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일 '내년부터 지방소득세·소비세를 시행해야 하며 8월 말까지 정부내 입장을 조율하고 9월 정기국회 때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부수법안으로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8월 3일)
지난 6월 정부는 현재 소득세 세수의 10%를 지방에 배분하고 있는 ‘소득세할(割) 주민세’를 그 명칭만 바꾸어 ‘지방소득세’로 변경하고, 국세인 부가가치세 세수의 10%를 ‘지방소비세’로 돌려 시도별 소비지출 비중에 따라 배분하기로 한 바 있다.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의 신설, 지방자치단체에는 축복인가, 재앙인가. 지방자치단체장들 중 일부는 단지 국세가 지방세화된다는 이유만으로 환영하는 사람도 있다 한다. 그러나 포장지가 그럴싸한 정책이라고 모두 다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착각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MB정부의 대규모 감세로 인해 발생하는 지방재정 감소분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정부가 취해야 할 올바른 지방재정 확충방안은 어떠한 것인지, 또 MB정부식의 지방소득·소비세 신설 방안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요소는 어떤 것인지에 대하여 하나하나 살펴보려고 한다.
1. 대규모 감세로 예상되는 지방재정 감소액 규모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이명박 정부에 의해 강행된 대규모 감세의 영향으로 중앙정부가 지방의 재정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하여 교부하는 교부금(교육재정교부금, 부동산교부금을 포함)과 주민세 세수는 매년 12조원 (4년간 48조원) 줄어들게 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2월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효과 측정에 관한 연구”라는 보고서를 통해 대규모 감세로 인해 세수 감소액이 2009년 13조 4700억원, 2010년 24조 5900억원, 2011년 25조 96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10년 총국세의 주종을 이루는 내국세가 약 20조 원 줄어 들고, 내국세가 20조 원 줄어 들게 되면, 법규에 따라 내국세의 19.24%에 해당하는 지방교부금이 3조 8480억원 줄어 들고, 역시 법규에 따라 내국세의 20%에 해당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4조원 줄어들게 된다.
또 종합부동산세법 무력화의 영향으로 이를 세원으로 하는 부동산교부금이 매년 2조 3,400억원 줄어들고, 이와 별도로 소득세·법인세 감세로 인하여 소득세와 법인세의 10%에 해당하는 소득세할(割) 주민세와 법인세할(割) 주민세가 매년 1조 7,765억원 가량 줄어든다.
이 네 가지를 모두 더하면 대규모 감세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지방재정 재원 부족분은 2010년 기준 도합 11조 9,645억원에 이른다.
2. 대규모 감세로 예상되는 시도별 지방재정 감소액 규모
그렇다면 약 12조원(4년간 약 48조원)에 달하는 지방재정 감소 현상은 시도별로 어떻게 나타날까.
아래 표는 정부의 각종 지방교부금 배분 비율과 주민세 배분비율을 고려하여 약 12조원(4년간 약 48조원)에 달하는 지방재정 감소 현상이 시도별로 어떻게 나타나게 될 것인지 추정해 본 것이다.
이 글에서 필자가 4년간의 지방재정 감소액을 주로 언급하는 것은 독자들이 이것과 정부의 4대강 사업비를 비교해 보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 (주) 산출방식 : 2010년 감소액에 4를 곱해서 산출, (출처) :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 국세청 자료를 토대로 시민경제사회연구소에서 작성 | |
이 자료를 보면 지방교부금 감소 현상은 ‘비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주민세 감소 현상은 ‘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대규모 감세로 인하여 지방교부금과 주민세 세수에서 이렇게 지역별로 큰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지방교부금은 지역불균형해소장치로서의 기능을 주로 하는 반면, 주민세는 지역불균형해소장치와는 무관하게 단순히 소득세와 법인세 세수에 연동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감세로 인한 지방재정 감소액을 가구당으로 환산해 보면 시도별로 어떤 결과가 나올까. 아래 그림 역시 정부의 각종 지방교부금 배분 비율과 주민세 배분비율, 그리고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 자료를 토대로 시도별 가구당 지방재정 감소액을 계산해 본 것이다.
