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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광신사이 '인간내면' 조밀하게 접근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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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관
기사입력 2023-07-23

▲ 표지  © 문학과지성사


무속 신앙 논란, 휴거 소동, 집단자살 사건, 가산 탕진, 광신자 범죄 등 사이비 종교에 얽힌 사건들이 종종 언론에 의해 조명되기도 한다.

 

이런 종교의 행태와 관련해 사랑과 집착, 상실과 믿음, 열정과 광신 사이의 관계를 잘 그린 소설이 눈길을 끈다. 특히 신앙인과 비신앙인에 대한 간극에 있어, 매개의 역할을 하는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권오경 재미 소설가의 장편소설 <인센디어리스>(2023년 1월 김지현 번역 출판, 문학과지성사)는 종교를 믿는 사람과 떠난 사람을 통한 사랑과 소유욕 그리고 광신적 종교관으로 허우적거리는 인간의 나약함을 잘 표현했다.

 

<인센디어리스>는 종교를 떠난 윌, 종교를 통해 의미를 찾는 피비, ‘제자’라는 종교를 만든 존릴, 이 세 주인공의 시점에서 인간의 갈등과 집착을 통한 정신세계를 조밀하게 그렸다.

 

한국에서 태어난 피비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피아노에 열정을 쏟아 유명세를 누린, 제법 잘사는 미국 이민자 가정의 대학생 피아니스트다. 부모의 뒷바라지로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제법 잘 치며, 성장해 왔다. 특히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에 들어가 부유층 엘리트 청년들과 어울리며 소통을 하는 대학생이라고나 해야 할까. 하지만 한국적 사고방식이 깃든 가정사의 슬픔을 이겨내며 하고자 하는 일에 집착이 강한 인물이다.

 

피비의 남자 친구 윌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한 때 믿음이 충만한 신학대학생이었다. 그런 그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예수님의 선택을 받았던 기독교를 탈출한 무신론자가 됐다. 하지만 구원의 환상 속 하루하루의 삶을 긍정적으로 살았던 과거를 회상하고 산다. 종교를 만든 존릴은 탈북민을 도우다가 북한 강제 노동수용소에 잡혀 탈출했다고 알려졌지만, 이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캐릭터이다.

 

<인센디어리스>는 특이하게도 이 세 사람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피비와 남자친구 윌 그리고 피비를 광신 종교집단인 ‘제자’로 끌어드린 교주 존릴과의 관계 속에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재미를 더한다. 특히 피비는 존릴과 ‘제자’모임에서 활동하면서 삶의 활기를 찾는다.

 

피비의 행동을 따라가는 서술방식이지만, 소설 속 이야기를 전개한 사람은 윌이다. 피비가 광신도 집단인 ‘제자’라는 기독교 기반 사이비종교에 빠져들면서 낙태반대운동에 구성원으로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임신중절 수술을 시행하는 산부인과에 대한 폭탄테러였다.

 

윌은 사랑했던 피비와의 과거를 회상하며 그가 어쩌다 그런 폭탄테러를 선택했는지 이해해보려 노력한다. 그는 피비에 대해 자신이 잃었던 종교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과 그가 사랑했던 자신과의 관계보다 종교 활동을 업으로 하면서 질투와 분도와 갈등을 느낀다.

 

어쨌든 피비는 자신을 제어하고 있는 남자 친구의 언어적 폭력과 광신이라는 종교집단에 희생양이 되는 비극의 주인공으로 남은 셈이다.

 

여기에서 강조할 것은 사이비 종교에 빠져 건물을 폭파한 피비든, 이를 끌어들인 사이비 종교의 교주 존릴이든, 종교를 탈출해 사랑했던 피비의 행동을 자제시키지 못한 윌이든 모두 인간이라는 점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인 행동이든 인간이기 때문에 자신의 일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이면의 사고방식을 들어다보면서, 인간을 성찰하고 우리 자신의 윤리적 방향을 성찰하면서 모색해야한다는 점이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는 중요한 키워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너를 보면 환상을 제대로 못 꾸며내는 것 같아. 마법의 왕국인 것처럼 행동했으면 좋겠어.” - 본문 중에서

 

“성경에 따르면 나 같은 배교자들에게 희망이 없다고 한다. 그분의 사랑을 알고서도 그분을 부인했으니 나는 구원 받을 가망이 없다고. 나는 그분 은총밖에 있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우리 부모님은 동성애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어, 게이 자식을 떠안는 것보다 더 모욕적인 것은 자식이 게이이면서 대학중퇴자일 거야.” - 본문 중에서

 

이처럼 환상 속에 빠져 들어 살거나 배교자로서 희망이 없어 보인 사람도 그리고 동성애자, 이 모두도 우리가 사는 사회에 존재하는 ‘인간’이라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사랑을 주제로 한 이야기이지만, 사랑은 우리를 구원하기도 하고 망가뜨리기도 하며, 그 경험은 종교적 광신만큼이나 위험하고 찬란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미국 이민자인 저자의 경험을 곁들여 10년의 세월에 걸쳐 집필했다. 저자가 커밍아웃한 바이섹슈얼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저자의 종교적 경험에서 영감을 얻는 작품으로 극단주의 기독교에 연루된 여성에 관한 첫 장편소설이기도하다. 7개 언어로 번역된 베스트셀러로 <뉴욕타임스>에서 ‘주목받는 작가 4인’으로 꼽혔다.

 

저자 권오경(R.O.Kwon)은 서울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브루클린 칼리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2018년 미국에서 출판한 <인센디어리스, THE INCENDIARIES>에 이어 2021년 가스 그린웰과 공동 편집한 소설 <뒤틀림, Kink>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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