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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전 별거, 당사자·자녀 위한 장치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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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홍
기사입력 2007-11-07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는 9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별거제도 도입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이화숙 연세대학교 법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한다. 이 날 지정 토론에는 최은주 서울가정법원 판사, 정미화 변호사(민변 부회장), 권재문 숙명여자대학교 법대 교수, 안병철 한양대학교 정보사회학 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선다.
 
이 날 심포지엄에서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실시한 ‘별거 실태 및 의식에 관한 조사연구 결과’가 발표된다.
 
또한 심포지엄에서는 법원에서 별거명령을 받을 경우 혼인 중 재산분할과 부양료 지급, 그리고 자녀양육권과 양육비 지급 등을 보장해 별거가정의 복리를 기하도록 하는 별거제도의 도입에 대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아울러 가정법률상담소가 주창해온 이혼숙려기간 및 이혼 전 상담, 협의이혼에 따른 합의서 작성 의무화 등을 포함한 현행 이혼법제 개선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입법 제안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별거판결 내려지면 부부중 일방의 경제·자녀문제 동시 해결”
 
이화숙 연세대학교 법대 교수는 ‘별거제도 도입을 위한 입법정책적 연구’라는 주제로 발표를 할 예정이다. 7일 배포한 주제발표문에서 이 교수는 “별거 부부에게 있어 실효성 있는 법 제도는 이혼의 경우와 같이 재산분할청구를 보장하고,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양육에 관한 사항을 결정함에 있어 법원이 개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행 민법상 별거는 이혼이 아니기 때문에 부부간의 재산 문제나 자녀의 양육에 관한 사항을 오로지 별거 부부-상대방 배우자에 대한 비난을 품고 있는-에게만 맡기는 것은 경제적 약자인 배우자와 자녀의 복리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극단적으로는 법의 보호밖에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서구제국의 이혼법 발달과정에서 별거 제도가 부부의 혼인과 이혼의 중간단계 역할을 담당해 왔다면, 별거 제도가 없는 우리 사회에서는 별거하는 부부의 법적 지위와 권리는 오로지‘법적으로는 여전히 부부’라는 효과이외에는 없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재판상 별거제도 도입의 기대효과에 대해서 “서구제국에서 별거제도는 이혼법에서도 혼인과 이혼의 중간단계 역할과, 별거 후 재결합으로 유도하는 완충지대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왔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현행 민법과 같이 유책주의 이혼법에서 재판상 별거를 도입하는 경우 별거부부 중 일방은 법원에 별거를 청구할 수 있으며, 별거판결이 내려지면 부부중 일방의 경제문제와 자녀문제가 동시에 해결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교수는 “현재 우리사회에서 사실상 별거하는 부부들에게 있어 경제문제와 자녀문제는 오로지 분노를 갖고 별거하는 당사자에게 맡겨져 있어, 자녀들의 양육과 복지에 문제가 있고, 경제능력이 없는 배우자 일방은 금전문제로 고통을 감수할 수밖에 없으므로 별거하는 배우자들의 적대감이 중가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경제력은 있으나 유책배우자이기 때문에 아내와의 이혼 전쟁에서 결코 이길 수 없는 남편(대개의 경우)과, 이혼 거부라는 열쇠는 갖고 있으나 경제력이 없어 고통받는 아내와의 대결구도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교수는 “민법에 별거제도가 신설된다면 부부의 동거의무와 정조의무는 면제되는 한편 부양의무는 계속되게 함이 바람직하고, 사실상 별거하거나 별거를 시작하려는 부부 중 일방의 청구에 의해 법원은 재산분할과 부양료지급, 및 자녀양육권과 양육비지급문제를 명함으로써 자녀문제, 경제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별거 부부 중 일방이 사망한 경우에는 재산분할을 받은 경우와 받지 않은 경우로 나누고, 이미 재산분할을 받은 경우에는 상속분을 감액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이 교수는 “별거제도가 신설되면 유책배우자에게는 매우 불리한 결과로 작용할 수 있고,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이혼청구가 인용되지 못하는 외에 혼인 중 취득재산의 분할, 배우자에 대한 부양료, 자녀 양육비 지급 등의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파탄주의 이혼법에서 찾을 수 있을 뿐, 유책주의 이혼법에서는 이혼으로 가는 열쇠가 무책의 배우자에게 있음을 감안할 때 재산분할과 자녀양육비 지급을 통해 무책 배우자의 마음이 돌아서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별거 당사자·자녀들 보호하기 위한 법률적·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별거에 관한 실태 및 의식 조사를 발표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2004년 조사에 따르면 기혼 응답자의 26.0%가 별거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행 민법상 별거제도에 관한 규정이 없어 별거에 따른 자녀와 재산 등에 관한 사항은 전적으로 별거 당사자들에게 맡겨져 있고, 이에 따라 경제적 약자인 배우자와 자녀의 복리가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실정이라는 것.
 
