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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건설사만 쾌재 지방재정 파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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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헌호
기사입력 2009-07-30

한달 전 대구KBS로부터 ‘4대강사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내심 반가웠다. 상반기 내내 건설협회 소속의 건설산업연구원과 4대강 주변 지자체들이 합작하여 엉터리 추정에 근거한 4대강사업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4대강에 3~4년간 22조원을 투자하여 34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정부와 건설산업연구원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었으나, 4대강사업이 지역경제에 가져다주는 득과 실의 차이를 수치화해서 보여주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수도권 주민들은 4대강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 중 어느 정도가 지방에 남는지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4대강에서 행해지는 건설사업의 이익금 대부분이 수도권에 소재한 대형건설사들로 유출된다면 주민들로서는 큰 낭패가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이익보다는 건설사들의 이익에 충실한 건설산업연구원은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산업연관표를 근거로 4대강사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려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비수도권 주민들의 관심사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지역산업연관표는 그 지역에서 어떤 산업이 어느 정도의 중간투입으로 어느 정도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지를 나타낼 뿐, 지역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업체들의 본사 소재지에 대해서는 전혀 나타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업체들의 본사 소재지가 중요한 이유

업체들의 본사 소재지가 그렇게도 중요한 것일까. 비전문가들에게는 사소하게 보일지 모르나 경제전문가들에게는 그것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본사 소재지의 중요도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자료는 지역내 1인당 총생산(GRDP)과 재정자립도 사이의 괴리현상을 나타내는 자료들이다.

아래 자료를 보면 지역내 1인당 총생산(GRDP)과 재정자립도 사이에 매우 큰 괴리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충남의 경우 재정자립도는 서울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1인당 GRDP는 서울보다 1.3배나 더 크게 나타난다. 
 
▲ (출처) : 통계청, 행정안전부,한국은행 자료를 참고로 가공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한국은행이 국세청이 제공하는 부가가치세 납부자료 등을 토대로 국내총생산이나 지역총생산을 계산하는데 우리나라 부가가치세가 생산지과세주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충남이나 울산처럼 인구에 비해 공장이 많은 지역의 경우 1인당 지역총생산액이 매우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지역의 1인당 GRDP가 크다 하여 이에 비례하여 그 지역의 1인당 소득도 크리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착각이다. 울산의 GRDP가 서울의 1.8배라 하여 울산시민들의 평균소득이 서울시민들보다 1.8배 더 큰 것은 아니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소득은 본사로 올라가고 그 곳에서 생산에 기여한 각각의 경제주체들에게 분배되는데, 이 때 공장이 가동되고 있는 지역으로 다시 내려오는 소득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지역계정이나 지역산업연관표에 나타나는 GRDP만으로는 어떤 지역에서 행해지는 건설사업이 그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확하게 추정할 수 없다.

물론 주민들의 이해득실에 관심이 적은 건설산업연구원은 지역산업연관표를 토대로 4대강사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고 있는데 이런 연구방식은 지나치게 초보적일 뿐만 아니라 수치 또한 잘못 적용하여 현실을 크게 왜곡시키고 있다.

필자 또한 연초에 지역산업연관표를 붙잡고 상당기간 고심했었지만 그 자료로는 비수도권 주민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 줄 수 없었다.

지자체 발주공사로 인한 지역 이익은 국가발주공사의 3배 

그런데 불행 중 다행으로 대구KBS의 토론회를 하루 앞두고 필자는 우연히도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를 찾게 되었다. 그 결정적인 단서는 대한건설협회가 매년 발간하는 <건설업 통계연보>에 있었다.

대한건설협회가 2008년 내놓은 <건설업 통계연보>를 보면 2007년 비수도권 8개 시도지역의 국가발주 공사 총액은 5조 3,958억원이었는데 그 중 당해 시도에 소재한 건설사들이 수주한 것은 단지 25.1%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해 비수도권 8개 시도지역의 지방정부 발주 공사 총액은 7조 4,027억원이었는데 그 중 당해 시도에 소재한 건설사들이 수주한 것은 74.8%에 달했다.
 
▲ (출처) : 대한건설협회, 건설업통계연보(2008)    

즉 중앙정부 주도의 건설사업과 지방정부 주도의 건설사업 간에는 지역경제활성화 효과에서 무려 3배 이상 차이가 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필자가 국가주도의 4대강정비사업에는 반대하면서 지방정부 주도의 4대강정비사업에는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반드시 4대강 정비사업의 내용이 MB정부 방식과는 180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전제 하에서 국가주도의 물관리정책보다는 지방정부 주도의 물관리정책이 지역경제활성화에 3배 이상 기여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필자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물관리정책은 어떠한 것인가. 그리고 또 MB식의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MB식의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이유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정비사업이 홍수예방, 수질개선, 가뭄해소에 기여하고 더불어 지역경제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몽상 수준의 주장일 뿐 환경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타당성 있는 주장이 아니다.
 
