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후보간의 막판 공방이 치열하다. 누가 되든지간에 선거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는 선거공약서가 선보였다. 선거공약서는 지난 2월부터 도입된 제도로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선거공보 외에 별도의 선거공약서를 배부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선거공약서 배부를 둘러싸고 불법선거 운동 시비가 일고 있다는 점이다.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선거공약서는 후보자와 선거운동원 등이 지역구 유권자의 100분의 10이내의 범위에서 배부할 수 있다. 배부는 글자 그대로 거리유세 등에서 직접 만나는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호별방문을 해서 투입하거나 우편발송, 특정장소 비치 등의 살포는 공선법 상 금지사항이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교육감선거에서 공선택 후보 측의 선거공약서 배포를 놓고 주영복 후보 측이 불법 선거라며 반발하고 있다.
주영복 후보 측에 따르면 관할 선거구에서 공선택 후보의 선거공약서가 가가호호 우편함 투입이 이뤄지고 있어서 서울시선관위에 선거법 위반 여부를 질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시선관위는 공선법 66조에 의해 허용된 합법적 선거운동이라며 불법성 여부를 일축했다고 한다. 이에 주 후보 측은 다시 중앙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했으나, 중선위의 입장은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반면 주 후보 측은 분명히 공선법 상 우편함 투입은 명시되지 않은 배포방법이므로 선거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공방이 벌어진 사실을 안 것은 기자가 서울 영등포선관위와 중앙선관위, 주영복 후보 측에 전화를 해서 알게 된 것이다. 기자는 지난 25일 퇴근을 하고 귀가길에서 현관 앞 우편함에 투입된 선거인쇄물을 발견했다. 10여 세대나 되는 다세대 주택 우편함에 투입된 선거인쇄물은 다름아닌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공정택 후보의 선거공약서였다.
▲ 선관위에서 발송한 7.30 서울시교육감선거 선거공보물과 투표안내서가 든 우편물이 우편함에 투입되어 있다. © 이준희 | |
▲ 지난 7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1동의 한 다세대주택 현관 우편투입함에 서울시교육감선거에 후보로 나선 공정택 후보의 선거공약서. © 이준희 | |
반면 선관위에서 발송한 투표안내서와 선거공보가 든 우편물은 우편함 위에 뭉텅이로 방치되어 있었다. 처음보는 '선거공약서',더욱이 우편함 투입은 불법이 아닌가? 관할 선관위에 전화를 해 물어봤다. 영등포선관위는 "선거공약서는 이번에 도입된 것으로 법정선거 홍보물"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만 배포방법에 대해서는 확실히 모르겠다고 했다.
기자는 저녁을 먹고 나서 동네 일대를 돌아봤다. 다세대주택 현관 우편함과 단독주택 등 주택가 일대 대문과 현관 우편함에 공정택 후보의 선거공약서가 대량으로 투입이 되어 있었다. 반면 선관위가 보낸 우편물은 쓰레기더미에 버려져 있거나, 우편함에 그냥 방치되어 있었다.
▲ 7.30 서울시교육감선거를 앞두고 서울시 영등포구 관내 유권자들에게 선관위가 보낸 선거공보물과 투표안내서가 든 우편물이 쓰레기더미 위에 버려져 있다. © 이준희 | |
다른 후보 측의 선거공약서를 찾아보았으나 한 장도 발견할 수 없었다. 뭔가 이상했다. 법에 허용된 선거인쇄물인데, 왜 다른 후보들은 우편함 투입을 하지 않는걸까?
기자가 알고 있는 상식은 명함 등 선거인쇄물을 가가호호 방문해 배포하거나 우편함 투입을 하면 불법선거운동이라는 사실이다. 대법원 판례도 있다.
그래서 다음날 오전, 다시금 관할 선관위에 전화를 해서 재차 물었다. 여기 저기 전화를 돌리던 관할 선관위는 선거공약서를 우편함에 투입하는 것은 허용된 것이라는 답변을 했다. 납득하기 어려웠다.
▲ 중앙선관위(서울시선관위)는 1차 유권해석을 통해 선거공약서의 우편함투입이 '무방하다'고 밝혔지만, 특정 후보 측만의 선거공약서 우편함투입이 타당한 것인지는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서울시교육감선거에 출마한 나머지 5명의 후보 측 선거공약서는 우편함 투입이 이뤄지지 않았다. 주경복 후보 측은 공 후보 측의 선거공약서 우편함투입은 합법적 선거운동 방식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다. © 이준희 | |
주영복 후보 선거사무소에 전화를 해서 물었다. 주 후보 측 관계자는 "우리는 그 문제로 서울시선관위에 신고를 했는데 불법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고, 다시 중선위에 신고를 했는데 똑같은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기자는 중앙선관위의 공식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서 홈페이지를 이용해 중선위에 관련 사실을 신고를 했다. 이에 중선위는 관할 서울시선관위 답변을 통해서 다음과 같이 민원처리 결과를 밝혔다.
