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으로서의 천정배에게 붙어다니는 말은 "아우라가 없다"라는 말이다.
썩 괜찮은 사람이기는 한데, 너무 밋밋한 게 흠이다. 수 년째 지켜보는 중인데 지독할 정도로 점잖고,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무리한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가 정국의 중심에 섰던 것은 노무현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처음으로 그를 지지했던 현역 의원이었던 시절 한 번, 그리고 이 번이다.
실제로 천정배를 처음 만난 것은 한미FTA 협상 당시 국회에서 돗자리 깔고 단식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느무느무 존재감이 없던 정치인.
자기가 법무부 장관 시절에 처리했으면 간단했을 일을 왜 이렇게 방치해 두었다가 쌩 고생을 하나, 그런 생각이 좀 들었었다.
김근태 의장은 이틀인가 단식하고 '아, 난 못하겠다'고 포기했었다. 단식과 관련된 재밌는 에피소드가 가장 많은 사람도 김근태 의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여간 정치인이 무기 단식을 하면서도 거의 존재감 없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것도 재주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지난 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가까스로 최고의원에 턱걸이 한 걸로 알고 있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은 안 하지만, 어쨌든 본인은 대권 주자 중의 한 명이기도 하고.
그런 천정배가 말 한마디로 정국의 중심에 서더니, 국가내란죄라는 황당한 죄목으로 수사를 받게 되었다.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천정배 영웅 만들어주고 싶은 법무부의 기가 막힌 어시스트라는 말 외에는 해석이 되지가 않는다.
살다살다 보니, 별 꼴을 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