▲ (출처) :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 국세청 자료를 토대로 시민경제사회연구소에서 작성. | |
이 자료를 보면 MB정부의 대규모 감세의 영향으로 수도권보다는 비수도권이, 대도시보다는 농어촌지역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대규모 감세의 영향으로 향후 4년간 전남은 가구당 807만원, 강원은 707만원, 경북은 646만원의 재정손실을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3. 지방교부세 배분방식 vs 지방소비세 배분방식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대규모 감세의 영향으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교부하는 교부금이 향후 4년간 48조원이나 줄어들게 된다. 더불어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도시와 농어촌 지자체 간의 재정불균형 현상은 더욱더 심화된다.
그래서 진보진영에서는 지속적으로 정부가 충분한 지방재정 교부금을 별도로 조성해서 현재와 같은 지방교부금 배분 방식, 즉 지방재정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지방재정을 보충할 것을 촉구해 왔다.
여기에서 말하는 지방교부금 배분방식이란 지역간 재정불균형 해소를 위해서 재원이 불충분한 지역에는 많이 배분하고 재원이 풍부한 지역에는 적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지역불균형 해소에 크게 기여해 온 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는 진보진영과는 생각이 많이 다른 모양이다. 이들은 지방교부금을 별도로 조성해서 지방재정을 보충하는 대신,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10%를 지방소비세로 돌려 광역자치단체별 소비지출 비중에 따라 배분하기로 했다 한다. 2007년 부가가치세 세수가 41조 원 규모였으므로 그것의 10% 라면 4조 원에 해당한다.
4조 원(4년간 16조원)을 지방교부금 배분비율에 따라 배분하는 경우와 지방소비세로 배분하는 경우, 두 대안이 각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다르게 나타날까. 그 차이를 도표화해 놓은 것이 아래에 소개해 놓은 표이다.
▲ (주) 지방교부세 배분비율은 2009년 행정안전부의 배분배율에 의함. (주) 지방소비세 배분비율은 2007년 광역자치단체별 소비지출 비중에 의함 | |
이 표는 정부가 지방교부금을 보충해 주는 대신 지방소비세를 신설할 경우 비수도권에 어떤 악영향이 나타나는지 명확한 수치로 보여준다. 이 표에 의하면 향후 4년간 전남의 재정에 1조 9,148억원의 손실이, 경북의 재정에는 1조 8,772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강원·전북의 재정에도 연간 1조 2,000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대안이 각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가구당 배분액으로 환산해 보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그 결과를 그림으로 나타내 보면 다음과 같다.
이 그림을 보면 정부가 지방교부금을 보충해 주는 대신 지방소비세를 신설할 경우 전남의 재정에는 가구당 380만원, 강원의 재정에는 가구당 305만원 손실이 발생하고, 전북과 경북의 재정에도 각각 가구당 263만원, 256만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혹시 이 글을 본 대도시의 지방정부 관계자들 중 일부는 필자에 대해 지나치게 좌파적이라고 비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일 뿐이다.
필자가 주장하고 있는 것은 2007년 수준의 지방재정 균형상태로 복원시키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방식의 지방교부세 보충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필자가 2007년 수준 이상의 지방재정 균형상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방불균형해소장치를 복원하는 것이 우선
MB정부는 일부 지방정부와 일부 학자들이 지방소비세를 신설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맥락이 다른 문제이다. 대규모 감세가 행해지기 이전에는 지방소비세 신설 요구가 일정정도 의미를 가졌었다. 당시에는 천문학적 규모의 지방교부금 감소현상, 즉 지방불균형해소장치 파괴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즉 2007년 이전에는 지방교부금이 건재한 상태였기 때문에 지방교부금과 별도로 지방소비세를 신설해 달라는 요구가 일정정도 의미를 가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때와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지금 시급한 것은 대규모 감세로 무참하게 파괴된 지방불균형해소장치부터 우선적으로 복원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