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한국 축구와 동행하게 되는 외국인 지도자들은 현실과 부합하는 말 축구가 아닌 자기 방어와 미화에 열을 올리는 말 축구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는 지도 능력에 의한 성과 보다는 당장의 자기 과시에 의한 수명 연장의 수단으로 받아들여 진다. 이런 사고 방식의 외국인 지도자 출신 국가는 유럽의 독일, 포르투갈, 스페인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네덜란드, 러시아, 튀르키예 지도자 만큼은 한국 축구와 동행하며 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면 지난 25일 2023 호주-뉴질랜드 FIFA 여자 월드컵에 출전 콜롬비아와 본선 1차전 경기를 가졌던 한국 여자축구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콜린 벨(62.영국) 감독은 어떨까.
벨 감독은 대회가 개최되기 전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어느 팀을 만나더라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강한 자신감을 피력하며 체력적인 '고강도 훈련'을 강조 16강 이상 성적을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벨 감독은 0-2 완패 후 가진 인터뷰에서 '패장'으로서 근본적인 패인은 함구한 채 장황한 말 만을 쏟아냈다. 결국 벨 감독의 장황한 말 끝에 알맹이는 없었고 남은 것은 선수를 탓하는 비정상적인 말 뿐이었다.
벨 감독의 '고강도 훈련' 강조에 기대감을 부풀렸던 한국 축구다. 그러나 32개 참가국 중 한국은 평균 나이 28.9세로 최고령 국가였고 주전 평균 나이도 31세로서 체력적인 '고강도 훈련'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과연 벨 감독이 이 연령대 한국 여자의 인체 해부학적 특성과 생체 리듬에 관한 체력적인 지식을 얼만큼 터득하고 이 같은 '고강도 훈련'을 실시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일반적인 지식으로는 짧은 거리의 볼을 사용한 스프린트 체력 훈련 보다는 심폐 기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셔틀런 지구력 훈련으로 활동량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4년 동안 한국어를 습득하며 애국가를 따라부르는 벨 감독의 음흉한 욕망을 한국 축구는 4년 동안 애정으로 착각했다. 그렇다면 조별리그 통과도 불투명한 현 시점에서 한국 축구는 벨 감독에 철저히 속았다. "내 인생 최초의 월드컵 경기였다" "경기장 분위기도 관중들도 자원봉사자들도 너무 좋았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실로 납득되지 않고 이해되지 않는 벨 감독의 인터뷰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는 한국 여자축구 현실이 슬프다.
이어 지난 2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위르켄 클린스만(59.독일) 감독도 말 잔치 축구에 올인하고 있다. 분명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스타플레이어 공격수 출신답게 공격 축구를 천명했다. 그러나 3월과 6월 가진 국내 A매치 4경기에서 공격 축구는 실종된 채 '무색무취' 축구로 4전 2무 2패(콜롬비아 2-2, 우루과이 1-2, 페루 0-1, 엘살바도르 1-1) 성적표를 받아들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클린스만 감독은 엘살바로르와의 마지막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4골 이상 넣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쉽다" "4명의 새로운 선수가 A매치 데뷔를 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로 자신의 지도력에 대한 의구심을 회피하는데 집중했다.
현재 한국 축구는 남.여 대표팀 감독은 물론 심지어 대한축구협회(KFA)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까지도 독일 출신 마이클 뮐러(58)가 차지하고 있다. 그야말로 독일 축구가 한국 축구를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국 축구에 독일 출신 지도자는 낯설지 않다. 독일 축구 지도자 중 명장으로 평가받는 데트마르 크라머(1925.4~2015.9) 감독이 1991년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 총감독에 부임하여 지도력 명성을 발휘하려 했지만 자기 중심적 사고 방식에 의한 우월성과 더불어 독단적인 주장만 내세우는 말 축구로 지도력의 신뢰성까지 잃고 결국 1년만에 한국 축구와 작별을 고하며 실패한 지도자로 남았다.
이만큼 독일 출신 지도자와 한국 축구와의 인연은 악연의 연속이었다. 그렇지만 1990년 K리그 최초로 외국인 지도자를 영입했던 대우 로얄즈(현 부산 아이파크)의 동독 출신의 프랑크 엥겔(72) 감독은 이와는 달랐다. 오직 말보다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압박축구로 돌풍을 일으켰고 또한 체력 측정을 통한 선수 개인별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한국 축구 발전의 디딤돌 지도자로서 한 획을 그었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외국인 지도자가 한국 축구와 동행하게 될 경우 말 보다는 지도력이 우선이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독이 든 성배"를 마시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 한국 축구의 행정과 시스템, 수준, 환경, 문화 그리고 축구 팬들의 지도자에 대한 지도력 평가 잣대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져 있다. 외국인 지도자는 이점을 직시하고 말 보다는 지도력으로 모든 것을 증명해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 축구는 2018년 러시아 FIFA월드컵 본선 3차전에서 독일을 상대로 2-0 승리를 거두며 독일 축구에 대한 강국 이미지를 씻고 자신감을 가졌다. 이런 현실에서 독일 출신 축구인들이 한국 축구를 '좌지우지하'는 직책을 독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넌센스며 한편으로 불합리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지금 한국 축구가 축구 선진국에서 한 걸음 밀린 독일 축구를 추구해야 한다는 아무런 명분도 없다. 단언컨대 국내 지도자도 외국인 지도자 못지 않게 말을 잘 할 수 있다. 그러나 말을 삼가한다. 이는 지도자로 우선 갖춰야 할 조건이 말 축구가 아닌 덕목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