(1) MB식의 4대강사업으로 수질개선?

수질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룬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울산의 태화강이 자주 거론된다. 그러나 울산시의 태화강 수질개선사업은 이명박 정부식의 수질개선사업과는 그 내용이 전혀 달랐다.  1995년 이후 울산시는 수질개선 사업비의 80% 이상을 하수처리시설 등에 투자하여 성공했으며 새로 보를 축조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보를 철거함으로써 수질개선에 성공했다.

울산발전연구원이 2008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방사보 철거 이후 하천의 오염도를 나타내는 BOD는 4.0 ppm에서 2.0ppm까지 낮아졌다. 

(2) MB식의 4대강사업으로 홍수예방?   

정부는 또 4대강 정비사업이 홍수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추진하는 친환경적인 홍수대책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는 것처럼 제방 쌓고 강바닥 긁어 내는 방식이 아니다.

선진국들의 친환경적인 홍수대책은 상류와 지류의 버려진 땅이나 값싼 땅을 매입해서 강변 저류지를 넓게 확보하고 홍수 때 강물이 천천히 흐르도록 하여 본류나 중하류의 홍수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감사원도 2007년 보고서를 통하여 바람직한 홍수예방대책은 지류와 본류, 상류와 중류와  하류에 대하여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사전조사를 해서 홍수부담을 분산시키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의 지난 6월 ''4대강 사업 문화재조사의 문제점 발표' 기자회견 모습.     © CBS노컷뉴스

(3) MB식의 4대강사업으로 가뭄해소 ?

정부는 또 4대강 정비사업이 가뭄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효율적으로 가뭄을 해소하려면 수자원 이용이 용이하지 못한 상류나 지류에 소규모 취수시설을 다수 만들어서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명박 정부처럼 본류에 거대한 어항 만들어 놓고 어항에서 가뭄우려지역까지 수 십 km에 달하는 상수도 관을 수 십, 수 백 개 만들어 연결하는 것은 천문학적인 예산낭비를 수반한다.

(4) MB식의 4대강사업으로 관광산업 활성화?

정부는 또 4대강 정비사업이 지방 관광사업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국의 지자체들이 모두 다 관광사업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에 과도한 관광사업투자는 지자체 간에 제 살 물어뜯기식 과열경쟁을 가져올 뿐이다.

1990년대 일본의 지방정부들도 경기회복과 관광사업 확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한다며 대규모 리조트 공사에 열중했지만 대부분 다 참담한 실패를 경험해야만 했다.

(5) MB식의 4대강사업으로 34만개 일자리 창출?

정부는 또 22조원의 4대강 정비사업비를 투자하여 34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주장 또한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구 8만 명이 들어가 살게 될 판교신도시 공사를 예로 들어 보기로 하자. 판교신도시 공사는 전체 공사비가 4대강 정비사업과 비슷한 22조 원 정도이다. 따라서 정부 주장대로라면 판교 신도시 공사에서도 근로자 34만 명이 재래시장 사람들처럼 북적북적 모여서 공사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판교에서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판교신도시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34만 명이 아니라 2만 명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사례로 강원도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하여 강원개발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비 2조원 규모의 리조트 공사를 들 수 있다. 정부 주장대로라면 그 곳에서도 3만명이 재래시장 사람들처럼 북적거리며 공사를 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그곳의 공사 현장을 방문한 기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고작 2,000명 내외에 불과하다고 한다.

바람직한 지역경제활성화 방안은

그렇다면  필자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지역경제활성화 방안은 어떠한 것인가. 필자는 MB정부의 지역경제활성화 정책이 비수도권 홀대정책을 철회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그 동안 MB정부는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하여 비수도권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그리고 또 대규모 감세정책을 통하여 천문학적 규모의 지방재정 손실을 가져왔다. MB정부는 이것을 치유하는 것에서부터 지역경제활성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아래 자료를 보면 2010년 이후 4년 간 MB정부의 대규모 감세로 인한 지방재정 손실액은 무려 35조 5,032억원(주민세 세수 감소분 제외)에 달한다.
 
▲ (주) 지방재정 감소액 총액 중에서 주민세 감소액은 제외한 수치임, (주) 4년간 지방재정 감소규모는 2010년 기준 지방재정 감소액에 4를 곱해 산출, (출처) :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 자료를 시민경제사회연구소에서 가공.    