"「공직선거법」제66조(선거공약서)에 의한 선거공약서를 후보자와 그 가족, 선거사무장, 선거연락소장, 선거사무원, 회계책임자 및 연설원이 우편함에 투입하는 방법으로 배부하는 것은 같은 법상 무방할 것입니다." |
그러나 서울선관위의 이 같은 답변은 공선법 제66조와는 다른 해석이어서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즉 공선법 66조 어디에도 선거공약서를 우편함에 투입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제7장 선거운동 제66조 (선거공약서)에 따르면 선거공약서는 ⑤후보자와 그 가족, 선거사무장, 선거연락소장, 선거사무원, 회계책임자 및 연설원은 선거공약서를 배부할 수 있다.
다만, 우편발송·호별방문이나 살포(특정 장소에 비치하는 방법을 포함한다)의 방법으로 선거공약서를 배부할 수 없다. <개정 2008·2·29> 라고 명시되어 있다.
특히 관련 조항인 중선위 선거공약서 관련 규칙은 배부 방법과 관련 별도의 규칙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다음이다.
제31조(선거공약서) 제31조(선거공약서) ①법 제66조의 규정에 따른 선거공약서(점자형 선거공약서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는 길이 27센티미터 너비 19센티미터 이내로 작성하여야 한다. ②선거공약서의 앞면에는 “선거공약서”라고 표시하고, 선거명, 후보자성명, 정당추천후보자의 소속정당명(무소속후보자는 “무소속”이라 표시한다)을 한글로 게재하여야 하며, 선거공약서의 뒷면에는 “이 선거공약서는 「공직선거법」 제66조의 규정에 따른 것입니다.”라고 표시하고, 인쇄소의 명칭·주소·전화번호를 게재하여야 한다. ③법 제66조제6항의 규정에 따른 선거공약서의 관계위원회에의 신고 및 제출은 별지 제17호의2서식의(가)에 의한다. ④법 제66조제7항의 규정에 따른 선거공약서의 전산자료복사본 또는 그 요약본의 제출은 별지 제17호의2서식의(나)에 의한다. |
즉 공선법 66조 선거공약서 조항은 분명히 "우편발송·호별방문이나 살포(특정 장소에 비치하는 방법을 포함한다)의 방법으로 선거공약서를 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선거공약서를 사실상 호별방문에 준하는 방법으로 가가호호 찾아다니면서 우편함에 투입하는 행위는 우편발송에의한 방법으로 우편함에 도달하게 하는 행위나 살포와 다름없는 행위라고 해석돼야 할 것이다. 사실상 우편함 투입도 특정 장소에 비치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공선법 66조에 명시되어 있지도 않은 우편함 투입을 무방하다고 과잉해석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보호해야 할 선관위가 납득하지 못할 유권해석을 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선거법 해석을 오인한 것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대법원은 명함 인쇄물을 가가호호 방문해 우편함에 투입하는 방법이 선거법 위반이라고 판시한 바가 있다. 다음이다.
제목 아파트 출입문 틈새로 명함을 밀어 넣거나 끼워 놓은 경우 후보자가 직접 준 것인지 여부 내용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하 ‘공직선거법’이라 한다)은 1994. 3. 16. 법률 제4739호로 제정된 이래 제66조제1항에서 명함형 소형인쇄물을 선거운동에 사용하는 소형인쇄물의 하나로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에서 명함형 소형인쇄물이라 함은 길이 10cm, 너비 6cm 이내에서 1매(양면에 게재할 수 있다)로 작성하는 소형인쇄물을 말한다고 규정하여 명함을 선거운동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해 왔으나, 1997. 11. 14. 법률 제5412호의 개정으로 대통령선거에서 사용하는 소형인쇄물의 종류에서 명함형 소형인쇄물을 삭제함으로서 명함을 대통령선거운동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것을 시작으로, 1998. 4. 30. 법률 제5537호의 개정으로 선거운동에 사용하는 소형인쇄물의 종류에서 명함형 소형인쇄물을 아예 삭제함으로써 모든 선거운동에는 명함형 소형인쇄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전면 금지하였다가, 2002. 3. 7. 법률 제6663호의 개정으로 선거운동에 사용하는 소형인쇄물의 종류에서 명함형 소형인쇄물을 삭제한 구법 제66조제1항의 조항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만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를 규정한 제93조에 단서를 신설하여 “다만, 선거기간중 후보자의 성명·사진·주소·전화번호·학력·경력·현직을 게재한 길이 9cm 너비 5cm 이내의 명함을 후보자가 직접 주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조항을 추가하였는바, 위와 같은 공직선거법의 개정경과에 비추어 고비용의 정치구조를 개혁하자는 취지에서 명함을 선거운동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전면적으로 제한하였다가 선거기간중 후보자가 명함을 직접 주는 행위까지 처벌대상을 삼은 종전의 조치가 부당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제93조 단서가 신설된 것으로 보이는 점 및 위 단서의 신설로 후보자가 명함을 ‘직접 주는’ 행위만 허용되었을 뿐 제93조 본문에 의하여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명함을 ‘배부’하는 행위 일반은 여전히 금지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와 같이 신설된 제93조 단서가 시행된 2002. 