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 방식이라는 게 있다. 우리가 아는 대표적인 국민주 방식의 양 극단으로 한겨레 신문사와 포스코가 있다. 덩치가 워낙 차이가 나서 직접 비교가 좀 어렵기는 하지만….
포스코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국부유출 논란이 IMF 경제위기 이후 한참 뜨거웠었는데, 외국인 주주 비율이 거의 50% 가까이 된다. 가만히 따져 보면, 포스코의 경영상 문제 되는 것들이 좀 있기는 하다. 내가 알기로는 국내 언론들이 삼성보다 더 무서워하고, 더 철저하게 침묵의 카르텔이 되어 있는 회사가 사실은 포스코다. 한겨레를 그냥 성공 사례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좀 다른 의미로 아직은 포스코가 국민주 방식의 성공사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난 삼성보다 포스코가 더 무섭다. 삼성과 포스코에 대한 기자회견을 전부 해보고 난 다음에 알게 된 일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인천공항을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하자고 한다. 이명박 방식 보다는 나은 건 확실하다. 그리고 그 기본 모델이 포스코다. 이명박 식으로 그냥 자기 아는 사람들한테 보은 차원에서 줘버리는 것 아니면 설명하기 어려운 민영화 방식보다는 좀 낫다.
그러나 근본적인 질문은 '왜 인천공항을 민영화해야 하느냐?'다. 747 공약의 연장선에서, 감세, 민영화, 작은 정부, 그냥 그렇게 이데올로기 차원에서 한다고 하는 것인가, 아니면 시급히 민영화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 그 질문이 든다.
적자가 누적되어서 정부 운영에 큰 부담을 주거나, 엄청나게 부패해서 차라리 민영화해서 시장 통치에 던지는 게 그래도 나아지는 경우, 아니면 전형적으로 민간 부문에 있어야 하는 산업인데 역사적 경로 때문에 불필요하게 공공 부문이 가지고 있었다는…. 이 정도 되면 민영화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고, 어떤 방식으로 소위 메커니즘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인천공항 민영화가 작은 정부의 민영화 이데올로기 외에 다른 민영화할 이유가 있는가? 공공 자금이 개입할 것인지, 콘서시엄을 꾸릴 것인지 혹은 국민주 방식으로 할 것인지, 그건 그 다음의 논의이다.
현대건설의 경우는 공적자금으로 살려낸 회사이므로 국민주 방식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었다. 건설사를 정부가 껴안고 있는 건 이상하니까, 어떻게 털어낼까 그런 논의가 필요했었다.
외환은행은 원래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던 은행인데, 이래저래 국민경제의 실패 구조와 카드사 처리 정책에 끼어서 온갖 무리수와 함께 론스타에 매각되었었다. 이 정도면 국민주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단순하면서도 외환은행 건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다. 크게 문제가 없으면 정부가 좀 더 가지고 있다가 미국 경제의 위기 등이 조용해지면 그 때 적절한 방안을 생각해봐도 된다. 임기 중에 대통령 절친인 강만수의 ‘메가뱅크’ 꿈을 진짜 그냥 밀어붙여서 하려니까, '차라리 국민주로 가자' 그런 얘기가 나오는 거다. 당분간 그냥 정부가 보유하고 있어도 큰 문제 안 생긴다.
개별 회사별로 대형 M&A 등 매각 얘기가 나올 때에는 다 나름대로의 맥락과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인천공항은 왜 지금 굳이 매각하거나 민영화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없다.
왜 기관이나 회사 하나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멀쩡하게 움직이는 회사를 괜히 지배구조와 소유구조를 바꾸어서 즉 의사결정 체계를 바꾸어서 위기를 부러 만드는가?
서초구청 봐라. 한나라당은 기관 경영 능력을 아직 보여준 바가 없다. 흑묘백묘라 해도 마찬가지다. 검든, 희든 쥐를 못 잡는 고양이를 일부러 끌어들일 필요가 있나?
인천공항 국민주 매각 방식을 논하기 전에 '왜 이 공항을 민영화시켜야 할 절대적 필요가 있는지', 그걸 사회적으로 먼저 논의해야 한다.
공약… 반값 등록금 공약은 공약집에 넣지도 않았었다면서? 이미 한 말이니까 민영화를 하겠다. 그걸 위에서 국민주 방식을 도입하겠다, 이건 좀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고민할 수 있지만, 그걸 지금 꼭 이런 방식으로 해야 할 이유가 별로 설득력이 없고, 그 이유를 설명한 적도 없다.
하기로 했으니까, 하자…. 이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