특히 대규모 감세로 인한 타격은 비수도권에 집중되어 2010년 이후 4년 간 가구당 지방재정 결손액은 전남의 경우 693만원, 강원의 경우 599만원, 경북의 경우 491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 (주와 출처) : 위와 동일    

대규모 감세로 인한 천문학적인 지방재정 손실은 향후 지방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또 지방민심에도 심각한 동요를 가져올 것이다.

독선에 사로잡혀 앞뒤 안 가리고 대규모 감세를 추진했던 MB정부도 뒤늦게야 대규모 감세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에 매우 부정적으로 작용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 같다.

그래서 더욱더 열성적으로 4대강사업이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사업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린다. 현세대 부유층의 배를 불리기 위하여 후세대의 혈세를 끌어와 낭비적인 토목투자를 하면서도 그들은 그것이 지방에 내려보내는 자신들의 시혜적 선물인 것처럼 지방 주민들을 속이고 있다.

과연 4대강 사업은 MB정부가 지방에 내려보내는 시혜적 선물일까. 혹여 향후 4년간 지방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줄이고 그 중 절반 정도를 주면서 생색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도 후세대의 혈세를 끌어와서 생색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래 자료를 보면 MB정부가 후세대의 혈세를 끌어와 대규모 감세로 인한 지방재정 파탄문제를 임시적으로 봉합하려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충액은 지방재정 감소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주와 출처) : 위와 동일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대규모 감세로 인한 지방재정 손실액은 35조 5,032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4대강 사업비는 16조 9,496억원에 불과하다. 후세대의 혈세를 끌어와 생색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충액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물론 영남지역에 내려가 보면 그곳의 지자체장들과 정치인들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낙동강 유역에 대한 투자비 비중이 높다면서 노골적으로 지역이기주의를 부추키며 4대강사업 홍보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투자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영남지역의 경우에도 4대강 사업이 대규모 감세 이전의 지방재정을 확보해 주지는 못한다. 더구나 국가발주공사로 인하여 대부분의 이익금이 수도권의 대형건설사들로 빠져 나갈 경우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지방재정 보충효과는 크게 떨어진다.

특히 강원도나 충북, 제주 등 정치적으로 소외된 지역의 경우,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상대적인 박탈감은 상당히 클 것으로 추정된다. 대규모 감세로 인한 지방재정파탄의 충격은 고스란히 받으면서 그로 인한 치유재원은 거의 제공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글을 맺으며

국토부의 발표에 따르면 2008년 아파트 등 공동주택 소유자 중 종부세 과세대상자는 모두 25만 6천명인데 그 중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은 814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비수도권 광역시의 종부세 과세대상자는 부산이 387명, 대구가 241명, 대전이 130명, 울산이 10명, 광주에는 단 1명도 없다. 도지역을 보면 경남 38명, 충남 4명, 전북 4명, 역시 강원·충북·전남·경북·제주에는 단 1명도 없다.

다른 세목의 지역별 세원 편중성 또한 여전해서 MB정부의 부유층 감세로 비수도권 주민들이 얻을 이익은 거의 없다. 대신 천문학적 규모의 지방재정 손실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MB식의 4대강사업이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분명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과연 MB식의 4대강사업이 홍수예방, 수질개선, 가뭄해소, 지역경제활성화,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MB정부의 4대강사업이 환경적으로, 경제적으로 타당성이 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단지 MB정부 권력층들이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미망에 사로잡힌 나머지 22조원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지방재정을 파탄지경으로 몰아 넣고 있을 뿐이다.

지금 MB정부가 할 수 있는 바람직한 지역경제활성화대책은 아주 간단하다. 첫째 대규모 감세를 철회해서 4년간 35조원에 달하는 재정손실을 가져오는 지방재정파탄을 막아야 한다. 둘째, 4년간 35조원의 세수를 충실하게 확보하고 지방에 교부금으로 교부해서 그것을 성장잠재력 있는 산업과 서민들 복지향상, 그리고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물관리정책 등에 쓰게 해야 한다.

여기에서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물관리정책이란 MB식과 전혀 다른 방식의 물관리정책으로 성공사례인 태화강 사례와 선진국들 사례들을 참조하면 어렵지 않게 좋은 정책들을 건져 낼 수 있을 것이다.

허무맹랑한 몽상과 독선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대개가 무능하다. 유능한 사람들은 역사와 현실로부터 배운다. 성공확률이 높고 일하기도 편하기 때문이다. 분별력이 없고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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