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이덕화와 정명훈, 누가 더 고약한 사람인가

가 -가 +

우석훈
기사입력 2007-07-04

베르나르 따삐(Bernard Tapie)는 90년대 초반 미테랑의 후계자로 거론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정치인이였는데, 쇼비즈니스에서 사업 그리고 정치에까지 끝없던 성공에서 나락까지를 전부 경험한 매우 독특한 사람이다.
 
나는 따삐를 좋아한 적은 없지만, 내가 응원하던 올림픽 마르세이유라는 팀의 구단주였다. 그리고 그 시절의 스트라이커 장 파이르 빠빵을 아주 좋아했다. 프랑스 아디다스 사장이기도 했다.
 
따삐는 싸구려 카바레의 가수로 시작을 했는데, 소위 M&A의 귀재였다. 뭐든지 망해가는 걸 사서 몇 년 후 몇 배로 몸집을 불려서 파는 걸로 많은 돈을 벌었는데, 심지어는 자기가 타던 요트도 그렇게 해서 치장을 하고, 따삐가 탔던 요트라고 해서 몇 배로 팔았을 정도로 지독한 사람이다.
 
그가 구단주 시절 OM과 발레시안의 경기에서 승부조작을 했고, 이 사건으로 OM이 2부 리그로 격하되었을 때 TV에서는 2부 리그 경기도 중계해주던 진귀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93년인가? OM이 챔피언스 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꺾고 승리했던 게임이 내가 봤던 축구 중에서는 상당히 기억에 남는 경기였다. 승부가 끝나고 레알 마드리드 구단주가 인터뷰를 했는데, "우리가 이런 결승전에서 지는 것은 자주 하는 경험은 아니다"라고 별 볼 일 없는 마르세이유의 작은 팀에게 졌던 것에 대해서 간략한 말을 하는 것이 아주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그 시절에는 아약스나 바르셀로나도 레알 마드리드에게는 크게 힘 못쓰던 시기이기도 했다.
 
프랑스에 지역별 상징이 있다면, 마르세이유를 응원하는 것은 사회당을 응원하는 것과 비슷하고, 좌파를 응원하는 것과 비슷하고, 파리의 에나와 에꼴 폴리테크닉 출신들에 대해서 야유하는 것과 비슷하다.
 
따삐를 지지하지 않던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마르세이유를 지지했고, 파리 생제르망과 올림픽 마르세이유의 경기가 있을 때 몇 번은 직접 가서 응원하기도 했었다.
 
생제르망은 파리의 부자동네 이름인데,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서울 강남"이라는 팀 이름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아주 다르지 않다.
 
OM이 몰락하고, 따삐가 드디어 감옥에 간 다음에 파리 생제르망은 완전히 극우파팀이 되어서, 경기가 승리로 끝난 다음에 뱅센느 숲 근처에 있던 아랍인들이 하는 카페가 습격당하는 일이 몇 번 벌어졌다.
 
비오는 날, 갑자기 따삐 생각이 나서 그 후에 했던 일들을 좀 찾아보니까, 크레디 리요네라는 은행과 금융사기 건으로 수 년에 걸친 법정 소송을 해서 결국 천억원이 넘는 재판에서 따삐가 승소했다. 참, 대단한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다.
 
여전히 그는 영화제작자이며, 음반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다. 인생이 파란만장하다고 해도 베르나르 따삐만큼 극적인 삶을 산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다.
 
한 때는 미테랑이 그를 후계자로 삼을 것이라는 공공연한 소문이 나돌 정도로 공부 잘 하는 좌파가 아니라 돈 잘 버는 좌파 정치인으로 사회당 전선의 한 가운데 서 있기도 했던 따삐였지만, 지난 대선에는 UMP의 사르코지를 지지했다.
 
비오는 주말, 쇼비니즈니스에서 명백하게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던 이브 몽땅과 알랭 들롱에 대한 약간의 비교표, 그리고 카메론 디아즈와 안젤리나 졸리의 삶에 대한 비교표를 만들어보다가 갑자기 따삐 생각이 났다.
 
이덕화가 이명박에게 "각하"라고 말했다. 이 정도면 정말 애교이고, 귀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최고의 유력 대선후보가 나서는 출정식에 주몽을 불러오거나 아니면 연개소문이나 대조영이라도 불러와야 할텐데, 겨우 설인귀를 불러오다니... 하긴 주몽의 어머니인 김을동에게는 이미 "한 물간 배우"라고 단단히 물을 먹여놨으니, 입이 원망스럽기는 할 것이다.
 
미테랑과 시락이 한바탕 붙을 때 이브 몽땅이 미테랑 쪽 홍보를 담당했고, 이에 맞선 시락 진영에는 알랭 들롱이 "보수적 프랑스"를 외치며 홍보 담당을 했었는데, 이 시절에는 정말 볼만했었다.
 
쇼비즈니스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치색을 밝히고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일은 나는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편이 애매하게 "우리는 돈 버는 편 우리 편, 이기는 편 우리 편"이라고 하면서 뭉뚱그려서 숨어서 악랄한 짓을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우리 나라에 따삐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사람이 있나? 사실 지금까지는 정명훈이 제일 비슷하다는 것이 내 느낌이다. 쇼비즈니스에서 한 사람이 가장 많은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정명훈을 꼽겠다. 이명박 시절의 서울시에서 최근의 송도 신도시에 이르기까지, 클래식이라는 틀에 숨어서 자본과 결합된 극우파 예술의 전형을 꼽으라면 바로 정명훈이다.

그도 미테랑 정부 시절에 좌파들의 지지를 받으며 바스티유에 입성했던 사람이기는 한데, 우리나라로 돌아오자마자 입 싹 씻고 전형적인 극우파 행세를 한다. 작년 시청앞 광장에서 지휘봉을 버리고 종이 태극기로 지휘했던 순간은... 경악 그 자체였다.
 
이미지만으로는 대부분의 천재 음악가라고 하는 20대 쇼팽 피아니스트에서 천재 소녀 피아니스트에 이르기까지, 하여간 우리나라에서 천재라는 호칭을 받았던 사람들은 묘하게 전부 정명훈 계열이다. 대척점에는 피아니스트인 백건우와 카운터 테너인 돈큐 리 정도... 세계적 성악가라고 불리는 스웨덴의 소프라노들이 하는 말은 가슴찡하게 감동적인 말들이 있는데, 정명훈이 인터뷰한 말들을 모아놓고 비교해보면 이런 스웨덴 성악가들이 한 말과 딱 정반대에 서 있는 경우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naver band URL복사
댓글

i

댓글 수정 및 삭제는 PC버전에서만 가능합니다.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PC버전 맨위로

Copyright 대자보. All rights reserved.