3. 7부터는 선거기간중 후보자가 명함을 직접 주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금지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볼 것이고, 이와 달리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명함을 아파트 현관의 세대별 우편함에 넣어두거나 아파트 출입문 틈새 사이로 밀어 넣어 안으로 투입하거나 틈새 사이에 끼워 놓은 경우에는 설령 그 투입행위 자체를 후보자 본인이 하였다고 하더라도 명함을 직접 준 것과 동일시 할 수 없으므로 여전히 제93조 본문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구 공직선거법(2002. 3. 7. 법률 제6663호로 개정되고, 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시행 이후에 피고인이 판시와 같이 선거기간중 선거구민의 아파트 현관의 세대별 우편함에 명함 73매를 넣어두어 배부한 행위를 구 공직선거법 제255조에 의하여 처벌대상이 되는 구 공직선거법 제93조 위반행위가 된다고 보아 피고인을 유죄로 처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조치는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구 공직선거법 제93조제1항 단서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 피고인은 2003. 10. 30 실시된 대구광역시 동구의회(불로동·봉무동)재선거 후보자였던 자인바, 누구든지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을 배부·첩부·살포할 수 없고, 선거 후보자가 명함을 건네주는 경우에도 선거구민에게 직접 건네주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함부로 명함을 배부·첩부·살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2003. 10. 22. 10:00경 위 선거구인 대구 동구 불로동 소재 에덴공항 1차 아파트 현관에서, 그 곳 개인별 우편물 수취함에 피고인의 사진, 성명, 경력 등이 기재된 명함 34매를 투입한 것을 비롯하여 그 다음날까지 같은 방법으로 에덴공항 2차 아파트 우편물 수취함에 37매, 같은 무렵 은빛아파트 우편물 수취함에 2매 등 총 73매의 피고인 명함을 배부·살포하였다.
※ 2005. 8. 4 공직선거법 제93조제1항 단서 규정 개정에 따라 ‘후보자의 명함 배부 주체 확대’ [대법원 2004. 8. 16. 판결 2004도3062〕 |
따라서 명함을 우편함에 투입하는 행위나 선거공약서를 우편함에 투입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하등 다를 바가 없는 행위이며 똑같이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나타나듯 "이와 달리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명함을 아파트 현관의 세대별 우편함에 넣어두거나 아파트 출입문 틈새 사이로 밀어 넣어 안으로 투입하거나 틈새 사이에 끼워 놓은 경우에는 설령 그 투입행위 자체를 후보자 본인이 하였다고 하더라도 명함을 직접 준 것과 동일시 할 수 없으므로 여전히 제93조 본문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처럼 특정 후보 측의 선거공약서 가가호호 우편함 투입과 관련 공선법 66조 위반 여부는 다시 판별되어야 할 것이다.
▲ 7.30 서울시교육감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선거벽보가 서울 영등포구 관내 선거구에 위치한 한 건물 외벽에 게시되어 있다. 이번 서울시교육감선거는 사상 처음 직선제로 실시된다. 전문가들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에 따라 후보자들의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준희 | |
관할 선관위에 따르면 공정택 후보 측은 법에 따라 선거공약서를 제작했고, 선관위에 신고한 다음, 배부에 나섰다. 이 점은 분명하다. 공 후보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서울시교육감선거에 나온 후보들이 길거리 유세 등의 방법으로 유권자들에게 직접 선거공약서를 배부한 것은 합법이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논란의 지점은 특정 후보만이 우편함투입의 방법으로 선거공약서를 살포한 것이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선관위는 '무방하다'고 유권해석을 하지만, 공선법 어느 구석에도 우편함 투입이 '배부' 방법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차제에 선거법을 개정해 후보자 측이 제작한 선거인쇄물의 별도 우편함 투입이나 우편 발송을 합법화하든지, 그게 아니라면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서 엄격히 금지시켜야 할 것이다. 막대한 세금으로 제작한 선거안내서와 법정 선거공보는 개봉되지도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데, 후보자가 제작한 선거공약서는 우편함에 가가호호 투입되어 있다면, 선거의 공정성이 지켜질 수가 없다. 이 같은 선거운동은 불법성 시비를 낳고, 오히려 선거비용만을 증가시킬 것이다.
선관위의 엄중하고도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