별거 부부의 경우에는 혼인관계가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배우자에 대한 부양료와 자녀에 대한 양육비 청구는 인정이 되고 있지만 법적 절차의 번거로움과 이행 확보의 어려움, 그리고 제도 자체가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등의 이유로 이용률은 높지 않다는 것. 또  현행 민법상 혼인 중에는 재산분할 청구가 인정되지 않는 점은 별거가정의 복리를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상담소의 상담 창구를 통해 보면, 부부간 갈등이 심화되었을 경우 이혼을 피하면서 부부관계의 회복을 위해 혹은 이혼을 숙고하기 위해 별거제도에 관해 문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가정법률상담소는 설명했다. 또 상대방의 잘못으로 인해 별거를 하고 싶지만 상대방이 별거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별다른 해결책이 없어 이혼을 원하지 않음에도 이혼소송을 제기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가정법률상담소는 “별거 부부의 지위가 불안정함에 따라 갈등을 겪는 부부 간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동거 아니면 이혼이라는 식의 이분법에 의하여 부부관계가 극단적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며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할 때 부부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는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별거에 이르게 되었을 때에는 별거 당사자와 그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별거 가족들의 복리 기하며 입법·현실에 맞는 정책수립 해야”
 
가정법률상담소는 별거경험자들의 의식과 실태조사 및 일반인들의 별거에 대한 의식조사를 통해 별거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법적 보완방안을 모색함으로써 별거 가족들의 복리를 기할 수 있는 입법과 현실에 맞는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별거 실태 조사는 별거 경험자 208명과 일반인 63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기간은 2007년 7월 1일부터 8월 30일까지였으며, 조사에서 표본의 최대한계허용오차는 95.0% 신뢰수준에서 별거 경험자들의 경우 ±6.79%, 일반인들의 경우 ±3.90%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대상자 208명 중 남성은 24명으로 11.5%를 차지했고, 여성은 184명으로 88.5%를 차지했다. 별거 경험자 중에서 37.4%는 ‘이혼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전단계로서 별거’, 32.0%는 ‘부부 불화에 따른 일시적 별거’를 한 것으로 나타나 상당수의 부부가 부부 갈등 시 해결모색의 수단으로 혹은 냉각기로 별거를 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가정법률상담소는 설명했다.
 
▲     ©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가정법률상담소의 조사에 의하면 별거 기간은 ‘1년 미만’이 48.9%로 가장 많았으나 ‘1년 이상’이라고 응답한 경우도 전체의 51.1%로 드러나 별거가 일단 시작되면 장기간 진행되는 경우가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별거에 따른 생활 비지급 등의 조건들에 대해 합의한 경우는 19.5%에 그쳐 별거가정의 복리가 상당히 위태로운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별거 조건에 대해 합의를 하였다고 응답한 이들 중에서도 양육비와 생활비지급에 대해 결정을 하였다는 응답은 57.5%로 절반정도에 불과했다(중복 응답).
 
별거 사유를 보면 ‘성격차이’가 36.1%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배우자의 폭력’ 34.6%, ‘경제갈등’ 28.8%, ‘배우자의 외도’ 27.4%, ‘애정상실’ 22.6%, ‘배우자 가족과의 갈등’ 20.2%, ‘배우자의 채무’ 14.4%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남성은 성격차이나 애정상실 등 정서적인 부분의 문제를 별거사유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던 반면 여성은 남편의 폭력이나 외도 등 구체적인 사유를 별거 사유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중복 응답)
 
▲     ©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별거 생활에 관한 실태와 관련, 가정법률상담소는 “별거 후 거주지 변화에 대해서는 ‘아내만 새로운 거주지로 옮겼다’가 51.3%로 가장 많았다. 또한 49.4%는 별거 후 배우자와 전혀 왕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별거 부부의 관계 단절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며 “별거 후 여성의 68.5%는 ‘생활비·양육비 등 경제적 문제’에서 곤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별거 후 7.9%만이 배우자와 관계가 좋아졌으며 43.3%는 오히려 관계가 나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48.8%는 배우자와의 관계에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다. 또 별거 부부의 28.4%만이 재결합 의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결합 이유로는 ‘자녀 관련 문제’가 38.4%로 가장 많았다.
 
