간다. 그 여자 기자분이 왜 그 시간까지 거기에 있었던 것이며, 또 폭탄주를 만들어서 나눠마셨다고 하는데, 그런 것도 이해가 안 간다. 따라서 서로 과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떤가? 피해 여기자를 가해자인 최 의원과 같은 반열로 존재이전 시키는 김 회장의 신통력이 정말 놀랍지 않은가? 가히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예수님의 이적(異蹟)에 비견할 만 하다 하겠다.
 
남성의 시선에 갇힌 여성들
 
위에서 쉽게 알 수 있는 것처럼 최 의원의 강제추행 사건을 대하는 김 회장의 인식은 도저히 같은 여성의 것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철저히 남근 중심적이다.
 
모르긴 몰라도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반대하고 있는 동해시 일부 여성단체 소속 구성원들의 인식도 김 회장의 그것과 그리 다를 것 같지는 않다.
 
가부장제와 남근 중심주의가 오랫동안 한국사회를 횡행했다 하더라도 이건 너무 고약하다. 최 의원의 행위가 의원직 사퇴는 물론이거니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무슨 거창한 페미니즘 이론이 필요한 건 아니지 않은가?
 
단지 자신과 자신의 딸이 강제추행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태도면 족한 것이다. 피해 여성의 참혹한 심경을 같은 여자의 처지에서 헤아리는 일이 그리도 어려운 것일까?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뉴스앤조이, 다음 블로그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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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jami 06/05/3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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