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집회 금지 문제를 두고 파행을 겪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한시적으로 숨통이 트였지만 여야 간 견해 차가 커 충돌이 예상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오전 양당 원내수석부대표, 간사 협의를 갖고 밤 11시부터 새벽 6시까지 야간 옥외 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의 한나라당 집시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전날 오후 2시 반부터 시작된 행안위 회의장 점거 농성을 해제했지만 여야는 이어진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입장차만 재확인한 했고, 회의는 3시간여 뒤 산회됐다.
회의가 시작되면서부터 여야는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쳤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한나라당 안경률 행안위원장이 행안위 회의실에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것과 관련해 국회법 규정 취지에 어긋난다며 날을 세웠다.
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상임위원장의 질서유지권 발동은 사후적 질서 유지에 제한되는 것으로, 사전에 위원회에 무슨 일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발동할 수는 없다"며 "개연성만으로 질서유지권을 발동하는 것은 국회법 규정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 위원장은 "국회에 농성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위원회에서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연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국회 질서 유지를 위해 요청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진 영 의원이 "어제 이미 위원장석이 점거된 뒤부터 질서유지권 발동 요건은 성립된다고 본다"고 거들자,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오늘 아침 안 위원장이 들어와서 금세 대화를 통해 합의가 됐는데도, 불필요하게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국회의원이 위원회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그런 일이 다시는 없길 바란다"고 맞받아쳤다.
상임위 파행 책임에 대한 '네 탓' 공방도 이어졌다.
민주당 장세환 의원은 "위원장 석에서 합리적 토론이나 제안 설명이 없는 이상한 문건이 발견돼 강행처리를 막기 위해 위원장석을 점거했다"며 한나라당에 파행 책임을 돌렸다.
그러자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먼저 민주당 의원들 몇 명이 위원장석을 기습적으로 점거해 자리에 앉았고 표결 처리 문건을 발견한 것은 위원장석을 불법적으로 점거한 뒤였다"며 "민주당이 엉터리 법안을 내놓고 토론을 통해 문제를 풀려는 자세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쟁점이 되고 있는 야간 옥회집회 허용 범위에 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0조의 개정 내용을 놓고도 여야 대립각은 여전했다.
한나라당은 "헌법재판소에서 불일치 판결을 내린 집시법 10조가 시간과 관련한 내용인 만큼야간 옥외집회를 '밤11시-오전 6시'로 금지해야 한다는 원칙 하에 시간 문제는 일부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민주당은 "모든 야간 집회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주거지역이나 학교 군사시설 주변 등지에 한해 '자정-오전6시'까지로 선별 규제하자"는 방침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이와 함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집시법 10조를 완전 폐지해 야간집회를 전면 허용할 것을 요구하며 "6월 30일 이후 집시법 10조가 자동폐기될 때까지 버티자"고 벼르고 있다.
여야는 주말 동안 물밑 접촉을 통해 의사 일정 합의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때문에 집시법 개정안이 오는 28, 29일 양일 간 예정된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처리되기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