별거에 관한 의식 및 태도와 관련, 별거라고 볼 수 있는 기간은 1개월이 27.2%로 가장 많았고, 여성은 별거를 갈등 해결의 한 방법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남성은 갈등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별거를 통해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별거의 법적 인정과 관련하여 80.4%가 ‘인정해야한다’고 응답한 반면, 19.6%만이 ‘인정할 필요가 없다’고 응답해 인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약 4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법률상담소는 “이혼 문제와 관련해 상담을 오는 내담자의 43.5% 가량은 일시적 혹은 장기적인 별거상태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현실적으로 별거가정은 많이 존재한다”며 “상담창구에서는, 부부간에 동거를 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나 자녀문제 등 다양한 사유로 이혼은 피하고 싶은 생각에서 혹은 이혼에 앞서 숙고를 위해 별거를 원하는 내담자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의 경우 법원에서 별거에 대해 개입을 하고 적정한 보호를 해줄 것을 기대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7.4%가 이혼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전단계로서 별거를 하게 되었다고 응답했고, 32.0%는 부부불화에 따른 일시적 별거를 하였다고 응답하여 혼인과 이혼의 완충지대로서의 별거가 가족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 가정법률상담소의 설명.
 
하지만 별거는 이혼이 아닌 혼인 중인 상태로 보기 때문에 상대방의 유책사유가 존재하더라도 상대방이 별거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가출’상태가 되어 법적 지위가 불안정하며 부양료, 양육비 청구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청구에 상당한 기간과 비용이 지출되는 한편 판결을 받더라도 이행확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가정법률상담소는 지적했다.
 
또한 별거부부의 경우 재산분할이 인정되지 않고 주거도 불안정하게 되는 등 법적 보호의 공백상태가 되기 쉽다는 것.
 
이 때문에 당사자가 화해의 기회로 삼는 경우든 이혼에 앞서 냉각기를 갖는 경우든 별거기간 중 당사자와 미성년 자녀 보호를 위해 법원에 별거를 신청할 경우에는 일정한 요건에 해당된다면 별거 명령과 함께 자녀양육문제와 부부재산문제, 생활비, 주거문제, 접근금지 등을 일거에 명할 수 있는 별거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가정법률상담소는 강조했다.
 
특히 가정법률상담소는 협의이혼에 따른 이혼숙려기간 및 이혼 전 상담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행 우리나라 협의이혼제도는 그 간이성으로 인해 이혼과정에서의 숙고와 미성년자녀보호 등에 있어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현행 협의이혼제도에 대한 개선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협의이혼 시 법원이 개입해 일정기간 동안 숙려기간을 명하고 그 기간 동안 상담을 받고,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양육비와 재산관계 등에 관해 합의가 있을 경우에 한해서 협의이혼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별거가정에서는 생활비 및 양육비 등 경제적 문제를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고 있고, 아내가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가 74.4%이나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받는 경우는 39.1%에 불과했다고 가정법률상담소는 전했다.
 
이 때문에 양육비 및 부양료의 이행확보를 위해 양육비 채권 집행을 간이하게 할 수 있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양육비 채권이행 확보에 관한 법률안’과 ‘가사소송법 개정안’등이 조속히 통과될 필요가 있다고 가정법률상담소는 강조했다.
 
이어 가정법률상담소는 “이번 조사내용에서, 별거 결과 배우자와의 관계가 나빠졌다가 43.3%, 재결합 의사가 없다가 71.6%로 나타난 것은 우리나라에서 별거가 부부갈등 해결을 위한 유용한 수단이라는 측면보다는 부부갈등이 악화되는 지름길임을 시사한다”며 “그러나 관계가 더 나빠진 데는 조사에서 밝혀진 것처럼 상대방이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고 부부간 왕래가 없어 별거의 원인에 원망이 더해짐으로써 관계가 악화된 경우 등 복합적인 사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가정법률상담소는 “별거가 제도화되어 법원이 부양료와 자녀면접, 재산분할 등에 개입을 하고 부부상담 등을 권고한다면 부부관계가 지나치게 악화되는 사례들을 줄여나갈 수 있고, 설사 이혼으로 가더라도 별거가정에 대한 두터운 보호가 가능해 이혼가정의 복리까지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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